메뉴
brunch
매거진
해바라기 소년의 갤러리
일기로 날마다의 일상을 표현하다
-엄마와 함께 썼던 일기들(7살~~ 초등 2학년 )
by
최명진
Sep 21. 2015
아래로
아들에게도 일상의 기록이 필요했다.
무엇을 하고 하루를 지내는지에 대하여 인식이 필요했다.
누군가에 의해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아침에 눈을 뜨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전예고가 필요했다.
그래야만 자신도 즐거움을 느끼지 않겠는가?
아들의 강점은 글을 읽고 쓸 줄 안다는 것,
그림으로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
아들의 약점은
자신이 하기 싫으면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
관심이 없는 것에 대해선 눈도 꿈쩍 하지 않는다는 것.
할 줄 알지만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절대 남의 말을 따르지 않는 것.
이 둘의 조합이 필요했다.
아들의 강점을 활용해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그래서 난 끊임없이 아들에게 설명을 했고
동기부여가 되도록 내가 먼저 모델이 되어야 했다.
그렇게 아들의 일기가 시작되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일기를 쓰기 전까지의 하루 생활을
난 시간의 순서대로 읊조리기 시작했다.
아들이 관심을 보이도록 시각적, 청각적 활용을 하면서...
아들이 조금씩 반응을 시작했다.
여섯 살, 처음 시작할 땐 한 단어를 쓰는데 삼십 분이 걸렸다.
그 다음 날은 조금 나아졌다.
마인드맵처럼 한 단어로 시작해 한 문장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아들과 나의 엄청난 인내력이 필요했다.
그렇게 우린 서로를 기다리며 타협을 하기 시작했다.
아들의 7살 때 일기들~~!!!
일 년이 지난 일곱 살 무렵엔 제법 자신의 일상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 하루를 그냥 무조건 쓰는 것이 아니라 그중 아들이 가장
반응을 잘 보인 부분을 일기로 쓰도록 지도했다.
하루 일과를 아들과 눈을 최대한 맞추며 이야기를 하고,
다음으로는 일기 쓸 소재를 정하고 난 육하원칙에 맞춰
그 상황을 이야기해줬다.
그러면 아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그렸다.
그림이 가능하기에 더욱 가능했던 시도였다.
그리고 그림에 맞춰 문장 만들기를 하면서 일기를 썼다.
날짜, 요일, 날씨를 날마다 쓰는 것은 학교 생활에 커다란 도움이 되었음을.....
아들의 초등 1학년 때의 일기
그렇게 일기는 나와 아들의 하루를 정리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난 때론 아들의 일기감을 찾아서 무언가 일을 만들기도 했고,
그렇게 아들을 참여시키기도 했다.
아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은 학교에 있는 시간.
이 시간도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하루 생활을 들었고 그렇게
아들과 이야기를 엮어나갔다.
학교 선생님, 복지관 선생님, 치료실 선생님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난 열심히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들의 하루를 머릿속으로
그리곤 했다. 아들과 스토리를 만들기 위한 또 다른 작업이었다.
그리고 아들의 일기에 선생님께 들었거나 기억해야 할 일들은
함께 기록했다.
나중에 상담을 할 때 억지가 아닌 실제적 기록에 의한 상담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일상은 이어졌고, 아들은 2학기가 되면서 학교에서 배부하는
일기장에 그림일기가 아닌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스토리의 묘사가 더 많이 필요해졌다...
초등 2~3학년 때 일기들....
초등 2학년이 되니 아들은 일기 쓰기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하루 일과를 말로 정리하고 글감을 찾고, 일기를 쓰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들었다.
때론 내 일상에 쫓겨 아들이 일기장을 펼쳐놓고 기다리는 경우도 생겼다.
그래도 그냥 패스해버리면 습관이 안될까 봐 난 늘 시간을 배분해야 했다.
어느 날이었던가?
설거지가 끝나길 기다리는 아들에게 미안해서 설거지를 하면서
하루 일과를 묻기 시작했다. 아들은 기다리기가 그랬는지 나름 간단하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 제목을 물어보니 녀석은 바로 정해서 대답을 했다.
"오늘은 그냥 네가 써 보면 어떨까?"
라는 내 말에 아들은 흔쾌히 일기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그 뒤로...
아들은 나의 개입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혼자서 일기를 쓰고 정리를 했다.
일기의 제목은 정확했지만 내용은 단순해지기 시작했다.
글씨도 뚱뚱해졌고 반복이 되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스스로 하고 있지 않은가....
아들은 지금껏 일기를 쓰고 있다.
혼자서 쓰기 시작하면서 단순해진 일기는 제목을 제외하곤 늘 한결같다.
그래도 일기를 쓰면서 날짜의 흐름을 알았고, 요일을 알아갔다.
날씨도 알아갔다. 해가 바뀌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아갔다.
단순히 날씨 그림에 동그라미를 치다가, 글로 쓰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엔 '바람이 많이 불었어요'하고 표현도 했다.
함께 관람했던 티켓들도 아주 유용한 글감이 되었다.
아들의 방 베란다엔 지금껏 쓴 아들의 일기장이 가득하다.
그 옆엔 아들의 그림이 또한 가득하다.
아들의 성장이 고스란히 담긴 것들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정성스럽게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정리를 하고 나면 녀석은 여지없이 자신의 재산들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훼손된 것들이 많아서 안타깝기도 하지만 자신의 것을
돌아보며 추억을 찾는 녀석이 고마워 그냥 둔다.
정리를 부탁하면서...
오늘 아들의 일기장엔 무슨 제목이 쓰여 있을지 궁금해진다....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최명진
취미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포토그래퍼
해바라기를 사랑하는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엄마의 세상 만나기
팔로워
1,059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자폐성장애 아들의 눈에 비친 풍경들~~!!!
자폐성 장애 아들의 취미는?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