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렸을 적에
엄마의 손에 들린
쓰디쓴 약초를 만났지요.
손발이 찬 나를 위해
엄마가 달여주신 약
버둥거리다 버둥거리다
겨우 목을 넘기면
고 고약한 맛을 내는 녀석이 누굴까
무척이나 궁금했었는데...
어느 날
나는 보았네요.
희고 고운 향기로운 꽃~~!!
엄마가 달여 준 약의 재료가 된 당신을...
이렇게 어여쁜 것을 어찌 꺾었을까나
엄마의 깊은 사랑을 느꼈었는데...
영평사(永平寺) 가는 길
눈이 부시도록 하이얀 꽃들의 춤사위
그만 마음을 놓아버렸네요.
꿀을 찾는 벌과 나비를 바라보며
지난날
엄마가 내게 주셨던 그 사랑의 약을 떠올립니다.
백팔 배 마치고 돌아나온 법당 아래에
은은하게 퍼지는 구절초 차향(茶香)
고운 꽃에서 우려내어진 노오란 맑은 차에
이 내 번뇌 녹여봅니다.
처음 쓰디쓴 당신의 앙칼짐에
마음 돌리려 했는데
내 몸을 덥혀준다기에
억지로 당신을 받아들였는데...
산사(山寺) 구비구비에 당신의 기다림처럼
하늘거리는 춤사위
이제사
당신의 이름을 되뇌며
사랑노래 불러봅니다.
2008. 10. 7 영평사에 다녀와서....
구절초의 꽃말은 고상함, 밝음, 순수, 우아한 자태, 어머니의 사랑이란다.
구절초(九節草, 九折草)의 꽃 이름에서 그 희생과 사랑을 느낀다.
구절초의 또 다른 이름은 선모초(仙母草)~!!
신선이 어머니에게 주는 약초란 뜻이란다.
그런 까닭에 구절초는 부인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벌써 몇 해 째 공주 장군산 영평사의 구절초 꽃 축제를 잊지 않고 다니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마음이 당기기에 그냥 달려가곤 한다.
올해는 날이 좋지 않았다.
비가 오락가락~~~
그래도 워낙 가문 날이 이어졌기에 그마저도 감사했다.
마음이 급했던 것일까?
영평사 인근에 도착해서야 우산이 없음을 알았다. ㅋ
비가 오락가락하니 그 사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귀한 비 조금 맞으면 어떠리...
해가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알고 찾아오고 있는 영평사...
올해는 비가 와서 사람이 좀 적은 듯하다.
그래도 입구부터 우리를 반기는 구절초~~!!
그 향이 어찌나 그윽하고 고풍스러운지...
늘 나를 돌아보게 하는 향이다.
영평사 가는 길에 비가 몇 차례 오락가락~~
우산이 없는 우리는 비의 조화에 따라 갈팡질팡...
그래도 발길을 돌릴 마음은 전혀 없었다.
감사하게도 영평사에 도착했을 땐 제법 비가 참아줘서
구절초 차 마시며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다.
다소곳하게 앉아서 구절초 차를 내어주시는 분들이
구절초마냥 곱고 인자하시다.
제법 범위를 넓힌 구절초를 만나러 영평사 뒤의 산으로 올랐다.
비가 온 덕분에 물방울 머금은 구절초를 담을 수 있었다.
대신 꽃을 찾는 나비와 벌을 보기는 다른 때보다는 적었다.
구비구비 길을 따라 도는데 비가 내렸다.
제법 내렸다. 얼른 달려 대웅전쪽으로 왔다.
몸이 좋지 않아 삼배만 하려 했는데...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내친김에 아들과 백팔배를 하기로 했다.
오히려 비가 감사했다.
구차한 게으름을 피우려는 내게 일침을 가한 가을비~~!!!
아들과 백팔배를 마치고 나오니 그렇게 굵게 내리던 비가 소강상태를 보인다.
부처님의 뜻인가 보다...
웃음이 났다. 감사하다.
덕분에 아들과 땀 한 번 제대로 흘리고 마음이 정화되었다.
올해 영평사 구절초와의 만남은 역시 감사로 마무리되었다.
국화향보다 더 은은하고 깊이가 있는 구절초 향기~~
늘 나를 정화시켜준다.
올 때마다 아들과 하는 백팔배에서 마음을 다잡는다.
감사에 감사를 더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