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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아들과 엄마의 세상만나기
가을 산행
-구룡산 등산
by
최명진
Oct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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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남편은 아들에게 묻는다.
"오늘 어디 가고 싶어?"
"구룡산에 가고 싶어요."
"누구랑 갈까?"
"아빠 엄마랑 가고 싶어요."
"그럼, 엄마한테 말씀드려..."
머리 좋은 남편....
아들을 통해 등산을 하자고 제안을 한다.
사실 등산을 가본지도 오래되어 마음이 움직이긴 했지만
이젠 등산이 무서워졌다..
그런데 이번마저 안 가버리면 정말 못 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 모처럼만에 가보자...
그렇게 어렵게 나선 등산길.
대청호가 발 아래로 펼쳐지는 곳,
깎아지른 곳에 의연히 버티고 서 있는 현암사...
등산을 목적으로 왔으니 일단 등산을 먼저 하기로 했다.
쉽지 않다. 아무리 낮은 산이라도.
그래도 채근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두 남자 덕분에 그렇게 정상에 올랐다.
구룡산 삿갓봉엔 흑룡이 우릴 맞았다.
날이 좋아서 좋긴 한데 시야가 미세먼지 때문인지 흐리다. 안타깝다.
준비해온 김밥과 과일을 내어놓고 먹으니 바로 이맛이다 싶었다.
아침에 부지런을 떨어 준비를 한 덕에 김밥을 맛나게 먹을 수 있었다.
아들도 신이 났는지 이곳저곳을 다니며 콧노래를 부른다.
크게 아름다운 산은 아니지만 적당히 오를 수 있고,
대청호를 내려다보며 백팔배를 할 수 있는 현암사가 있어
우리가 사랑하고 자주 찾는 곳이다.
내친김에 욕심을 냈다.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장승공원이 있다.
그곳까지 가고 싶었다.
예전에 비 오는 석가탄신일 날에 갔던 그 고즈넉한 풍경이 아른거렸다.
시기가 다르지만 그래도 만나고픈 마음에 욕심을 내어 가보았다.
아~~ 이렇게 빨리 닿을 수 있구나. 새삼 놀라게 되었다.
아들과 그네도 타고 각종 장승들도 만나면서 데이트를 즐겼다.
남편도 여유 있게 발걸음을 옮기면서 돌아본다.
참 감사한 산행이었다.
오랜만에 하는 산행이기도 하고 가을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난 또 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장애가 있는 아들과의 약속은 최대한 지킨다.
아들의 욕구가 사라지기 전에 약속을 만들고 지키면
아들은 동기부여를 받아 새롭게 시도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무척 힘들었던 등산을 이젠 자신이 먼저 가자고 하니 얼마나 감사한가.
모든 것엔 시기가 있다.
구룡산의 가을도 그 시기에 맞게 아름답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이제 물들기 시작하는 잎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철 없이 피어버린 꽃은 울 아들 같아서 안타까움까지....
무겁게 들고 간 김밥과 과일은 어찌 그리도 달콤한지...
산에 올랐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행복이었다.
다음이 언제인지는 몰라도 그 즐거움을 만끽하자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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