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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참판댁에 다녀오다

-토지의 배경을 찾아가다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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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나무 끝에 매달려 대롱대롱하고 있다.

마음이 급해졌다.

한 주 전만 해도 얇은 옷 하나가 가능했는데

일주일 사이에 두 겹을 입어도 뚫고 들어오는 한기를 막지 못하다니...

가을은 이제 존재를 알리는 정도로만 하고

황급히 지나가려나보다 싶었다.


내 머릿속에서 배회하는 영상 하나,

최참판댁에서 만났던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

더 늦기 전에 가서 보고팠다.

예전엔 겸사겸사로 자주 들렸던 곳인데

몇 년 사이 추억으로만 기억되는 그곳.

남편에게 최참판댁에 감이 보고 싶다고 툭 던졌다...

감사하게도 반응이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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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출발했던 지난 일요일은 정말 날이 싸늘했다.

해가 한 번도 비치지 않고 무겁게 내린 잿빛 하늘이 우리를 내려다볼 뿐.

그런 까닭인지 한낮인데도 기온은 뚝 떨어져 몸이 오그라들었다.

그래도 보고픔을 막을 순 없었다.

지리산 자락을 도는 길을 따라 차를 달리며 섬진강과 화개장터를 지나

그토록 보고팠던 최참판댁에 이를 수 있었다.

아~~ 추억 속의 그곳은 아니네...



몇 해가 지나서인지 제법 정돈이 되고 넓어진 느낌이었다.

내 머릿속엔 토지의 세트장 곳곳에 매달린 감이 선명했는데...

때 맞춰 대봉시 축제가 열려 감은 곳곳에 흔전했지만 내가 보고팠던

풍경으로는 아니었다.

예전에 갔을 때도 이맘때쯤이었나.

잎이 우수수 떨어진 나무에 감들이 옹기종기 모여 얼마나 예뻤던지...

그래도 풍경이 주는 힐링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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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보았던 토지를 떠올리며 세트장을 돌았다.

한혜숙, 최수지, 김현주가 서희 역을 했었다고....

내 기억에 서희는 최수지였다.

'찢어 죽이고 말려 죽일 테야....'

독한 말을 내뿜으며 일어서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녀...

기억 속에 가물한 그 풍경과 눈 앞에 펼쳐진 황금들판.

이 풍경이 보고팠는지도 모르겠다.


세트장을 돌다가 최참판댁네로 올라갔더니 마침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뜻밖의 득템이었다.

누군가가 놓은 박스를 든

아직은 능숙하진 않지만 설 익은듯한 공연도 좋았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성장해나가지 않던가.

있는 에너지와 응원을 담아 열심히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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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려와 세트장을 돌다가 소를 만났다.

예전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 중에 한 분이 [암소의 눈]이란 시집을 냈던 기억이 났다.

그 시집을 접한 뒤론 소를 보면 가만 다가가 그들의 눈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어쩜 이리도 깊고 순하고 어여쁘게 생겼는지...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나를 바라봤다가

고개를 돌리는 소.

그의 눈을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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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담고 싶었던 한 컷의 사진이 이런 풍경일까?

유일하게 감나무와 풍경이 어우러진 컷 하나를 건졌다.

이것으로 족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비슷하게 담고 싶었던 것을 하나라도 담았으니...

그 척박한 시절을 살아보고픈 마음은 아니나

그 시대를 통해 지금의 내 삶을 돌아보고픈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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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나오면서 박경리 선생의 동상을 만났다.

'당신 같은 분이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내 마음이었다.

문득 더불어 떠오른 박완서, 최명희 작가~~!!!

차마 난 그릴 수도 없는 그 심도 깊은 작품을 쓰신 그분들에게

내 경외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깊어가는 가을, 최대한 내려앉은 잿빛 가을 하늘,

그 아래로 차를 달리는 우리들.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깊은 성찰로 주어진 내 삶을 열심히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