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국이 수국으로 둔갑한 사연

-결혼기념일에...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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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띠리링 울림을 타고 온 문자~!!!

'저녁 시간 어때? 정심화홀 공연 보러 가자.'

친한 언니가 보낸 문자에 아무 생각 없이 '시간 가능'하고 답문을 보냈다.

'민들레 홀씨 되어'의 박미경과 '스잔'의 김승진이 온다나...

노래 좋아하는 내가 거부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문득 스친 결혼기념일...

남편에게 어차피 큰아들이 야간자습 끝나고 와야 케이크 커팅할 거니

그때까지 돌아오겠다고 얘길 해뒀다.

그러면서 난 남편에게...

"나 받고 싶은 거 있어용. 향기 좋은 소국 한 단~~!!!"

남편은 내 말을 기억하려는 듯 그렇게 '소국'을 몇 번 되뇌었다.

그리고 각자의 역할을 위한 장소로 장소 이동~~!!!


사무실에서 일을 마치고 언니, 언니의 어머니, 친구와 합류,

정심화홀에 도착해 공연을 즐겼다.

[119 시민사랑 음악회]~~!!

11월 9일이 소방의 날이라 열리는 음악회였다.

신나게 열정을 다해 박수를 치고 노래도 따라 하고...

공연은 늘 즐겁다.

열정을 다하는 출연진들을 향해 열정의 박수로 보답하면 가장 좋은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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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나오는 길은 생각 이상으로 차가 막혔다.

막힌 길을 뚫고 집에 돌아오니 생각보다 늦은 11시~!!

그런데 그 사이 우리 집 세 남자 중 한 남자도 내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

배려일까? 관심이 떠난 것일까?

살짝 서운한 마음으로 집에 들어서니,

"엄마 왔네... 자 이제 시작하자."

하는 남편의 한 마디에 웃음이 났다.

이 훌륭한 세 남자를 어쩌리... 고마울 뿐이다.


탁자 위에 놓인 케이크를 보고 다시 옆을 훑는 순간

머리에 커다란 물음표 하나가 떠다녔다.

'어~~? 저건 뭐지? '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향기 좋은 소국이 아니라 송이가 무척 큰 흰 수국이었다.

"웬 수국?"
"자기가 아침에 수국 한 단 사 오라며?"
"무슨 소리... 향이 좋은 소국 한 단을 부탁했던 것 같은데..."

"그래? 꽃집에 물으니 저걸 주던데..."


자리를 잡고 남편이 수국을 사게 된 사연을 들으며 빵 웃음이 터졌다.

꽃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남편은 퇴근 후 작은 아들과 꽃을 사러 나갔단다.

"소국 있어요?"

하고 소심하게 물으니 꽃집에서는 수국으로 알아듣고 없다고 했단다.

수국은 별로 없을 거라며 '소국'이 '작은 국화'임을 인지하지 못한 남편에게

말을 했고 남편은 그곳에서 '소국'이 아닌 '수국'으로 입력하고

수국을 찾아다녔단다.

수국이 있는 집이 별로 없어 몇 집을 거쳐 겨우 한 송이 있는 것을 사 왔다고...


"에공.... 우쨌거나 감사해.

난 분명 아침에 '향기가 좋은 소국'이라고 말했는데.."

소국을 당연히 알 것이라 생각한 나의 불찰이었나 보다.ㅋㅋㅋ

덕분에 생각지 않은 곳에서 빵 웃음 선물을 받은 날이었다.

야심한 시간에 우린 케이크 커팅을 하고, 샴페인을 나눠 먹고,

칼로리 듬뿍 높은 케이크를 맛나게 먹었다.

더불어 큰아들 낳을 때 꽃다발 사러 갔다가 아들 출산하는 것을 놓쳤던

아빠의 진한 에피소드를 나누며...


벌써 결혼기념일이 18주년이 되었다.

그 사이 두 아들은 건장한 청년으로 성장했고

우리는 그만큼 세월의 나이를 먹어 쪼그라들었다....!!!

장애를 이유로 많이 아파하고 성장하면서 함께 한 가족,

가족이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서로를 배려하고 기다려줄 줄 아는 가족이 있어 늘 힘을 얻는다.

앞으로의 시간도 즐겁고 서로를 배려하며 사랑으로 살고 싶다.

감사로 마무리한 내 18주년 결혼기념일은 그렇게 안녕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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