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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비에 젖은 가을
-강릉 오죽헌에서...
by
최명진
Nov 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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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의 강릉 여행~~!!!
비가 우리의 여행을 막을 순 없지...
아들에게 어느 곳을 가고 싶으냐고 물으니 '오죽헌'을 말한다.
여러 번의 강릉 여행에서 남은 기억이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자폐성 장애가 있어 한정적 언어에다 표현이 많지 않은데
강릉행을 말했을 때 아들이 '오죽헌'을 말했을 땐 고마워서 눈물이 날 뻔했다.
여행을 다닌 보람이 있구나 싶었다.
여행은 우리에게 아주 특별한 시간이다.
장애가 있는 아들과 세상 구경을 하는 귀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들에게 조용히 있기를 바라기보다는
그 에너지를 건강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바로 여행이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지만 보여주지 않으면 어찌 알겠는가.
덕분에 우리의 삶도 건강해지고 즐거워졌다.
강릉은 우리의 그 짧은 여행 내내 엄청난 양의 비를 내렸다.
우린 꿋꿋하게 우산을 받쳐 들고 그렇게 우리의 길을 갔다.
아들이 기억해낸 그 감사한 '오죽헌'을 향해 가는 발걸음엔 망설임이 없었다.
몇 번을 온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새로운 느낌이 드는 것인지...
무르익은 가을에 축축이 젖어드는 가을비에 근엄함과 진득한 아름다움이
배여 들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노오란 은행나무잎이 더욱 사랑스러워 보였다.
입구에서 먼저 만난 분은 율곡 이이 선생이었다.
'견득사의(見得思義)'~~!!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서예로 즐겨쓰시던 글귀가 떠올랐다.
'견리사의 견위치명(見利思義 見危致命)'~~!!!
견리사의 견위치명(見利思義 見危致命)이라는 말씀은 원래 ‘논어’에 나오는
공자님의 말씀으로 안중근 의사님의 유묵(遺墨)으로 더 유명해진 말이다.
‘이익을 보면 먼저 의로운 재물인가를 생각하고 나라가 위태로우면 목숨을 바쳐라'
가슴이 아릿해 왔다.
줄기차게 내리는 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이처럼 줄기차야 하지 않을까?
폰에까지 잡히는 줄기찬 빗줄기를 보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이 줄기찬 빗줄기에 더 아프지 않도록 함께 해야 할 텐데...
미약한 내 힘을 어찌 써야 할까?
입구에서 보았던 문구와 빗줄기에 더해진 상념은 무게를 더해갔다.
내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은 것은 바로 배롱나무였다.
박범신의 소설 [소금]을 만난 뒤로 더욱 내 시야를 사로잡는 대상이 되었다.
벗겨진듯한 줄기가, 뻗어나간 굴곡진 가지가
곱디 곱게 물든 잎사귀가 내 시선을 앗아갔다.
갑자기 수묵화로 그들을 담아내고픈 생각이 들 정도였다.
비 덕분에 찍힌 사진이 한 폭의 동양화 같아 마음이 흐뭇했다.
담장 밖에서의 자태도 또한 어우러짐이 아름다우니...
내 배롱나무 사랑은 한동안 지속될 거 같다.
지조 있게 내리는 비조차도 율곡과 신사임당의 마음인 듯 새겨졌다.
후대에서 그들을 기리는 이유 또한 그러하지 않을까?
장애가 있는 자식을 키우면서 늘 생각한다.
'충분히 좋은 부모란 어떤 사람일까?'
장애가 있던 없던,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생각할 것이다.
단아한 동상을 바라보다 아들을 바라보니 뭉클한 것은 왜일까?
'오죽헌'을 떠올려준 아들이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오죽헌의 가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귀한 장소였다.
오전에 3시간의 부모님들과 만남과 그를 통해서 전하고팠던 메시지...
그리고 그 교육을 통해 다시 나를 돌아보는 시간.
바닥으로 투영된 풍경들이 예사롭지 않은 또 다른 이유리라.
여행은 늘 나를 성장하게 하는 것 같다.
이번 여행이 충분히 편하고 즐겁도록 그림자 지원을 아끼지 않은 나의 남편과
늘 삶의 동기부여를 해주는 나의 아들에게 내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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