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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앞에서...

-원숙미를 생각하다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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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길을 나섰다.

늘 일 때문에 움직이는 몸이지만

일을 만나러 가는 순간까지도

순간 포착을 지나치지 않는 그녀이다.

'오늘은 어떤 풍경을 만날까?'

늘 그녀의 호기심은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비가 내렸다.

계속해서 내리고 있다.

오늘은 물방울 머금은 그들을 만나겠구나.

옷깃이 젖는 줄도 모르고 그녀는

그녀의 마음은 벌써 그들에게로 달려가고 있다.

비가 오기에 가능한 컷을 위한

그녀의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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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앞~~!!

조금의 여유가 있다.

늘 눈길로 인사를 주었던 그들을 바라본다.

아~~~!!

절로 발길을 돌려 그들을 담는다.

너무 무거워 숙여버린 고개,

안타까움과 더불어 삶의 무게인 냥

절로 마음이 미어지는....

그러나 아름다움을 포기하지는 않는 고고함....!!!


그냥 습관처럼 입에서 흘러나온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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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옆에서



서정주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이 오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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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려본다.

그땐 거울 앞에 돌아와 선 누님 같은 국화를

마흔이 넘은 여인으로 기억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나는 그 마흔을 훌쩍 넘어

다음 숫자를 찍으려 하고 있음에도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원숙함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데...


거울 앞에 서 보았다.

국화꽃의 향기도, 원숙함도 느껴지지 않는

미숙한 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너, 잘 지내니?'

스스로에게 안부를 전한다.


여전히 난

거울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면서도

내 나이의 엄마를 만나곤 한다.

그 힘든 시기를 엄마는 어떻게 버티셨을까?

난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데

그때의 엄마는 어찌 그리도 당차셨던가...


엄마와 비슷한 나에게서

원숙한 내 나이의 엄마를 조우한다.

그때의 엄마도 내 마음과 같았을까???

아~~

나의 엄마...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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