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낙엽 단상

-떠나야 할 때를 아는 그들~~!!!

by 최명진
20151112_113301.jpg



바람이 분다.

스르르 바람에 박자를 맞춰

우스스 낙엽이 떨어진다.

이미 충분히 준비를 한 까닭일까?

가볍게 날아날아 하강한다.

그들의 하강엔 두려움이 없다.

짊어진 삶의 무게도 없다.

가벼워질 대로 가벼워진 몸을

바람에 맡겨 자유 낙하를 한다.


문득

나도 모르게 두 팔을 벌려본다.

가능할까?

아니, 아니야....

넌 너무 무거워.

짊어진 짐이 너무 많아.

버려야 할 욕심들이 너무 많아.

비우지 않으면 어려워.

비워내지 않으면 어려워.


비움~~!!

비움은 뭘까?

아무리 떨쳐내려 해도 떨쳐지지 않는 이 무거움.

일체유심조라고 하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가만 바닥에 구르는 그들을 바라본다.

너무도 가볍다.

바람에 몸을 맡기는 그들은

바람과 일체가 되어 온몸을 맡기고 있다.

바람과 낙엽에서 그들의 소통을 본다.

낙엽은 자유 낙하를 위해

그동안 열정을 다해 몸을 불살라

고운 단풍 만들고

서서히 떠날 준비를 했던 것이다.








20151109_111147.jpg



20151112_114927.jpg
20151112_120033.jpg


구르는 낙엽이 아름답다.

자유로워 보인다.

그에게서 자유 의지를 느낀다.

고운 자태보다 더 아름다운 건

그들이 지닌 비움에 있다.


자신의 몸에서 잎을 떨궈내기 위한 나무와 잎의 준비에 마음이 간다.

나무는 그들을 키워낸 부모가 아닐까.

잎은 부모의 사랑으로 성장한 자식이 아닐까.

때가 되면 떠나는 그들의 섭리에 마음이 울컥한다.

때가 되면 떠나야 하는 것인데...

떠나야 할 때 떠나 보내지 못하고,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떠날 수 있을까?

과연 떠나 보낼 수 있을까?


우리 모두에겐 준비가 필요하다

때가 되어 훌훌 떠날 수 있는 준비.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은 떠남의 준비...

장애 자녀를 키우며 늘상 생각한다.

그들을 그냥 끌어안고 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능한 것들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분리의 의미이다.







내 옆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또 다른 나의 분신.

그가 내 옆에서 내내 살아갈 수도 있겠지.

아님 또 다른 둥지를 찾아 떠날 수도 있겠지.

어떤 삶을 그가 살더라도

그의 삶을 응원하는 것이 나의 몫~~!!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

삶의 진리가 아닐까?

그들이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나무는 그들의 떠남을 준비해야 하리라.

떨어져 자유의지로 구를 수 있는 낙엽의 의지...

내 아이도 또한 그럴 수 있기를.

내 아이가 살아갈 수 있는 그런 터가 있기를.

구르는 낙엽에 마음이 분주해지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