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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문득 생각나는 시 한 편
-추억의 시를 떠올리다.
by
최명진
Nov 1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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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신 햇살 아래 유난히 내 눈에 들어오는 열매,
바로 붉은 산수유 열매였다.
붉은 산수유 열매와 노오랗게 고운 색을 드러낸 잎~~!!
참 아름다운 조화이다.
출근을 하다 말고 그냥 멈춰 서서 그들을 담았다.
문득
떠오르는 시 한 편~~~
김종길님의 [성탄제]~~!!!
학창 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시~~!!!
유난히 시를 좋아해서였을까?
가끔 뜬금없이 시구가 떠올라 읊조리곤 하는데...
성탄제는 그렇게 내 뇌리의 한 부분에 잠식해있다가
이렇게 감성을 불러오곤 한다.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유난히 내게 스며든 부분이다.
그 어린 나이에 난 왜 이 부분을 그토록 처절하게 새겼을까?
난 서러운 서른을 훨씬 지났지만
그 마음만큼은 늘 시리도록 스며든다.
이렇게 산수유가 붉게 물드는 것을 보며 성탄제를 떠올릴 것이고,
눈 맞은 산수유를 보면 또 떠올릴 것이고,
그것이 성탄제 밤이면 또한 떠올를 것이다.
학창 시절은 이미 너무 많이 흘러갔다.
그러나 추억이 주는 시 한 수의 감수성에
문득 그 시절을 떠올리며 사색에 잠긴다.
가을이 깊어간다.
나의 사색도 산수유 붉은 알알이 스며든다...
성탄제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에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란 것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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