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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나는 시 한 편

-추억의 시를 떠올리다.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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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신 햇살 아래 유난히 내 눈에 들어오는 열매,

바로 붉은 산수유 열매였다.

붉은 산수유 열매와 노오랗게 고운 색을 드러낸 잎~~!!

참 아름다운 조화이다.

출근을 하다 말고 그냥 멈춰 서서 그들을 담았다.


문득

떠오르는 시 한 편~~~

김종길님의 [성탄제]~~!!!

학창 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시~~!!!

유난히 시를 좋아해서였을까?

가끔 뜬금없이 시구가 떠올라 읊조리곤 하는데...

성탄제는 그렇게 내 뇌리의 한 부분에 잠식해있다가

이렇게 감성을 불러오곤 한다.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유난히 내게 스며든 부분이다.

그 어린 나이에 난 왜 이 부분을 그토록 처절하게 새겼을까?

난 서러운 서른을 훨씬 지났지만

그 마음만큼은 늘 시리도록 스며든다.

이렇게 산수유가 붉게 물드는 것을 보며 성탄제를 떠올릴 것이고,

눈 맞은 산수유를 보면 또 떠올릴 것이고,

그것이 성탄제 밤이면 또한 떠올를 것이다.


학창 시절은 이미 너무 많이 흘러갔다.

그러나 추억이 주는 시 한 수의 감수성에

문득 그 시절을 떠올리며 사색에 잠긴다.

가을이 깊어간다.

나의 사색도 산수유 붉은 알알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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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제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에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란 것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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