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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낭만열차를 타다.
-s 트레인을 만나다.
by
최명진
Nov 2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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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서대전역으로 향했다.
버스보다는 기차가 낫겠다는 판단하에 급하게 결정했기에
다른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아들의 생일이라 바삐 미역국을 끓여 먹고 나선 길이었다.
걸어서 가능하기에 우린 그렇게 아침을 걸으며 맞았다.
급히 나오느라 커피 한 잔도 마시지 못했기에
서대전역 1층의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받아 들고
2층에 올라와 우리의 승차위치를 확인...
어쨌거나 일 때문에 간다 해도 이렇게 기차를 탈 수 있음이 감사할 뿐.
아들도 신났는지 연신 어깨를 들썩들썩~~!!
기차를 타면서부터 고개를 갸웃갸웃~~~!!
'좀 독특하네... 어쩜 이리도 화려하지? 좌석도 남다른데...'
아무런 정보도 없이 탄 기차였기에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급한 마음에 남편이 티켓팅을 하고 탔던 것이어서 더욱 그랬다.
참 맘에 드는 분위기~~!!!
이런 멀뚱한 내 귓전에 들리는 열차 내 방송~~!!
어머나, 이건 또 뭐지?
기차 안에서 방송을...?
게다가 각 호차별로 서로 인사를 하라고 얘기를 해주네.
영상을 보면서 다른 기차 칸의 분위기도 만나고
우리도 만나고...
뭔가 분명 다르다.
음악신청도 하나보다.
누군가가 음악을 신청했고 몇 호차 누구의 신청곡이라며
낭랑한 목소리로 음악을 선물하는 DJ~~~!!!
호기심을 견디지 못하고 아들과 투어를 하기로 했다.
추억의 상점을 만났다.
어린 시절 학꼬방(학교앞 문방구)을 했던 나의 경험으로
가장 반가운 곳이었다.
아들은 여기서 간식을 사서 먹고
나는 그 사이에 주변을 돌아보며
생생영상으로 스치는 기차 밖의 풍경을 담았다.
도대체 음악은 어디에 신청하는 걸까?
때마침 음악을 들려주는 낭랑한 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그곳에 있음을 확인하고 음악신청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전해받은 쪽지에 아들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과
김장을 위해 이 열차를 탔다는 사연을 담았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의 목적지에 거의 다 왔다는 사실.
음악을 신청하고 우리의 자리로 돌아가 음악을 기다리다가
바로 우리의 하차역이 바로 다가옴을 깨달았다.
조금 더 정보를 알고 갔더라면 좋았을 것을...
신청해 놓은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안타까움이
기차의 레일를 타고 스며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남편~~!!
'자기야, 고마원.
생각지 않은 낭만을 느끼게 되네.'
남편에게 이런 기차를 타게 해줘서 고맙다고 문자를 보냈다.
진작 알았으면 조금 더 서둘렀을 텐데...
아들과 가방을 들고 내리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여전히 기차 안에는 다른 사람의 신청음악이 흘러나왔다.
아쉬움을 안고 창밖을 보고 있는데 들려오는 우리의 사연~~~
조금 전 까지 보였는데 하차를 위해 나가신 것 같다며
아들의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아울러 김장을 하러 가면 아들의 노동력이 많이 필요할 거라는...
목적지 하차 전에 음악을 들려주고자 배려한 그분께 감사를 드린다.
울 아들의 애창곡인 '네모의 꿈'을 들으며 하차를 할 수 있었다.
어쩌다 보니 기차 타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편의에 의해
기차보다 차를 선호하게 되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남도행 관광을 위해 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기차를 타고 내려가면 전주 한옥마을도, 여수 엑스포도 만날 수 있다는데...
다음엔 일이 아닌 순수한 여행을 위해 이 기차를 탔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생겼다.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탔던 기차에서
잠시 즐거운 힐링을 한 느낌이었다.
아들과 김장을 위해 하차를 했지만
순간의 즐거움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우리를 두고 떠나가는 어여쁜 기차...
다음을 기약하는 나의 마음이
철로 위로 뚝뚝 발자욱을 남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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