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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내 몸의 중심
-내 몸은 안녕하신가요?
by
최명진
Nov 2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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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덮힌 강아지풀
소담스럽게 첫눈이 내렸다.
게으름이 잠식한 몸은 자꾸 따스한 곳을 찾는데
'띵동' 남편에게서 온 설경을 받고선 정신을 수습했다.
밖의 설풍경을 남편이 아니었다면 출근 때까지 알지 못했으리라.
고마운 사람, 늘 나를 깨어있게 해주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과 동반자가 되었음에 감사하며...
사부작사부작 날리는 눈발을 본다.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에서 최고의 가사가 마지막 부분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하얀 눈 소리 없이 자꾸 올라가네.'
바로 이 느낌이었구나.
그냥 보기엔 가벼워 바람에 자꾸 하늘로 날리는 것 같은데
그들은 어느새 하강하여 바닥을 하얗게 덮고 있음이라.
풍경이 아름답고 정겨운 만큼
이 눈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 또한 그러할까?
더운 여름도 어렵지만 추운 겨울은 또 어떻게 지낼까?
내 보기엔 소담스럽게 덮인 눈이 포근하고 아름다워 보이는데
다른 이들도 또한 이처럼 볼까?
내리는 눈을 보면서 문득 묻는다....
우리 몸의 중심은?
웬 생뚱맞은 질문이냐고?
그냥.... 그냥 생각이 났다.
교육을 하면서 이 질문을 던진다.
어떤 이들은 심장이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허리라고 한다.
어떤 이들은 심장, 뇌, 경추 36번(?)이라고 했다.
그 이유를 들으면 나름 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분들께 생뚱맞게 다시 질문을 한다.
"밤송이를 까다가 손끝에 밤 까시가 박혔어요.
내 몸의 중심은 어디일까요?"
처음엔 무슨 소리지 싶다가 이내 '손끝'이라고 대답한다.
그렇다.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던 몸의 중심은
내 몸이 편안해야 중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역으로 아픈 곳이 내 몸의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가?
누가 중심인가?
그 중심은 과연 중심으로서 인식이 되고 있는가?
내 몸의 중심이 아픈 곳이듯
이 사회의 중심은 사회적 약자임을 우린 잊고 산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나의 안전과 행복은 그들과 연계되어 있음에도
우린 그들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곤 한다.
다시 툭 하고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몸은 안녕하십니까?
당신의 아픈 곳은 안녕하십니까?"
내 몸도 아주 작은 곳이지만 그곳이 평안해야 안녕하듯
우리 사회의 안녕도 사회적 약자들이 안녕해야 진정 안녕하지 않을까?
내 커다란 몸뚱이가 작은 가시에 영향을 받듯
우리가 사는 세상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서로의 행복과 안녕에 영향을 주고받는다.
내 몸은 안녕한가?
내 이웃은 안녕한가?
내가 사는 사회는 안녕한가?
가장 큰 이기심을 이런 의미에서 이타심이 아닐까?
나의 행복과 안녕은 나뿐만 아니라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안녕과 행복에서 오는 것이니 그들의 행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출근 전의 차에 사랑의 하트를 그려보았다.
오늘 내가 행복과 안녕을 기원하듯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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