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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허한 11월을 보내며

-대청호의 11월 풍경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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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과 함께 드라이브에 나섰다.

11월의 대청호는 어떤 모습일까?

올해는 가장 아름다울 대청호의 모습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오늘에 이르렀으니...

게으름엔 끝이 없나 보다.


며칠 전 내렸던 눈은 이미 녹아버렸지만

그 흔적은 남아 질척 질척함을 선물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떨어져 버린 낙엽,

그 위로 가볍지만 추워보이는 나무들.

눈 녹아 흐물흐물 젖어 흐느적거리는 낙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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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앉아서 알콩달콩 데이트를 즐겼을 자리.

그들 대신 허전한 자리를 채워주는 낙엽들.

발아래 구르는 낙엽들을 조심스럽게 지나치는 나.


11월은 참 쓸쓸한 달인 것 같다.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을 떨구어내는 빈 마음의 달,

그 쓸쓸함과는 달리 다음 해를 기약하는 의지의 달,

비어있는 풍경을 보며 앞으로 올 겨울을 준비하게 하는 현명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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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왔던 눈이 녹지 않은 유일한 곳이 있으니

바로 이 눈사람이었다.

아이가 오줌을 지리듯 녹아 흐르는 물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조금은 익살스럽고 조금은 귀여운 눈사람.

덕분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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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커피 한 잔 손에 들으니

추위가 손 주위로부터 쭈뼛쭈뼛 꼬랑지를 뺀다.

그 앞으로 몸을 다숩게 덥혀주는 난로.

바야흐로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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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과 함께 길을 따라 걷는다.

어느 것도 화려한 풍경은 없다.

햇살이 스미지 않으니 더욱 그러리라.

황량한 11월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다.

이것이 11월의 진정한 모습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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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모르고 봉오리를 맺는 꽃.

그도 11월의 황량함을 몸으로 느끼고 있을까?

고적한 풍경에 정적을 깨는 까치.

그를 바라보는 벗과 나.


가만 생각해보면 가장 황량하고 겸허한 달이 바로

2월과 11월이 아닌가 생각한다.

계절의 옷을 입고 있기엔 모호한 달,

그러나 그 두 달이 없으면 꽃피는 봄도,

눈 내린 겨울도 없겠지.



황량한 11월, 겸허의 11월을 보내며

마음을 비워보리라 다짐해본다.

놓고 갈 것은 놓고

다음을 기약할 것은 다시 계획을 세워야 하리라.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한 11월,

고맙구 감사하네...


내게 올 12월을 잘 보내려네.

잘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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