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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사진 보내주는 남자
-반쪽을 생각하며...
by
최명진
Dec 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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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자가 빠져나간 공간에 덩그라니 남아있는 나.
식은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늦은 아침을 먹는다.
커피는 먹기에 좋을 만큼 식어
목구멍의 넘김이 편안하다.
아들이 예비 고3이 되면서 우리 집안 공기도 달라졌다.
아들이 한 시간 늦게 귀가하는 것뿐인데
우리의 시간도 그렇게 늦어져 피로가 누적되는 느낌.
이제 2주를 지냈을 뿐인데
앞으로의 일 년을 걱정하는 아들...
나 역시도 지구력과 체력에 대해 걱정이 된다.
바쁜 남편이 늘 내 자리를 메워주고 있어
감사한 마음인데
요즈음은 아들의 귀가까지 돕고 있다.
어제도 밤에 회의가 있어 끝내고 돌아오니
집이 고요했다.
잠시 후 들어오는 남편과 큰아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수고했다는 말과 포근한 허그~!!
반쪽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내가 선택한 일 중 가장 잘 한 일?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그 녀석의 심술기에 많이 아팠다.
그래도 역시 사람이 최고임을...
습관처럼 폰의 사진을 뒤적이다
몇 컷의 사진에 눈길이 머문다.
올해 첫눈이 오던 날 남편이 보낸 사진이다.
아무 말없이 내게 전해진 몇 컷의 사진.
흠~~!!
예전엔 몰랐던 남편의 감성과 섬세함에 감동...
누군가와 어디서 맛난 것을 먹고 오면
꼭 그곳에 가족을 데려가려는 남자.
그 맛을 가족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남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옷의 구김조차 늘 깨끗이 다려주는 남자.
그 남자의 감성 사진 몇 컷에 그 아침이 행복했던 기억이...
점심을 먹고 나서 인근 산책을 하면서
한두 컷의 사진을 보낼 줄 아는 남자.
그 대상이 나여서 행복하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나를 위해 아낌없이 길을 달리는 남자.
가족에게 늘 가장의 역할을 아낌없이 해주는 남자.
세 남자의 빈자리를 돌아보며
오늘도 열심히 즐겁게 보내자고 다짐을 해본다.
집안 곳곳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흔적.
반쪽이가 보내준 사진에 아침 감성이 충만해진다.
오늘은 내가 본 아름다움을, 삶의 열정을
사진으로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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