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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최명진
Dec 04. 2015
장애인가족으로 산다는 것
-특별한 듯 하지만 평범한 삶
문득 누군가가 내게
'장애인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떤가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겠지...
"그냥 똑같은 삶이지요..."
다른 사람들처럼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데 조금 다른 부분으로 인해
오해도 받고, 어려움도 겪고, 분노도 하고...
주변의 엄청난 시선테러....!!!
아들이 장애라고 물음표를 갖기 전까지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들이
일순간에 뒤섞여 이제 어느 것이 진실한 내 삶인지 혼동을 겪는 거지...
장애가 있던 없던 내 아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는데
그 아이와 다니는 모든 순간이 긴장의 연속과 스트레스의 연속이 될 수도 있다는...
그저 나는 생각지 못한 내 아이의 장애에 대해 적응을 하기 위해
치열한 적응력 테스트를 겪는 동안
내 원가족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숨죽여 지켜본다는 것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알게 되었다.
그들의 철저한 인내의 가면에 가려 난 내 손끝의 가시만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다시 무너지기...
나의 인생열차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달려간다.
때론 일순간에 어려움이 지나가길 바라기도 했지만
이젠 그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냥 맞춰진 시계에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을 깨달았기에.
아침엔 햇살이 들던 역사가 돌아오는 저녁엔 비가 섞인 진눈깨비로
흩날릴 수도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또한 그런 것이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밖의 풍경을 담는다.
멋지게 담고자 하여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흔들리고 흘러버려
사진다운 사진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웃음이 나왔다.
그 나름의 맛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교한 사진이 가지는 아름다움만큼 흐려진 사진이 가진 맛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의 장애는 많은 부분에 변화를 가져왔다.
아들의 장애가 살아가는데 가장 큰 어려움이 되다 보니
다른 어려움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시하고 지나가기도 하고 무뎌지기도 했다.
우리의 전재산을 퍼부었던 아파트의 부도도 아들의 장애로 마비된 채 맞고 지나갔던 것 같다.
장애의 대단한 위력이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끊임없이 추락하고 나니 마지막은 다시 올라가는 거였다.
내가 아무리 미친다고 해도 해결이 되지 않는 현실을 다시 곰곰이 살피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내 삶으로 돌아왔고
그 삶의 중심엔 장애가 있는 내 아들이 있었다.
아들을 제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들과 함께 할 것을 찾으니 의외로 숨통이 트였다.
아들과 소통하기 위해 나는 많은 자료들을 찾았고
많은 책들과 만났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혹여 흔들릴 나를 위해 끊임없이 아들과 했던 것들에 대해 끄적이며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독서치료, 미술치료, 청소년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 가족상담 등....
아들과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것들을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아들은 조금씩 변해가는데 내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아들의 장애를 직면하는 순간과 내가 장애가족으로 살아가는 데는
같은 시간이 흘렀다.
나는 아들과 행복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아들과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히 실천했고
더불어 문밖에서 만나는 사회의 변화를 위해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나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준 곳이다.
혼자였으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치니
철옹성 같던 사회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법이 만들어졌고 우리는 그 법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여전히 우리가 생각하는 세상은 아니지만 난 그 발전의 변화를 믿는다.
당연한 권리를 찾아가는 일이 이토록 어렵고 힘든 줄 예전엔 모르고 살았다.
아니 어쩌면 아는 것이 없으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았던 것 같다.
갈수록 사회가 돌아가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인권을 만나면서 더욱 그러했다.
'장애이기 이전에 사람'~~!!!
내 뇌리를 채우고 있는 말들....
역지사지, 줄탁동시,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민폐 끼치고 살기, 소셜맘...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냥 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삶에 장애가 있는 울 아들이 있을 뿐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듯 나도 울 아들과 살아가고 있다.
단지 조금 더 다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해선 열심히 알리고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 울 아들도 그 세상의 일부일뿐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세상~~!!
우리 아들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그 길을 닦는 사람들과 더불어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작은 노력의
조약돌을 오늘도 놓으러 간다....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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