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아픈 사람들

-하지 않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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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엔 무엇이 있을까?

여러 개가 있겠지만 그중의 하나가 '감정'이 아닐까 싶다.

슬픔, 기쁨, 화남, 행복함, 짜증남, 울컥함...



오늘 내게 남은 감정 중 가장 진한 감정을 말하라면 먹먹함'이라 말하고 싶다.

순간에 울컥하고 올라오는 먹먹함을 지워버리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간직하고 싶었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그 먹먹함은 내게 앞으로의 과제로 남겨질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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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은 발달장애인을 고용하여 친환경 출장세차를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샵 형태가 아니기에 우린 날씨에 무척 민감할 수밖에 없다.

눈, 비, 황사, 더위, 추위는 우리에게 나름 치명적인 환경일 수밖에 없는 상황.


안타깝게도 오락가락하는 비 때문에 출장을 할 수 없었던 날이었다.

당연히 출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날씨의 심술로 출근을 보류한 날이었다.

(하루 4시간 근무를 하기에 날씨에 따라 출장 일정을 조정한다....)

이른 아침에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직원의 생일을 이미 확인한 상황이었는데

어설프게 내리는 비가 직원의 출근을 스톱시키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울 아들 생파해야 하는데 왜 비가 오냐구요.ㅠㅠ'

직원의 어머님으로부터 온 문자에 내 가슴은

하늘보다 굵고 진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출근을 해서 일을 하고 직원들과 함께 생일파티를 나름 생각했을 텐데...

비로 인해 출근이 보류되었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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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안타까운 마음은 내게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발달장애가 있는 울 아들이 그대로 투영되었다.

다른 비장애 아이들 같았으면 나름의 생일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참으로 많을 텐데...

울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겐 그 역시도 쉽지 않음을...


생일날인데 갈 곳이 없는 아들과 그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먹먹함이 가슴 가득히 채워졌다.

잠깐이라도 사무실에서 아들의 생일파티를 해주면 안 되겠냐는 어머님의 제안...

아드님을 보내라고 하고서 상황을 공유한 우리.

그렇게 사무실에 온 직원의 생일 축하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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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하지 않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을 경험한다.

'하지 않는 것'은 내 의지에 달렸다면,

'하지 못하는 것'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생각을 한다.

생일날을 특별한 날로 인식하지 않아 생일파티를 하지 않는 사람과

나름 즐기고 싶어도 즐길 수 없는... 생일파티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경험하는

심상의 차이는 아주 크다.


학교라도 다니고, 갈 수 있는 곳이 있을 땐 그나마 다행이지만

특별히 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는 그 특별한 날(생일)은

아주 절박한 슬픔을 만들기도 한다.

가족 이외엔 생일을 함께 즐길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어우러져 관계를 형성하고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다른 이들에겐 당연히 즐길 수 있는 날이 더욱 슬퍼질 수 있음이다.


발달장애인들에게 평생교육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일을 하고,

일을 할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는 그들이 그들의 삶을 즐기고 함께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누구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직원의 생일파티는 그 달의 회식 날에 함께 하고 있긴 하지만

진짜 생일날을 즐기고픈 상황에서 할 수 없음은 또한 아련한 슬픔을 준다.

어찌 보면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할 부모의 가슴이 또한 많이 아린 날이기도 하다.

몇 컷의 사진을 어머님께 보내고 나서 마음이 착잡했다.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줄 순 없지만 이런 날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겠다는 생각...!!!


또 다른 숙제가 가슴에 안기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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