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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아들과 엄마의 세상만나기
형과 누나가 아들에게 전해 준 말
-미성숙한 인생은 없다
by
최명진
Dec 30. 2015
아래로
비행기가 이륙을 한다.
일상이 아닌 상황을 몸이 감지를 한다.
고막이 찢어질듯한 아픔이 스치며 상공으로 진입.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담을 수 없는 풍경이 눈 아래로 펼쳐진다.
꼬몰꼬몰 몰려있는 우리의 세상이 보인다.
엄청나게 컸던 것들이 마치 소인국에 온 것마냥
작은 소품이 되어 옹기종기 모여있다.
갑자기 숨통이 트이는 이유는 뭘까?
담고 싶어도 담을 수 없는 하늘 아래의 풍경을 담담히 담는다.
우리가 말하는 하늘이 이런 것이었나?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살아도 살아도 아지 못하고 가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늘 겸손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늘 경청하고, 주변을 돌아보며 다른 이의 삶을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아버지의 팔순 기념으로 함께 떠난 여행.
울 두 아들은 마냥 신이 났다.
한 녀석은 고3을 앞두었기에 당분간 여행이 어려울 것이기에,
다른 한 녀석은 엄청 좋아하는 외사촌 누나가 여행에 함께 했기 때문에.
만나자마자 연신 미소를 끊이지 않고 흘리는 아들.
떠나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이 좋은 이유는 평소의 자리를 떠나 모이기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대화를 하기 좋다는 것이다.
해병대 마지막 휴가를 나왔던 조카와 이제 방송국 작가를 하고 있는 조카.
우리 집에서 꼬물꼬물 모여 6주간의 여름방학을 함께했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녀석들은 이제 성인이 되어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벌써 십 년이 훌쩍 넘어버렸다...
아들의 장애를 인지하고 커다란 구멍이 가슴에 뚫렸던 그때.
맞벌이를 하는 언니가 두 조카의 여름방학을 부탁했을 땐 아무 생각이 없었다.
다만 아들의 장애로 인한 슬픔을 무언가로 비워내고 싶었을 뿐이다.
그 무거운 자리를 두 조카가 함께 하면서 난 눈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순간을 아이들과 함께하며 다독일 수 있었다.
삼시 세 끼에 아이들의 공부까지...
조카들은 기특하게 나를 잘 따랐고 울 두 아들을 참 잘 돌봐주었다.
어우러짐이 어려운 아들은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고 관대한 형과 누나 덕분에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깁스를 한 팔로도 누나와 형을 쫄랑쫄랑 따랐다.
그 시간들이 조카들이나 울 두 아들, 그리고 우리 부부에게도
커다란 자산이 되었음을 돌아보니 알겠다.
감사하고 소중한 사람들.
여행을 가면서 만난 조카와 전 주의 아버지 팔순에 만났던 군인 조카에게
동생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으면 경험으로 말을 해달라고 부탁했었다.
엄마나 아빠가 아닌 자기보다 조금 더 나이가 있는 형과 누나의 경험이
울 아들에겐 잔소리가 아닌 조언의 말이 될 거란 생각을 했던 것이다.
역시나....!!!
시크한 울 방송작가 조카는
"학교와 사회의 다른 점이 뭔 줄 알아?
학교는 아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왜 안 나오는지 전화하고 오라고 하지만
사회는 그날로 끝이야... 사회는 냉정해. "
하고 말을 해주는 것이다. ㅎㅎㅎ
백배 공감~~!!!
전역을 며칠 앞두고 마지막 휴가를 나온 해병대 조카의 말,
"지금 형 눈에는 남자들이 두 부류로 나눠 보여.
군필자인가, 미필자인가..." ㅋ~~~!@!
역시 최고의 조언이다.
두 조카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이는 울 아들.
어떻게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이해했으리라.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나는 먼저 나서 조금 먼저 경험한 조카들의 진지한 이야기를 귀에 담고 담았다.
세상에 미성숙한 사람이 어디 있는가?
모두 각자의 현실에서 최대한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비록 그것이 누군가의 눈에는 어리숙하고 부족해 보여도 그의 삶이다.
어리숙하고 부족하다고 삶이 아닌 것은 아니니까.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는 시간,
비행기가 다시 공항으로 착륙하고 우리의 공간으로 돌아오는 시간.
두 조카가 아들에게 해준 조언에 내 가슴이 뜨거워졌다.
참 좋다. 이렇게 말을 해줄 형과 누나가 있어서.
그들이 살아온 만큼의 인생을 이야기해주어서 고맙고,
그들의 삶에 어떤 것이 가장 크게 다가오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들과 두 조카의 조언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아들은 형과 누나의 조언에 자신의 앞에 펼쳐질 미래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나대로 두 조카의 조언에 나의 삶을 돌아보며 지금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같은 교육이라도 그때마다 여는 말이 다른 이유는 세상이 변하기 때문이고
그런 세상에서 나의 관점이 변화 발전하기 때문이리라.
'역지사지' , '줄탁동시', '더불어 함께'~~!!
올해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아닌가 싶다.
세상에 어떤 사람의 말도 허투루 들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 것인가는 나의 역할일 뿐이다.
오늘도 두 조카의 말이 귓전에 스친다.
어떤 사람도 미성숙하거나 어리지 않다.
각자의 현실에서 가장 성숙한 존재인 것이다....
그들과 소통하고 경청하면서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하루가 되길 바래본다.
비행기 안에서 독서에 열중인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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