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지 않는 손톱

-엄마의 손톱을 보면서...

by 최명진
20151121_161927.jpg 벼를 베고 난 자리에 다시 난 싹~!!


20151121_161954.jpg 배추가 있던 자리~~!!



아들 둘을 데리고 차를 운전해 시골 친정집에 갔다.

아버지의 팔순이기에 가는 친정집이었다.

이미 잔치는 다순 봄에 했기에 가족끼리 오붓하게 모이기로 한 것이기에

마음 또한 가뿐했다.

다만 장거리 운전이 미숙하기에 그것이 가장 신경 쓰였을 뿐이다.

반겨 맞아주시는 부모님~~!!!


모처럼만에 세 모녀가 커피 한 잔을 놓고 부엌에 앉아 도란도란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나오고

요즈음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왔다.

어쩌다 보니 엄마가 할머니가 된 나이가 된 나이지만

여전히 엄마에겐 걱정스러운 딸로 남아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울 엄마.


20151121_162130.jpg 늦은 비에 든실하게 자란 상추~~
20151121_163137.jpg 들깨를 털고 난 자리리에 다시 난 싹~~


수다를 떨다가 나도 모르게 엄마의 손에 눈길이 머물렀다.

예전엔 전혀 볼 수 없었던 어여쁜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톱.

울 엄마 손톱이 저리도 예뻤었나?

나는 이야기를 하는 엄마의 소리를 귀로 들으며

계속 엄마의 손톱을 바라보았다.

순간 뭉클함이 올라와 하마터면 눈물이 날뻔했다.


내 기억 속에 남은 엄마의 손톱은 볼록렌즈처럼 둥근 손톱이 아니라

늘 오목렌즈처럼 푹 파여 들어간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눈만 뜨면 일을 하는 까닭에 손톱이 자랄 틈이 없었던 까닭이다.

잠깐 밭에 다녀온다고 하다가도, 논에 다녀온다고 하다가도

함흥차사이기 일쑤인 울 엄마.

기다리다 못해 찾아 나서면 엄마는 늘 맨손으로 풀을 뜯고 계셨다.


고추 하나 따러 갔다가도 눈에 보이는 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해서

그에 뽑아내어야 직성이 풀리시는 울 엄마.

덕분에 여전히 부모님의 텃밭은 정갈함의 극치를 이루곤 한다.

준비 없이 나갔다가 주저앉아 일을 하시는 엄마,

그 덕분에 가장 혹사를 당했던 곳이 또한 손톱이 아니었을까?

손톱 끝에 흙이 들어가 흙물이 드는 것은 기본이었다.


20151122_130639.jpg 아버지의 장미~~!
20151121_162142.jpg


언제였던가?

논농사, 밭농사, 작은 학꼬방까지 하시느라 쉴 틈이 없었던 엄마랑 함께

뽕밭을 매다가 내 눈에 들어온 엄마의 손~~!!!

넘치는 일로 인해 바르르 떨리는 엄마의 손....

그리고 내 눈에 클로즈업되어 들어온 엄마의 손톱...!!!

볼록렌즈처럼 둥근 내 손톱과는 달리 옴폭 파인 오목렌즈처럼 닳아버린 엄마의 손톱.

울컥 눈물이 났던 것 같다.


그날 밤 나는 몇 장의 일기를 썼던 것 같다.

엄마의 손톱에 대해서 되지도 않는 시를 가슴으로 썼었던 것 같다.

그 뒤로 난 엄마의 손톱을 유심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쓸데없이 너무도 잘 자라는 내 손톱과는 달리 엄마는 깎아야 할 손톱이 없었던 것이다.

콩나물처럼 쑥쑥 잘 자라는 나의 손톱이 어찌나 부끄럽고 미안했는지...

그렇다고 해서 난 여전히 효녀를 자처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습관처럼 엄마의 손톱을 살피며 마음을 다지곤 했었을 뿐.



20151122_161833.jpg 어린 시절 맛난 간식이었던 까마중~~!!



커피잔을 드는 엄마의 손톱을 계속 물끄러미 바라보다 나는 물었다.

"엄마, 엄마의 손톱이 그렇게 예뻤었어요? 어쩜~~ 울 엄마 손톱 넘 이쁘다.

예전엔 맨날 옴폭 파여서 아파만 보였는데...

엄마 손톱이 이렇게 예쁜 줄 오늘 처음 알았네..."

나의 말에 소녀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엄마가 당당하게

다섯 손가락을 쫙 펴서 내게 보이셨다.

마디가 굵게 졌지만 엄마의 손과 손톱은 정말 예뻤다.


"노인정에 강사들이 와서 손톱 손질도 해주고 해.

그래서 내가 이왕이면 고생 많이 하신 할머니들 손과 손톱 제대로

손질 좀 해달라고 주문했다.

대충 해주지 말고 관리하는 법도 알려주고 이쁘게 매니큐어도 발라달라고 했지..."

젊어서는 일을 하느라 마을회관에 가는 것조차 사치였던 엄마가

노인회 회장을 하면서 노년의 시간을 즐기시고 계시니 감사할 뿐이다.


"열심히 일하다 보니 늙어버려 가꿀 줄도 모르는 노인네들이지만

이런 기회에 이쁘게 손질도 해주고 튀지 않게 이쁘게 발라달라고 했다...."

당당하게 당신의 손을 내밀며 행복한 미소로 말하는 엄마를 보니

젊은 시절 일로 빼앗겨버린 엄마의 옴폭 패인 손톱처럼 돌릴 수 없는

청춘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엄마도 아름답고픈 여자였음을...


"그래도 늘 감사하다. 너희들이 잘 살아줘서... 그러면 되었지."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 속에도 나는 엄마의 손톱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넘치도록 일을 하지만 않았어도 충분히 더 아름다웠을 엄마의 손과 손톱~~!!

굵게 마디진 손 끝으로 단아한 매니큐어 색이 엄마의 노년을 곱게 덮고 있었다.

참으로 감사하고 감사하다.

늦게나마 엄마의 아름다운 원래의 손톱을 볼 수 있어서,

소녀처럼 환한 미소를 돌려준 어여쁜 손톱을 볼 수 있어서...



20151121_162954.jpg 울 엄마의 손톱과 발톱을 연상케 하는 옥수수의 마른 둥치~~!!

***사진은 울 부모님의 시골집 풍경이다...어느 것 하나도 허투로 버릴 수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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