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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아들과 엄마의 세상만나기
날마다 백팔배를 하는 아들들
-하루를 정리하면서...
by
최명진
Jan 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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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4시간은 늘 주어지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어찌 쓰는가는 순전히 각자에게 달려있다.
늘 하루를 의미롭게 살기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일 수 있지만
그래도 하루를 정리하면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필요한 것 같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꼭 해보자 한 것 중의 하나가
날마다 몇 장의 독서와 나 돌아보기 시간이다.
2013년 여름~~!!
일에 치여 하던 등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갈수록 무거워지는 몸,
이 몸에 대한 대안이 필요했다.
그렇게 시작했던 것이 백팔배였다.
종교적인 의미보다 운동과 하루를 정리하는 한 방법이었다.
사찰에서 하는 백팔배와는 달리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에
집에서 하는 백팔배는 순전히 내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어느 정도 집안일을 마치면 나는 의식적으로 백팔배를 시작했다.
작심삼일이라도 시작을 한 것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두며
그렇게 백팔배를 시작했었다.
두 아들이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고서 고개를 갸웃갸웃~~!!
그냥 며칠을 두었다.
백팔배를 하고 나서 땀에 젖은 몸을 샤워로 정리를 하면 어찌나 개운하던지...
그 자체로 감사하고 좋은 시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호기심에 쳐다보는 두 아들에게 난 같이 백팔배를 하자고 제안을 했다.
곧 고등학교를 들어갈 큰 아들에게는 운동시간이 줄어드니 규칙적으로
백팔배를 하면 운동도 되고 하루를 마감하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자폐성장애가 있는 둘째 아들에게는 더불어 호흡을 하는 것에 대한 제안이었다.
누구랑 무엇을 함께 하기가 어려운 아들이 우리와 함께 백팔배를 하면서
상대와 호흡을 맞추는 연습도 하고 , 인내력을 키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감사하게도 두 아들은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우리의 백팔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두 아들이 열심히 하여 일상으로 이어질 즈음
내 건강은 더 나빠져 백팔배가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사실 백팔배를 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것이 내게
상당히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다음 해 6월 즈음 난 백팔배를 멈췄다.
감사하게도 두 아들은 계속해서 백팔배를 했고 나 역시도 그러길 바랬다.
시간은 흘러 여전히 완벽하게 365일을 백팔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들들의 생활에 백팔배는 생활화가 되었고 나는 새해를 맞아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 의지의 실험이기도 했던 백팔배를 멈춤에 대해 건강보다는 의지박약이란 생각이
더 들었던 것이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신년을 맞아 작심삼일을 넘기는 것을 목표로 나는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큰아들이 무척 반기며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희망을 얘기했다.
그 말이 어찌나 고맙던지...
영화 어린 왕자 중에서...
내 백팔배는 내 의지의 실험에서 시작되었었다.
아들의 장애를 알기 전 복잡한 심사를 절에 가서 백팔배를 하며 다독이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해지곤 했다.
그 뒤로 시작한 전국 산행에서 사찰을 만나면 최대한 백팔배를 했었다.
그냥 그 자체로 위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아들의 장애를 알고 무너져내릴 때 더 미친 듯이 백팔배를 했던 것 같다.
등산을 다니며 만나는 사찰에서 백팔배를 하던 일이 내겐 참 좋은 기억이었다.
마음이 무너져내릴 때 아무 생각도 없이 백팔배를 하고 흠뻑 땀을 내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정돈되었기 때문이다.
장애가 있는 아들도 그 사이 많이 성장을 했고 그 아들에게서 '인내심'과
'함께 '라는의미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그때 떠올랐던 것이 백팔배였다.
물론 그전에도 사찰에서는 아들들과 함께 했지만 생활화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참으로 감사하게 큰아들은 내가 건강상을 이유로 백팔배에 게으름을 피울 때도
동생을 데리고 백팔배를 했다.
때론 짜증을 부리는 동생의 컨디션을 보면서 동생에게 자신이 두 배를 할 때
동생은 일 배를 하도록 하여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뭉클해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몇 번.
아들은 나보다 훨씬 끈기 있게 백팔배를 이어 오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그 성실함과 동생과 함께하는 모습이 내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아들은 역시 나의 스승임을...
난 장애가 있는 아들을 '어린 왕자'라고 부른다.
어려운 와중에도 아들이 보이는 미소는 늘 어린왕자를 떠올리게 하였다.
나이보다 훨씬 순수하고 천진한 미소를 보면서 어린왕자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또 아들의 행동과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 아들이 어느 별나라에서 와서
내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대학시절에 읽었던 어린 왕자가 아들의 장애를 직면하고 더욱 깊이 파고든 것은 어쩜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간절히 드는 이즈음이다.
연말에 보았던 어린 왕자를 떠올린다.
너무 좋아서 보고 또 보고....
다시 20여 년이 훌쩍 지난 해묵은 책을 찾아 읽고 아들과 이야기를 하고...
내 어린 왕자는 이미 훌쩍 커버렸고 그 녀석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보듬는 나의 큰아들.
그 아들에게 엄마도 포기한 백팔배를 왜 하는지를 물었다.
"엄마가 제게 권했던 많은 것들이 의미 있었지만, 백팔배가 특히 더 그런 것 같아요.
제게 백팔배를 권해줘서 고마워요.
운동의 개념으로도 좋고, 하루를 정리하고 마음을 다듬는데 너무 도움이 되고 있어요.
역시 우리 엄마에요."
아들의 말에 백팔배보다 더 진한 감동이 내 가슴으로 스몄다.
너무도 뭉클한 어린왕자 영화 중의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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