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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아들과 엄마의 세상만나기
아들, 기린을 만나다.
-아들과 오월드에 가다.
by
최명진
Jan 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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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으로 쳐진 몸을 일으키다 아들과 눈이 마주쳤다.
무언가를 원하는 눈빛,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눈빛....
"아들, 어디 가고 싶어?"
"네, 오월드에 가고 싶어요."
"그렇구나. 엄마를 기다린 거야?"
"네~~~~~!!"
아들이 힘차게 대답을 했다.
오월드에 입장하니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무슨 공연이 있나 보다.
꼬맹이들과 부모님들이 있는 곳으로 아들과 발걸음을 옮겼다.
동물친구들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동물들이 준비한 연극이 끝나고 싸이의 '나팔바지'란 노래에 맞춰
흥겹게 공연을 이어나갔다.
넋을 놓고 구경을 하고 있는데 아들이 그런다.
"엄마, 기린을 만나고 싶어요."
"그래? 공연이 끝나면 한 번 만나볼까? 조금만 기다려..."
그렇게 아들과 공연을 보고 있는데 낯익은 어머님이 곁을 스쳤다.
가만 보니 역시 장애자녀를 키우는 엄마....
우리 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서 있었던 피플 퍼스트 프로그램을 했던
학생의 엄마였다.
그 자녀는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공과에 다니고 있었다.
그 엄마도 역시 나와 같은 이유로 딸과 함께 이곳에 온 것이다.
아이들이 북적이는 곳에서 만난 엄마.... 그냥 웃었다.
"울 딸이 나오자고 해서..."
"저도요..."
친구와 어우러져 지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하니 이렇게
부모가 움직여야 하는 상황...
짠한 마음이 일었다....!!!
공연이 끝났다.
혹시나 하고 있었는데 포토타임을 가질 거란다.
사진 찍을 사람은 줄을 서서 기다리라고 했다.
아들과 멋쩍지만 그렇게 줄을 섰다.
그 어머님도 딸과 줄을 섰다.
우린 그렇게 인증샷을 남겼다.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겨우 기린과 사진을 찍은 아들,
무엇이 아쉬운 것일까?
기린이 자리를 뜨니 따라서 움직였다.
"엄마, 기린을 다시 만나고 싶어요. 악수하고 싶어요."
난 아들의 요청에 의해 다시 기린에게 다가갔다.
이런 우리의 대화를 들었는지 기린이 성큼성큼 우리에게 다가왔다.
"울 아들이 기린이 넘 좋대요. 악수하고 싶대요."
기린은 흔쾌히 악수에 응했다.
그리고 뜨거운 포옹까지....
아들은 움직이는 모든 동물들을 무서워한다.
아니, 극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예전엔 그토록 좋아하는 동물 인형도 만나고 싶다고 했다가도
움직임에 놀라 뒷걸음을 치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흔쾌히 포옹까지...
기린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돌아서자마자 아들은 내 폰을 확인했다.
기린과 찍은 사진을 보더니 함빡 웃었다.
무엇이 그리 좋은 것일까?
아들과 나는 그렇게 두 시간 가량을 오월드에 있었다.
이미 충분히 기린으로 인해서 기분이 좋아진 아들.
함께 모처럼만에 동물원을 돌았다.
갇힌 동물에 대해서는 두려움이 없는 녀석이기에 그렇게 돌아보았다.
나도 덕분에 아들과 데이트를 즐겼다.
공연장에서 보았던 그 모녀도 우리처럼 주변을 돌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아들은 놀이기구를 타겠다고 떼를 쓰지 않았다.
어린아이들이 타는 놀이기구이니 오늘은 그냥 구경만 하자했는데
기특하게도 아들은 그 약속을 지켰다.
아들의 성장을 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성장하지 않는 것 같지만 분명 성장하고 있다.
다음은 어떤 것일까?
여전히 뽀로로의 '에디'를 너무 사랑하는 아들~~!!
꼬맹이들 틈 사이에서 뽀로로 공연을 보았던 중학교 때가 떠오른다.
반드시 에디를 만나고 싶다고 했던 아들의 소원을 그땐 이루지 못했다.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들어가려는 에디를 불렀지만
그냥 들어가버렸던 기억이 있다.
그때 아들은 에디와 함께 사진을 찍지 못한 설움을 내내 얘기했었다.
아들의 정신연령이 성장하기 전엔 여전할 것 같은 에디 사랑.
다행히 이번엔 만나고픈 기린을 만나서 얼마나 좋았는지...
아들은 내내 기분이 좋게 다녔고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내내 자라지 않는 피터팬처럼 이 정신연령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아들을 생각하면 내내 가슴이 시렸지만...
그래도 더디지만 서서히 성장할 아들을 기대하면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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