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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아들과 엄마의 세상만나기
자리를
양보받은
여자
-잡상을 펼치다.
by
최명진
Feb 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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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짧지만 굵은 달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졸업과 총회가 가장 많은 달....
게다가 올해는 설도 있었기에 더욱 그리 느껴지는 것 같다.
바쁘게 지내지 않으려 해도 마무리를 하는 일정들이 많기에
그 자체로 분주함이 넘쳤다.
벌써 2월의 26일째라니....
시간의 흐름에 흠칫 소름이 돋는다.
며칠 전에 서울에 갔었다.
여유롭게 다녀오는 것보다 늘 시간에 쫓겨 가야 하는 상황이니
짧은 다리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하곤 하다.
올라갈 땐 조금 여유롭게 올라갔지만 내려올 땐
예상했던 시간보다 일정이 늦어져 급하게 서울역으로 왔었다.
예매했던 표를 물리고 다시 표를 끊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별다른 어려움 없이 내려올 수 있었다.
퇴근이 한창인 시간에 대전에 도착하니 역시 분주했다.
가방을 들고, 한 손엔 총회 자료집을 들고 서둘러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자리는 없었다.
사실 자리에 앉으려는 생각도 없었지만 피곤이 밀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약속을 위해 가는 길...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여기 앉으세요."
하며 한 청년이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나한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청년 앞에는 나밖에 없었다.
이미 자리를 일어난 그 청년 덕분에 엉겁결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부터 나는 얼굴을 들기 어려웠다.
머리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내가 자리를 양보받을 나이가 되었나?'
'내가 많이 피곤해 보였나?'
'내 나이가 많아 보였나?'
덕분에 7 정거장을 편안하게 갈 수 있었지만
그 순간에 많은 생각이 스쳤다.
처음에 그 청년이 자리를 양보했을 때 내가 괜찮다고 하자
자신은 곧 내릴 거라더니 그 청년은 내리지 않은 상태였다.
서서 전화를 하는 상황을 들으니 오히려 나보다 더 오래가야 하는 상황.
일단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앞에서 든 물음표가 동동동~~~
청년의 말처럼 곧 내릴 거였다면 그러려니 할 텐데 그 청년은
나보다 더 먼길을 가야 하는 사람이었다.
하차역이 가까워지면서 나는 고개를 들어 그 청년을 보았다.
대학생이거나 직장 초년생?
엉겁결에 앉아 잘 왔으니 내리면서 인사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난 그 청년을 향해 인사를 했다.
"고마웠어요."
스치는 청년의 얼굴엔 내 인사가 어색한지 오히려 살짝 웃었다.
예전에 등하교를 하는 차량은 항상 콩나물시루였다.
자리에 앉는다 해도 가방들이 내 앉은 키보다 더 많이 쌓였고
어르신들이 오실라치면 즉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양보를 했기 때문에
어느 순간 자리는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냈다.
여전히 지금도 자리를 찾는 습관은 내겐 없다.
가까운 거리면 차라리 서서 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더 편하다.
자리를 양보받은 후 그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청년은 어떤 마음으로 양보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겐 고맙고도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이미 고2.3의 아들을 둔 나이기에 그럴 수도 있는 나이가 되었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경험은 거의 처음인 듯 싶다.
청년의 마음에 감사하면서도
문득 머릿속에서 스치는 잡상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나잇값'~~!!!
얼마나 하고 살까?
나이가 하나 둘 들수록 서글픔보다 그 부담이 더 크다.
그 정도 나이면 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얼마나 하고 있나?
여전히 나는 어리숙하고 부족하기 짝이 없는데...
"내가 자리를 양보받았어.
근데 순간에 나잇값이란 단어가 떠오르더라고....
좀 더 열심히 잘 살아야겠어."
함께 한 동료에게 내가 던진 말이었다.
눈을 떠보니 하이얀 눈이 세상을 덮은 아침이 나를 맞았다.
오늘...
나잇값 하는 하루를 보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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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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