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풍경도 바뀌네

-나도 모르게 느끼는 격세지감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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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을 누가 멈출 수 있을까?

그저 흐르는 대로 물처럼 따라 흘러가야 하는 것이겠지.

대신 어떻게 흐를 것인가에 대해서는 늘 숙제처럼 남아있다.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될 시기가 다가오자 풀렸던 마음을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시기의 대안으로 우리가 선택한 것은 여행~~!!

남편의 제안으로 우린 강원도행을 결정했다.


이제 고2,3이 되는 두 아들.

여행 한 번 가면 좋겠다 싶었는데 남편과 마음이 통했나 보다.

정작 일정을 이야기하다가 서로의 일에 쫓겨 잠시 접어두었기에

혹 남편이 잊었나 싶었는데...

전날까지도 긴가민가하다가 아침에 결정...

되는대로 편하게 떠나기로 했다.

더구나 아침 일찍이 아니라 서로에게 주어진 일정을 소화한 후 오후에

출발하기로 했다.

아들의 제안으로 당일의 빡빡한 일정이 아닌 1박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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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는 역시 멀었다. 그리고 추웠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날이 흐리고 비나 눈이 온다고 하니 걱정이 앞섰지만

내친김에 가기로 했다.

오후 3시가 다 되어 우린 출발을 했다.

예전 같으면 아침 일찍 출발해 가는 동안 어딘가에라도 들려

일정을 꽉 채웠던 우리인데 그냥 숙소를 향해 가는 상황이 되었다.

가다가 좋은 풍경 만나면 그것으로 족하기로 했다.


우리의 목적지인 태백으로 진입한 시간은 벌써 어둠이 내린 상황.

별다른 준비 없이 출발한 우리이기에 간단하게 저녁을 먹을 곳을 찾으려 하니

눈에 보이지 않았다. 마침 만난 대형마트에서 간단하게 먹거리를 사가서

숙소에서 먹기로 결정을 하고 장을 보았다.

마트에 들어서니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먹거리들이 즐비했다.

우린 그저 선택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따로 준비한 것이 없으니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불고기감과 상추, 쌈장을 샀다.

밥도 하기보다는 덥혀먹는 것으로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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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찾아가는 것이 남은 숙제였다.

내비게이션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아직까지도 컴으로 검색을 하여

기록한 것으로 찾아가는 것을 즐기는 사람.

그러나 어둠이 내린 상황에선 어려움이 있었다.

이정표가 보이지 않으니 네비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숙소를 예약했기에 숙소의 위치도 잘 모른다.

이런 때 네비가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네비가 없던 시절 돌고 돌아 찾아갔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런데 의외의 암벽에 부딪혔다.

어둠은 사방으로 내렸고 가로등도 별로 없는 시골길을 가는데

두려움이 앞섰다. 네비가 안내하는 대로 가면 숙소는 나오는 것인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어둠을 뚫고 숙소가 있는 곳으로 거의 도착할 즈음,

'경로를 이탈했습니다'란 말이 뜨면서 우린 경악을 했다.

그때부터 네비가 혼선을 겪는 것인지 갔던 길을 다시 반복적으로 안내하고...

네비에 익숙하지 않은 남편은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숙소에 도착하니 다리에 힘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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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하고서 또 한 번 놀랐다.

이 어둠 속을 뚫고 들어오니 이런 숙소가 있다는 자체가 놀라웠다.

아침이 되면 이 어둠에 겪었던 두려움이 미소로 사라질 것이라 믿으며...

마트에서 사 온 간편 음식으로 조리를 해서 시장을 반찬으로 맛나게 먹었다.

밥을 먹던 아들이 툭 말을 던졌다.

"그동안 엄마가 고생이 참 많으셨네요. 이렇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데..."

"그러게... 시간이 많이 흘렀네.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으니...

어찌 보면 사실 돈이 문제였지..."


장애가 있는 아들 덕분에 더 넓은 세상을 많이 보여주자며 시작했던 가족 여행.

그 여행의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인 것이었다.

한 번 화끈하게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여행이 생활의 일부가 되어 아들의 시야를

넓혀주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우린 최소의 경비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

그것이 먹고 자는 것에 대한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었고,

그 대상이 산이었다. 산에 가면 더 이상 쓸 것이 없었으며

올라가는 순간 스스로 내려와야 하는 숙제를 안기에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어찌 보면 그땐 열정과 젊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꼭두새벽부터 김밥을 싸던지 도시락을 싸서 출발을 했고,

최대한 많은 것을 보기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숙소도 예약을 하고 가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예약을 한다는 자체가 비용이 좀 드는 곳이었기에 우린 가능한 최저가의

숙소를 그때그때 물색하는 방식을 썼다.

오죽하면 지리산 천왕봉에 갔을 때 아들이 공동화장실을 다녀오더니

"세상에서 가장 친환경적이며 자연적인 곳"이라고 말했겠는가.

그 역시도 추억이 될 터이니 나중에 네가 성장해 제대로 된 여행을 하라고 했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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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아늑하고 편안했다.

게스트하우스를 몇 번 이용했더니 장애가 있는 아들은 게스트하우스를 노래했다.

게스트하우스보다 조금 나은 펜션을 예약했다고 해도 아들은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ㅋ

먹거리가 아닌 볼거리 위주로 다니다 보니 아들들의 식성은 잘 적응이 된 것 같다.

먹거리로 나를 괴롭히거나 잠자리로 나에게 짜증을 내는 일은 없다.

다만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듣는 좋은 숙소에 대해서 묻곤 했을 뿐.

그래도 다양한 경험을 위한 여행에 대한 부모의 의견에는 동의하였기에

십여 년 동안 다닐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는 이렇게 다니면 좋겠어요.

당일로 너무 빡빡하게 다니는 것보다 1박의 일정으로 여유롭게 다녔으면 좋겠고요.

엄마가 힘드시니 이렇게 간편한 방법으로 먹거리를 해결하면 좋겠고요.

그리고 숙소도 이 정도면 좋겠어요..."

아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젠 나 자신조차도 힘이 들어 그러지 않으면 안 될 듯.

남편도 아들의 말에 동조를 하며 그리해보자고 했다.


시간이 흘렀다.

십여 년의 세월은 초등학생이던 아들들을 고등학생으로 키워놨고

우리는 먼 곳보다 가까운 곳을 선호하며 여행의 폭을 좁혀왔다.

앞으로 얼마나 많이 아들들과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성장하면 품을 떠나야 하는 아들. 그리고 내내 내 품에 안고 있어야 하는 아들...

그 척박한 여행을 투정 부리지 않고 거부하지 않고 함께 다녀준 아들들이 고맙기만 하다.


훌쩍 떠날 수 있음이 좋았고,

가볍게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음이 좋았다.

물론 준비하면서 느끼는 설렘은 좀 줄었지만 시대에 맞춰가야지 싶다.

아들들이 가족이 함께 했던 아름다운 자연을 다시 찾으며 우리가 함께

공유했던 추억을 하나 둘 펼치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길 바라는 마음.

새 학년 새 학기의 첫날을 시작한 오늘,

두 아들의 새 학년 새 학기가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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