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의 하룻밤

-상념으로 채워진 시간들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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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7_115212.jpg 울 아들이 좋아하는 로봇 태권브이~!!



모처럼만에 광화문 농성장에 갔다.

다른 일정으로, 아이들의 양육으로 시간을 내기 어려웠었는데

마음먹고 찾은 광화문 농성장....

3월의 광화문이 이렇게 싸늘한데 지난겨울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무심히 지나는 사람들도 이 광경을 3년이 넘게 지켜보았을 것이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며

서울에 올라온 김에 한 바퀴 돌고 식사를 하시고 오셔도 좋을 것 같다는

당사자분들의 제안에 생각지 않은 여유시간을 갖었다.

서울에 와도 일정을 마치고 가기 빠듯해 어딘가를 간 적이 없는데...

가까운 북촌 한옥마을에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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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드리워진 하늘,

잿빛으로 충만한 서울 하늘...

그 하늘 아래로 한두 방울의 빗방울이 날리고 있었다.

아들이 좋아하는 로봇 태권브이를 만나 반가운 마음에 한 컷 담고

골목에 열심히 모아둔 폐지에서는 삶의 현주소를 보든듯.

누군가에겐 또 하나의 삶의 방편이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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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한옥마을에서는 내가 외방지인 같았다.

우리나라 사람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평생 몇 번을 입었을까 싶은 한복을 입고 열심히 돌고 있는 외국인들.

문득 그들의 어색하지만 호기심 가득한 한복에서

나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되었다.

너무 바삐 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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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의 흐름을 골목골목에서 느끼며 걸었다.

좁은 골목길이, 건강한 내 다리로도 오르내리기 어려운 가파른 계단.

편의시설이 되지 않으면 올 수 없는 사람도 많으리라.

이 많은 골목에 누군가는 삶의 터전으로 살아갈 텐데

사람의 소리를 들을 수없는 골목에서

홀연히 서서 얼굴도 모르는 분들의 삶을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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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광화문 농성장.

내가 찾은 날은 농성 1297일째.

불이 꺼지지 않는 농성장의 밤은

따각이는 구두 소리가 잦아지면서 밤은 깊어갔고

부지런한 사람들의 발소리로 다시 아침이 열렸다.


같은 사람 하나 없고

걷는 모습 하나도 같은 사람이 없는 이 다양한 세상에서

다름으로 배제되는 사람들이 있으니...

영정들 뒤로 쓰인 글귀가 가슴을 후벼 파는 아침,

'2012년 8월 21일, 농성을 사직할 때는 이곳에 누구의 사진도 없었습니다.'.....

그들의 죽음이 그냥 잊히지 않기를...



곱은 손을 꼬물거리며 앉아있는 내 앞으로

삶의 격전지로 바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스치듯 지나도 무언가는 보겠지.

그들도 우리와 함께 살아갈 사람들임을 생각하겠지...

3년을 넘게 하루같이 농성장을 지키는 사람들과

그들의 곁을 스치는 사람들 모두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

내 눈에 들은 이유만으로 그들의 행복한 아침을 기원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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