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을 싸면서...

-내 사랑의 방법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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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사실 지난밤도 교육안 자료를 준비하느라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는데...

다시 3시간 반의 시간을 보내고 알람의 소리에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다는 마음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아들,

새로운 담임과 특수교사, 실무원, 친구들...

감사하게도 아들은 학교에 가는 것을 즐기고 있다.

제한된 언어 때문에 언어전달에 있어 어려움이 있는 아들,

그 아들의 학교적응력을 위해서 내가 늘 하는 것이 있다면

특수교사와의 소통의 장이다.


감사하게도 새로 전근오신 특수교사도 전임 교사의 정보와

내가 나름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아들의 평생설계 포트폴리오,

성장과정 사진첩을 보시면서 나름 생각을 많이 하신 듯하다.

카톡과 문자, 활동사진을 통해 학교에서의 생활을 전해 듣고,

나도 하교 이후의 생활에 대해 늘 문자와 사진으로 소통을 하고 있다.


그렇게 주고받은 문자 끝에 아들의 강점을 활용해 스스로의 일과를

기록하는 방법을 선생님이 제안하시기에 이르렀다.

줄 노트 한 권을 부탁하신 선생님께 바로 노트 한 권을 보냈고

그 결과물이 어제 처음으로 내 손에 들어왔다.

아들의 하루가 그대로 보였다.

아들이 선생님의 지도하에 하루의 일과와 다음날의 일정과

준비물을 적어온 것을 보니 뭉클했다.


오늘은 아들의 사회적응 프로그램 중 하나로 등산이 있단다.

활동하기 편한 옷과 도시락이 기록되어 있었고

아들은 '도시락'이란 단어를 읽자마자

"김밤 싸요~~!!!"

를 외쳤다.

해맑은 아들의 미소를 보면서 더 이상의 선택은 없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겨우 떠진 눈을 비비며 밥을 안치고

재료들을 준비했다.

그리고 나름 정성을 들여 꼭꼭 김밥을 쌌다.

고3의 김밥 좋아하는 큰아들도 맛나게 먹을 수 있도록 서둘렀다.

두 녀석이 마주 앉아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거기에 바나나와 딸기를 갈은 셰이크까지...


아직까지 아들들의 외부 일정에 김밥을 사서 보낸 적이 없다.

아무리 바빠도 김밥만큼은 꼭 내 손으로 싸주고 싶었다.

그냥 아들이 먹고 싶다면 무조건 그 시간에 맞춰 김밥을 싸곤 한다.

특별한 재주도 없다.

그저 마음으로 김밥을 싸서 내 사랑을 전할 뿐이다.

두 아들이 떠난 휑한 자리에 수북이 쌓인 설거지감과 흩어진 자리...

잠시 커피 한 잔을 타서 뻑뻑한 눈을 쉴 겸 이렇게 자판을 두드린다.


햇살이 부시게 거실 창을 향해 들어오고 있다.

아들의 산행이 즐겁길 바래본다.

더불어 고되고 어려운 고3 생활을 하고 있는 나의 큰아들에게도

내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

아들 덕분에 시작한 활동에서 내가 배운 것을 한 마디로 말하라고 하면

'충분히 좋은 부모가 가장 좋은 부모'라는 것이다.

그런 부모에는 많이 못 미치지만 충분히 사랑을 표현하며 살고 싶다.

부신 봄햇살처럼 두 아들의 얼굴에 고운 햇살이 머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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