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healing)할까? 필링(peeling)할까?

-생각의 주체로서의 나를 찾아가기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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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서 내게 가슴 뛰는 일이 무엇이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좋은 책을 만났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도 싸움을 좋아하지 않지만 각기 다른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기보다는

비판이 지나쳐 비난을 하면서 원치 않는 상황을 불러오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아온 즈음에

마중물처럼 신선한 책을 만났다는 것은 너무도 좋은 선물이란 생각이 든다.


난 화장이나 옷에 관심이 없다.

어쩌면 그 내면 속엔 화장이나 옷으로 돋보이는 스타일이

아님을 진즉에 알고 포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러한 선택에서 욕심을 내는 것이 있다면 작은 것 하나라도

가슴과 머리에 담고 사는 것을 즐기는 욕심은 있다.

그것이 비록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찮은 것이나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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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범상 교수의 [필링의 인문학]이 그것이었다.

책에 대한 전체를 감상문처럼 쓰는 재주가 내게는 없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나만의 감정을 추스르고 정리하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그동안 여타 한 이유로 책을 놓았던 내게 책의 힘을 일깨워준 책이기 때문이다.

책을 만난 설렘에 가슴이 콩닥이기도 오랜만인 것 같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여행을 하면서 나름 힐링을 했다고 늘 말하곤 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면서 과연 힐링만 했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늘 별다른 미동도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자연을 보며

많은 사색을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더불어 필링도 살짝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깊이를 잴 수 없는 잡다한 필링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어쨌거나 필링이란 것은 박피술 정도로 생각했던 내겐 획기적인 만남이었다.

책 덕분에 필링이 무엇인지를 새삼 다시 느낄 수 있어 그 자체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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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나와 내가 사는 공동체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상식. 질서. 지식. 벗겨내 그 이면을 문제 삼는 것이다.

고달픈 현실을 힐링(healing)하며 더 높은 생산성을 위해 영감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현실을 필링(peeling)하는 등에가 되어 새로운 상상의

산파가 되는 것이다."


"힐링의 인문학은 개인의 내면 문제에 집중한다...

대중들을 계몽할 대상으로 보거나 고급 교양교육과 사교의 장을 만드는 데 관여한다."


"필링의 인문학은 인간을 관계 속에서 인식하고, 눈가리개를 문제 삼아

그것을 끊임없이 벗겨내는 것이다...

필링의 인문학은 필연적으로 정치와 만난다. 필링의 인문학은

나를 사회적 관계와 공동체 속에서 끊임없이 묻기 때문이다...

필링의 인문학은 진정한 힐링의 조건을 만들고,

생각하는 정치적 주체를 통해 작동한다.

이때 인문학은 단순히 나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조건을

변화시키는 정치적 실천이 되는 것이다."


참으로 신선했다.

관점의 차이를 이렇게 피부로 느끼게 해주다니...

힐링 여행을 하고 돌아와 조금은 시원해졌지만 뭔지 채 벗겨내지

못했던 것이 바로 필링이 필요한 것을 힐링으로 메우려 했던 것이 아니었나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비난이 아닌 비판으로 소통하고 풀어나가는 법을 조금이나마 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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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작가님께 문자로지만 편지를 쓰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벅찬 감동이 식기 전에 내가 최초로 행한 소심한 실천이었다.



'유범상 교수님~~

안녕하세요?

지난번 대전인권위 장애전문 역량강화교육 때 뵈었던 수강생입니다.

그때 교수님의 강의가 넘 좋아서 명함 받아놓고 스스로 약속을 했었습니다.

교수님의 책 [필링의 인문학]을 다 읽고 나면 감사의 문자를 드리자는 저와의

약속이었지요.

어제그저께 '마중물 한 바가지로 희망을 긷다'란 부분을 남겨놓고

교수님의 글에 인용된 '설국열차'를 고3 아들과 함께 보았습니다.

왜 엄마가 늦은 밤 다시 설국열차를 보는지에 대해 함께 보고 난 뒤에

얘기를 나누었답니다. 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


먼저 감사합니다.

소심하기 짝이 없는 제게 생각의 전환과 나와 대화하기를 시도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애아들 키우면서 이전에 만나지 못한 불합리를 경험하면서

소심했던 제가 이만큼 사회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교육이란 이름으로 가슴 뛰는 강의를 들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이렇게 인사를 드리는 실천부터 하자고 생각했지요.

미진한 머리로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 아쉬움만큼

생각할 수 있는 여지와 호기심이 남는 자체도 감사로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라도 최선을 다해해보자 다짐을 해봅니다.

강의 덕분에 인연을 맺은 동영상과 강의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가슴을 뛰게 하고 생각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서없는 글을 보낼 수 있어 좋네요. 누군가에게 마중물의 역할을 해주시는

교수님을 뵐 수 있어 행복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즐기며

만나도록 하렵니다.

늘 건강하시고 더 많은 분들과 생각하는 삶을 살도록 함께 해주시길요.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나는 교수님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감동이 스멀스멀 스며들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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