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토피아

-그곳은 늘 나를 나이게 한다.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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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이는 봄바람에 나를 어쩌지 못하고 차를 달렸다.

벚꽃이 꽃비가 되어 날리는 대청호...

자연스럽게 발길이 닿은 곳은 바로 그곳...

역시나 내겐 그만한 곳이 없는가 보다.

흩날리는 벚꽃보다 나를 더 설레게 한 연초록의 손짓에

무엇에 빨리듯 그렇게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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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곳에 발길이 닿은 기억은 아마도 4~5년 전으로 기억된다.

아는 것이 없으니 그냥 새로움에 발길이 닿았던 곳이었다.

그해도 가문 봄의 연속이었나 보다.

예전엔 물이 차 있었던 곳으로 기억되었는데...

그때는 마치 우리를 맞기라도 할냥 물길이 아닌 길이 나 있었다.

호기심에 우리 가족은 마른 갈댓잎을 헤치며 그렇게 그곳에 갔었다.


나무 한 그루에 돌탑 두 개~~!!!

순간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몇 해 전에 보았던 [엽기적인 그녀]를 떠올리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그 작은 땅을 디디며 서 있는데

뭔지 모를 신성함이 나를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산들 불어오는 바람도 그랬거니와 채 채색되지 않은 봄빛이 또한 그랬다.

그렇게 나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서 그들을 하염없이 바라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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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의 시간이 흘렀다.

가뭄이 극심했던 지난해 봄에도 나는 그곳에 갈 수 있었다.

반가움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컸던 기억이 난다.

내가 그곳을 갈 수 있는 반가움보다 갈라지는 땅이 더욱 눈에 박혀서

어른이 되어버린 어린 왕자를 만나는 느낌이랄까...

막연한 슬픔을 안고 다시 그 땅을 밟았던 기억이 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 그 땅을 밟은 이후에

그 땅은 내게 완전한 유토피아의 세상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나를 당기는 묘한 기운이 있어

다시 오늘 그 땅에 나를 세우며 깊은숨을 쉬었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또 있을 것이다....

패잔병 같은 내 마음을 쇳덩이 굴리듯 찾아온 이유가 있을 것이다.

깊어진 한숨에 철근이 덕지덕지 땜질된 느낌의 몸뚱이...

그럼에도 여전히 나를 간지런 바람과 흩날림으로 맞아주는 곳.

뭉클한 감동과 감사가 바람을 타고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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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척박한 땅을 왜 난 처음 유토피아로 생각했을까?....

아마도 두 발을 이용해 올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지 못했다가

우연한 기회에 두 발을 이용해 닿을 수 있었던 기막힌 인연 덕분이리라.

중심을 잡아주듯 바람에 긴 머리 흩날리듯 서 있는 나무와

이성과 감성의 무게를 달듯 우뚝 서 있는 양쪽의 돌탑~~

무심한 듯 하지만 그들은 그 자체로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넘치는 감성이 있는 날, 맞은편을 바라보며 조율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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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그 돌탑에 마음을 담아 작은 돌을 얹어놓고

누군가는 그 돌탑의 마음을 한 컷 사진으로 담는다.

바람과 물에 굳건히 버티며 서 있는 그들...

갈대처럼 흔들리는 나를 보고 무언가를 조언하는 듯하다.

연초록 잎이 고 작은 땅을 하나 둘 덮어가고 있는데

피폐한 내 마음을 아는지 까마귀 한 마리 날아들어

뱅글뱅글 머리 위에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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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념에 도화선이 된 까마귀를 제외하곤

얼굴을 스치는 바람뿐 나를 훼방하는 훼방꾼은 더 이상 없었다.

주변을 돌며 금방이라도 바스러질듯한 땅바닥에 내 발을 딛기 조차 미안했다.

아무리 해하지 않으려 해도 내 몸무게를 고스란히 찍어야 하는 상황.

바스락이는 그들은 숨을 쉬고 있는 것일까?

내 마음만큼은 그들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고

불어오는 바람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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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여를 그렇게 난 내 마음의 유토피아인 그곳에 머물렀다.

그 사이 바람은 드라이를 하고 스프레이를 한 머리에게 자유를 주어

자유분방하게 날리는 자유를 선사했다.

그만큼이나 돌처럼 굳었던 마음이 흩날리는 머리칼처럼 유연해졌다.

난 유토피아를 믿지 않는다.

그러나 삶에 때론 지칠 때 나를 잠시 있는 그대로 놓고 쉴 수 있는 이곳을

나의 유토피아로 삼았다.


모두가 내 맘과 같지 않으며

모두가 나와 같은 방식으로 일을 하지 않기에 오는 갈등.

굳어진 사고로는 풀 수 없으리라.

스프레이처럼 억지로 고정이 아닌 자유의 분신인 바람처럼

흩날리며 자연스럽게 모양을 갖추는 머리칼처럼 그리 살아야겠지.

연초록 점점이 수채화로 채색되어지는 나의 유토피아...

다시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비록 다 커버린 어린 왕자처럼 처음의 마음만을 간질 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냥 마음이 이끌어 올 수 있는 곳이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그렇게 나는 내 유토피아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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