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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이젠 초록이의 시대가 오고 있다
-연초록 싱그러운 설렘
by
최명진
Apr 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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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흩날리는 분주한 거리를 벗어나 한적한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다음을 준비하는 이들을 만났다.
고개 들어 바라보니 그저 싱그러움에 가벼운 설렘이 스쳤다.
연초록이 주는 이 설렘을 무엇으로 표현할까?
미소로 치자면 깔깔 소리 내며 격하게 웃는 웃음보다는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은근히 즐기는 미소랄까.
심장의 박동수로 치자면 숨이 꼴딱꼴딱 넘어갈 긴박함보다는
조금은 무게감 있게 리듬감을 타고 있다고 할까.
손님맞이로 치면 맨발에 허둥지둥 맞으러 나가는 것보다는
양말 갖춰 신고 조신하게 맞이하는 손님 정도일까.
분명한 것은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잎사귀도 제대로 돋아내지 못한 채
고고하게 피우는 꽃과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다.
매화가 주는 격한 감동과 환희와는 다른
이미 준비된 것을 묵묵히 돋아내는 연초록 새싹은
은근과 끈기의 또 다른 이름으로 내게 다가온다.
특별히 새싹의 색이 차별화된 것도 없건마는
삐쭉 돋아 오르는 그 모습을 보면 아기가 다음을 준비하기 위해
부단히 반복한 동작처럼 마냥 대견하고 사랑스럽다.
일순에 약속이라도 하듯 주변을 환하게 밝히며
팝콘처럼, 불꽃처럼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며 피워낸 봄꽃들이
스러져가는 사이 다른 이들의 시선을 받을 사이도 허용치 않고
봉긋 새싹을 올려 벌어지는 새순에 감동이 절로 인다.
무엇일까?
이들이 꽃과는 다른 뭉근한 감동을 주는 이유는.....?
인적이 드문 그곳에서 연초록 잎을 올린 그들 앞에서
이마를 스치는 바람과 부신 햇살에 실눈 뜨고 바라보는 내게 들어온 싱그러움.
아~~!!
그렇구나.....!!!
꽃은 일순에 피어 짧은 시간을 화려하게 피다 사라지지만
연초록 잎은 조용히 준비하고 싹을 올려 오는 여름과 가을까지 이어가는구나.
그 뭉근한 감동의 이유를 알겠다.
순간의 감동이 아닌 뭉근한 감동을 느끼는 이유를....
꽁꽁 닫혀있던 마음을 녹이기엔 초봄의 꽃보다 좋은 것이 없다.
순간에 지나니 웅크렸던 몸을 일으키지 않으면 볼 수 없음이다.
그렇게 몸을 움직여 봄을 느낄 즈음,
꽃맞이로 몸풀기 운동을 한 몸과 마음에 고즈넉이, 그러나 뭉근하게
돋아나는 싱그러운 연초록의 속삭임....
앞으로 다가올 열정의 여름과 사색의 가을을 준비하도록 기회를 주는 그들.
그래서 그들을 맞는 내 마음조차도 화들짝 맞는 것이 아니라
오랜 손님을 맞듯 심호흡으로 맞는구나.
화려한 꽃들의 큰 잔치가 지나고 이어서 피어나는 꽃들 사이로
마냥 바라보아도 부시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연초록이 오르는 시간.
차마 넘기지 못했던 책장이 바람에 넘어가는 이유를 알겠다.
다가오는 시간을 준비하라는 그들의 속삭임.
다가오는 초록의 시대엔 마음이 초록의 평화를 느낄 수 있도록
그들과 호흡하며 마음밭에 초록이 넘실거리도록 책장을 넘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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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싱그러움
초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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