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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아들과 엄마의 세상만나기
돌고 돌고 돌고...
-순환하는 삶
by
최명진
Apr 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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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이 있던 날 아침은 제법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른땅을 충분히 적실만큼의 비가 내 의식이 깨기 이전부터 내렸던 것 같다.
나의 당당한 한 표를 행사하고 아들, 남편과 장을 볼 겸 쇼핑을 하고 있는데
친구한테 문자가 왔다.
당연히 친구도 남편과 함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는데
친구의 남편은 일을 하러 투표하고 일찍 나갔다는 것이다.
겸사겸사해서 함께 친구를 만나러 갔다.
친구를 만나면 한 번 가야지 했던 대청호에 더불어 함께 가게 되었다.
남편이 마침 함께 가고팠던 분위기 좋은 커피숍이 있다기에
더 기대가 만발해서 가게 되었다.
참으로 기분이 좋았던 것은 아침의 궂은 날씨가 서서히 개기 시작하더니
우리가 대청호에 도착했을 땐 정말 마알간 얼굴을 내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난 주변의 식물들도 한결 선명한 색을 자랑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공기 중의 미세 먼지를 씻어낸 듯한 맑은 하늘이 너무도 고왔다.
며칠 더 일찍 왔으면 만개한 벚꽃을 볼 수 있었겠지만,
우리가 간 날은 이미 벚꽃의 시대는 가고 내린 비에
남은 벚꽃을 개운하게 털어낸 벚나무 아래로 수수하고 앙증맞은
하이얀 조팝꽃이 무리를 지어 피어있었다.
마침 조팝꽃을 너무 좋아해 보고 싶다던 친구에겐 선물처럼 다가온 무리들.
파아란 하늘과 하얀 구름 아래로 정갈하고 청초하게 어울리는 조팝꽃 무리들.
좋아하는 친구를 조팝꽃을 배경으로 담아주었다.
내가 친구에게 주는 마음의 선물이랄까.
그다지 맑지 않은 물이었지만 마음만큼은 넓은지
파아란 하늘과 구름을 그대로 담아주고 있었다.
비에 씻긴 연초록 잎사귀들이 어찌나 싱그러운지...
바라보는 마음이 흐뭇함에 젖어 절로 미소가 이어졌다.
멀리 보이는 대청댐의 풍경도 나름 이색적이었다.
늘 가까이서 보았는데 우리가 머문 곳이 대청호 초입인지라
나름 관조할 수 있는 위치여서 또한 좋았다.
친구랑 마주 앉아 아이들 이야기,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린 약속이라도 한 듯 초록이 싱그러운 밖의 풍경과 하늘을 번갈아 보았다.
이렇게 마주 앉아 수다를 떠니 여고시절 이후의 인연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참으로 많은 사연을 담고 흐른 시간들...
친구는 자신의 몸이 아파서 많이 고생을 했고, 나는 아들의 장애로 맘고생을 했었다...
물론 그 아픔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나름의 적응력으로
그들이 이젠 우리들 삶에 한 몸이 되어 이어지고 있다.
굳이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을 떼어놓기 위해 악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의 공생을 통해서 삶을 즐기고 관조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사실 꿈이 많았었는지 모르겠다.
우리의 고등학교 시절도 대학이라는 관문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기에...
그럼에도 우리가 차마 꾸지 못했던 미래의 꿈엔 내 몸이 계속 아플 수밖에 없는 현실과
자식의 장애로 인해 아픔을 겪을 거란 상상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냥 막연히 어른이 되면 주어진 어른의 역할을 다하며 열심히 살겠지 생각했는데
사실 막상 내가 그렸던 어른의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꿈꾸는 여고생처럼
지금의 삶이 꿈인가 생시인가 돌아보곤 한다.
누구에게도 내일은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이기에....
여유롭게 커피도 마시고 주변 풍경을 감상하고 담은 후
차를 달리다 눈에 뜨인 유채꽃~!!
꽃을 보고 감탄사를 날리는 나를 위해 남편이 잠시 멈춰줬다.
이미 십여 년을 가족과 자연 속으로 여행을 다녔던 경험으로
늘 머릿속에는 어느 곳에 가면 무엇을 볼 수 있는지를 꼽고 있다.
그러다 그들의 풍경이 눈앞에 스치면 나는 순간 정지를 외치며
그렇게 달려가곤 한다. 이런 나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남편은
나를 위해 그 시간을 멈춰주기도 하고 조용히 기다려주곤 한다. 고마운 사람...
때론 이맘때면 당연히 담아야 할 것들을 담지 못하고 지나가는 때가 있다.
그럴 땐 아쉬운 대로 지난 사진들을 뒤적이며 그들을 만나기도 하고
인터넷을 검색해 아쉬움을 달래기도 한다.
그러면서 대학 때 정말 열심히 들었던 들국화의 '돌고 돌고 돌고'란
노래가 떠올랐다. 자연만이 그렇게 돌고 돌고 도는 것일까?
우리의 인생도 또한 그러하지 않던가.
자연의 섭리에 맞춰 옷과 주거환경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익숙한 것에 대한 편안함이 불편해지고 싫증이 날 즈음이면
지난 것들을 돌이켜 되살려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던가.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투표율을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이변이 있었던 이번 총선이었다.
누군가를 선출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변화를 요구하는 정당한 몸짓이다.
어느 누가 되었던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투표를 통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계획을 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그들을 뽑은 우리들 역시, 선택된 현실에 대해서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고래로부터 정치가 주는 무수한 많은 교훈들이 있음에도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어려움을 만들기도 하지 않던가.
아침에 비가 올 때는 불편했지만 비가 필요한 누군가에겐 충분한 약이 되었으리라.
또한 비는 언젠가는 그칠 것이고 그 비를 통해 우리는 다음을 준비하지 않던가.
세상에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늘상 똑같은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비슷한 듯 하지만 결국 내 사고도 경험과 시간을 통해 나도 모르는 사이 변화를 하고
또 다른 갈증을 느껴 변화를 요구하고 그를 위한 처절한 몸짓은 이어진다.
늘상 해마다 이맘때의 사진들을 무수히 반복해서 찍지만
'지난해에 찍었으니 올해는 그냥 지나치자.'
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그때 그때의 심상에 따라 초점이 달라질 수 있음이다.
우리의 삶은 순환을 반복한다.
그러나 그 삶은 비슷한 듯 하지만 결코 똑같은 것은 없다.
이미 여고시절의 나는 지나버렸고, 장애아들로 인해 절규하던 나도 지나갔다.
그때 그때의 절규와 희망은 또 다른 희망과 절규를 만들어내며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삶도 은연중 견고해지고 주름이 더해진다.
그 모든 것들을 한탄으로 보내고 싶지 않은 것이 내 맘이다.
찬란한 봄에 황사, 꽃샘추위, 변덕스러운 일교차가 있지 않던가.
그 삶을 충분히 돌아보며 즐기며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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