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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아들과 엄마의 세상만나기
오늘이 그날이라지?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
by
최명진
Apr 2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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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곡우라서 그런가?
하늘이 꾸물거리는 것도 아니데 날씨는 을씨년스럽고 서늘하다.
그리고 시야조차도 흐릿해 타 놓은 커피 향조차도 우울을 선물하는 것 같다.
하루를 열면서 어떤 날은 내 컨디션이 쾌청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조금은 잔잔한 날이 있는데, 오늘은 조금 다운된 날인가 보다.
달력을 보면 곡우 옆에 '장애인의 날'이라고 쓰여 있다.
그래, 그날이다....
그래서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며칠 전 의도치 않게 아들을 잠시 잃었다.
18살 아들을 잠시 잃었다.
어쩜 아들의 입장에선 자신의 시간을 즐겼는지도 모르겠다.
아님 혼자 놓인 시간을 어쩌지 못하고 쩔쩔맸는지도 모르겠다.
8시 40분부터 오후 1시 40분까지....
아들은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장소에 없었다.
그것을 경찰은 미귀가자로 말하고, 나는 아들을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아들은 무사히(?) 우리에게 돌아왔지만
그 비밀의 시간에 대해서 설명하지 못한다...!!!
아들을 키우면서 눈물 나고 분노가 치민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주 작은 것에서 녀석은 나에게 행복과 미소를 주었고 감사를 주었다.
마치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그것이 보임을
기본으로 하고 말이다...
덕분에 난 남들은 그냥 스치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난 나와 같은 사람들이 이 땅에 많이 있음을 알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덕분에 난 어떤 상황도 원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려고 악다구니를 치는 아지매로 보이기 시작했다.
아들 덕분에 또 하나 한 것이 있다면 단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와 같은 부모들이 이 땅에 제법 많이 있었고,
불합리한 현실에 대해 많이 불편해하고 환경이 바뀌길 간절히 원했다.
자식을 키우기도 어려운 사람들이 모래알처럼 모여 힘을 이루어
법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면서 인식을 바꿔 나가고 있다.
장애 쪽에서 나름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발달장애인(지적, 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달장애인법)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발달장애인의 현실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인권교육을 받으면서 가슴에 스몄던 것 중의 하나가 '관점의 차이'였다.
우린 콜럼버스를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위인으로 이야기하지만
그 땅에 살고 있던 원주민의 입장에선 침략자일 뿐이라고...
사실은 하나인데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인식은 확연히 달라짐을 실감하면서
온몸에 전율이 일었던 기억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이제 장애인이 제법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여전히 장애인의 현실은 비장애인에 비해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기에 우리는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고 부른다.
차이가, 다름이 차별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말하곤 하지만
정작 우리의 삶은 어떤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차이로 인해 배제당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현실이
참으로 많이 존재하고 있다.
보통 8살이면 당연히 들어가는 학교조차도 쉽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들어갔다 해도 장애란 이유로 배움에서조차도 배제되는 상황이 여전히 많다.
장애이기 이전에 학생으로서 배우러 가는데 왜 '장애'가 먼저 보일까?
차이를 다름이 아닌 차별로 보는 시선이 있는 한 상황은 여전하리라.
우리는 남의 일을 너무 쉽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고 쉽게 단정 짓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판단한 그 말로 인해 그 당사자들은
얼마나 상처를 받고 아파하는지 입장을 바꿔 생각해본다면 또한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느 누구의 삶도 내 삶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삶은 없다.
다만 그것이 가까이서 끼치는지 조금 늦게 끼치는지의 차이일 뿐이다.
아들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들의 얼굴은 늘 미소가 흐른다.
진지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아들의 그림은 밝고 색감도 화사하다.
그러나 아들의 현실은 어떤지 모르겠다.
이미 많이 성장해 내 품에서보다 사회의 품에서 살아가는 아들이기에...
난 그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열심히 살고자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억척 아주머니로 판단하곤 한다.
난 여전히 충분히 좋은 엄마로 남아있고 싶은데
사회가 여전히 문 밖을 나서는 아들의 안전과 권리에 대해 도외시하고 있음으로 인해
여전히 난 독한 엄마로 남아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수퍼맘, 앵그리맘들이 이 땅엔 많다고 한다.
그들도 그냥 좋은 엄마가 되고자 움직이고 있으리라.
오늘은 4월 20일~~!!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다.
이 날을 맞아서 엄마가 충분히 좋은 엄마로 남을 수 있도록
이 사회가 충분히 좋은 소셜맘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장애인 가족들이 장애자녀를 죽이고 함께 죽어가는
선택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있는 법 충분히 준수하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득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문밖의 세상도 더불어 행복했으면 좋겠다.
간절한 나의 소망이다.
***** 올린 그림들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내용을 아들이 그린 것이다.
기본 모델링이 된 그림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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