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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아들과 엄마의 세상만나기
자유롭게 훨훨 날아라~~!!!
-민들레 홀씨를 부는 소년에게...
by
최명진
Apr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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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해 휴일의 한낮을 나갈까 말까 고민했었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외출을 결심했다.
토요일에도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을 하지 않았기에...
월요일에 홀연히 5시간 동안 종적을 알 수 없었던 아들은
그 때문일까... 지난주 내내 방방 떠있는 느낌이었다.
에너지 넘치는 녀석을 묶어두는 것이 방책은 아닌 듯 싶어
우리 부부는 그렇게 아들과 나섰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나는 오월드의 튤립을 얘기했고
남편은 계족산 가는 곳에(장동) 청보리밭이 있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었기에
그곳을 얘기했다.
고창의 청보리밭까지는 아니지만 가까이서 청보리를 볼 수 있다면
기꺼이 가리라 싶어 난 청보리밭으로 내 의견을 수정했다.
그곳에 가면 청보리와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자운영꽃을 혹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커피병 하나 들고 졸랑졸랑 남편을 따라갔다.
결국 내가 보고팠던 자운영은 볼 수 없었지만 행복 하나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청보리밭에 가면서 '아~~'하는 동감의 감탄사가 흘렀다.
우리가 가는 곳은 작년에 코스모스 축제를 했던 그 장소였다.
봄엔 청보리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가을에는 코스모스로 축제를 하는 곳.
곧 있을 계족산 맨발 걷기 대회를 하는 인근의 장동이었다.
청보리가 첫눈에도 싱그럽게 들어와 발길을 옮기고 있는데
울 아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더니 이내 무언가를 후~~~ 하고 부는 것이었다.
아~~~~!!!!! 민들레다. 민들레 홀씨다...!!!
오후의 햇살에 나른함을 담았던 아들의 눈이 순간 초롱한 눈빛으로 변해 있었다.
지금은 고2가 된 아들.
예전만큼 등산을 하거나, 여행을 하거나, 외출을 자주 하지 않는 지금.
난 아들이 민들레 홀씨를 부는 장면을 포착하곤 바로 청보리가 아닌
민들레로 눈길을 돌렸다.
민들레 홀씨 불기를 너무 좋아하는 아들 녀석 덕분에 난 몇 시간을
그렇게 옆에서 기다려야 했었다.
풍선 하나만 불어도 머리가 어지러운데 아들에겐 그런 어려움은 없나 보다.
그래도 좀 컸다고 이번엔 홀씨를 완전히 다 날리지 않고도 자리를 떴다...!!!
예전 같으면 주변의 모든 홀씨에게 자유를 준 다음에야 움직였는데...
장애가 뭘까?
아들의 장애를 수용하면서 그 장애로 인한 모든 걸림돌을 매 순간 경험하면서
참으로 많이도 울었었는데 그럼에도 행복했던 장면 몇을 말하라고 하면
그 장면 중의 하나가 민들레 홀씨를 부는 아들의 모습이다.
그림을 그리는 모습, 물놀이를 하는 모습, 요리를 하는 모습....
참으로 진지하고도 어여쁜 모습을 보여주는 때이다.
그땐 장애가 잠시 아들의 몸에서 유체 이탈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 아들이 자유의지에 의해서 열심히 민들레 홀씨를 날리고 있다.
아들에게 이런 시간을 만나게 해줘서 얼마나 좋은지... 감사하다... 이 봄이.
아들은 열심히 민들레 홀씨를 날린다.
나는 순간포착 찍사의 심리가 발동해 열심히 담았다.
마침 역광을 활용하면 그 깊이를 더 느낄 수 있기에 방향을 설정해
아들의 모습을 담았다.
아들의 손에 들린 민들레 홀씨가 비상 준비를 끝냈다.
아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힘에 힘을 모아 후~~ 하고 불어낸다.
드디어 그들의 비행이 시작되었다.
참으로 어여쁜 모습이다.
난 아들이 그 홀씨에게 자유를 줄 때마다 아들도 저들처럼 자유롭고 행복하기를
빌고 또 빌곤 한다.
장애란 장애물 덕분에 자유롭지 못한 나의 아들,
자신의 의사표현이 상대방에게 잘 전해지지 않아서 애를 먹는 아들.
그래서 때론 온몸으로 자신의 의사표현을 하는 아들.
중저음의 소리가 아닌 하이 소프라 노톤의 기계음으로 답답함을 표현하는 아들.
그런데 그 아들이 홀씨를 불어 날리는 순간만큼은 자유인이다.
참으로 진지한 자유인이다. 그 자유를 맘껏 누릴 날이 아들에게도 왔으면 좋겠다.
엄마가 더 노력해야겠지...
그리고 난 오래된 노래 하나를 떠올린다.
허영란의 [날개]~~!!!
일어나라 아이야 다시 한번 걸어라
뛰어라 젊음이여 꿈을 안고 뛰어라
날아라 날아라 고뇌에 찬 인생이여
일어나 뛰어라 눕지 말고 날아라
어느 누가 청춘을 흘러가는 물이라 했나
어느 누가 인생을 떠도는 구름이라 했나
아들~~!!!
멋진 모습을 보여줘서 고마워.
한 주 동안 너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
이렇게 자유롭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니 엄마가 다 행복하구나.
네가 홀씨에게 자유를 주듯 이 사회가 너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엄마도 노력할게.
울 아들도 멋지게 파이팅하자..!!!
사랑해, 나의 어린 왕자~!!!
keyword
민들레
아들
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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