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없었던 그 다섯 시간 동안...

-너의 족적을 찾아서...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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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농사에 저절로 되는 것이 있을까?

저절로 된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주어진 환경에서 적응하고 배우면서

오늘에 이르렀음을 가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은 다 한결같을 것이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성장해 인생을 살아가길 바랄 것이다.

그것이 장애의 유무와는 상관없다.

그럼에도 장애로 인한 특성 때문에 가끔은 그 바람이 바람에 흔들리고

폭우에 꺾이어 깊은 상처를 입기도 하면서 성장해감을...


일이 일어난 다음날 후덜거림을 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러 갔다.

일이 있던 날은 나머지 시간을 그냥 집에서 쉬었다.

스스로 바닥이 난 에너지를 충전해야 했고

풀리지 않은 숙제에 대해서 어찌해야 할지를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들의 성장을 위해 시도했던 일이 성공에 이르지 못하면서 온 통증...

하루가 그렇게 지났고 난 좋은 사람들과 마주 앉아 유명하다는 짜글이 찌개를

앞에 두고 앉았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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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풀리지 않은 몸이 뼈가 녹아내리듯 허물어지면서 오는 통증에

벽에 기대려 몸을 움직이는 순간 보인 글귀.

누군가 이 집에 와서 음식을 먹으며 남긴 글귀인가 보다.

그런데 내 가슴에 와서 콕 박혀버렸다.

'인생은 복잡하고 진실은 단순하다.'

어찌 이리도 간단 명료하면서 내 복잡한 심사를 이렇게 쉽게 정리를 했을꼬.

진실은 하나인데 우린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양한 많은 생각을 하고,

서로 다른 생각으로 때론 격하게 언쟁을 하기도 하고, 서로의 생각을

상대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곤 하지 않던가.


그렇다.

아들이 장애가 있다는 진실은 아주 단순하다.

그러나 그 장애로 인해 오는 갖가지 일들은 생각보다 무척 복잡하고 어지럽다.

쉽게 풀려해도 그로 인해 다양한 많은 사람들이 관계하면서 우린 단순한 진실을

증명하고 이해하기 위해 또다시 첨예한 복잡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진실에 도달하기 위한 우리들의 노력이라고 좋게 말해야겠다.


이번 아들의 사건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홀로 버스 타기를 시도했던 아들은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았다.'

이것이 단순한 진리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풀어가기 위한 우리의 과정은 당연 복잡할 수밖에 없음이다.

말로 표현이 쉽지 않은 아들 덕분에 어찌어찌해서 목적지에 홀연히 나타난

녀석을 보면서 안도감과 동시에 주어진 우리의 숙제....

'그렇다면 그 다섯 시간 동안의 행적은?'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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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일정을 별다른 상황 없이 종료하고 집에 돌아온 아들을 가만 살폈다.

어찌하면 녀석이 조금이라도 다섯 시간의 행적에 대해서 말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을 우리가 그릴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한다면 장애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행적을 알아야 앞으로의 시도에 참고를 하지 않겠는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란 말도 있지만,

우리네 사람들은 다음을 기약하지 않고는 꿈을 꿀 수 없으니 그 역시도

차선의 방법이 아닌가 싶다.


아들에게 몇 번을 무심한 척 물어도 자신이 타야 할 버스를 탔다고 하고,

생각지 않은 곳에 갔다는 이야기를 하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다행히 교통카드를 통해 버스회사와 녀석의 행로를 확인할 방법이 있어 의뢰를

해놓은 상태였다. 그 기다림의 시간은 또 어찌나 긴지....

정작 사건의 당사자는 별다른 어려움이나 두려움을 표시하지 않는데

녀석을 둘러싸고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들은 멘붕이었다.

우리의 긴박함과는 상관없이 사흘 후에 겨우 아들 녀석의 버스노선을 확인하고

우린 다시 버스회사에 cctv 요청을 했다.

결정적으로 녀석의 하차 장소가 찍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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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간이 흘렀다.

일주일의 시간은 무심하게 우리를 그렇게 스쳤다.

그리고 남편에게서 결려온 전화...!!!

첫날 아들이 내게 짧게 이야기했던 것이 모두 사실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들은 분명 자신이 타야 할 버스를 탔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면 반대편에서 버스를 타서 생각지 않은 종착역에서

하차를 했다는 것.

녀석도 놀라서인지 하차시에 교통카드를 찍지 않아 장소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버스회사 cctv를 통해 하차 장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우리에게 숙제가 안겨졌다.

하차하고 다시 버스를 타서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하기까지

그 사이의 3시간의 행적이었다.

총 5시간 중 버스를 탄 시간을 확인하여 2시간의 행적은 확보했는데

나머지 시간은 어디서 무엇을 했을까?

인터넷을 통해 버스노선을 확인하고 거리를 확인하면서,

아들이 갔다는 곳을 종합한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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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반대편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종착역에서 내렸다.

그리고 목적지가 아님을 확인했다.

그 버스를 다시 타면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정보가 아들에겐 없었다.

아들은 그때부터 터벅터벅 그 먼 길을(약 7km 정도였다...) 걸어서

자신이 익숙한 곳으로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버스를 타서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는 것.

물론 이 추론은 어디까지나 추론에 지나지 않는다.

아들이 그 상황을 스스로 말해주지 않았으므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감사했다. 녀석의 성장을 보는 순간이기도 했다.

늘 함께 다니면서 유난히 이정표를 보고 물어보기를 많이 했었고

나름대로 녀석은 자신과 인연이 있었던 곳의 추억을 떠올리며 얘기를 하곤 했었다.

그 덕분이었을까?

그 버스 노선을 함께 탄 적은 없지만 오며 가며 보았던 이정표를 보고

자신이 익숙한 곳으로 올 수 있었던 것일까?

녀석은 버스를 타기로 했던 곳까지 혼자서 왔고 그렇게 버스를 탔고

최종 목적지에 4시간 후에 도착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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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이 있은 후 벌써 열흘이 흘렀지만 아들과 관계된 사람들은

아직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서로 놀란 가슴을 도닥여주며 아들을 관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기회를 주고 확인하고

정보를 나누고 있다.

열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때의 충격으로 내 몸은 으슬으슬 아프고 떨림을

녀석은 알지 못하리라. 다른 분들은 또한 어떨까...


녀석은 별 탈 없이 우리에게 돌아왔다.

그것도 누군가의 신고에 의해 돌아온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목적지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들은 추론을 통해 녀석의 성장을 확인했다.

조금 더 촘촘하게 그림자 지원을 해야 함을 서로 확인하며 다음을 기약하고 있다.

그 촘촘한 그림자 지원을 통해 녀석은 다시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희뿌연 하늘 아래로 오늘도 터벅터벅 자신의 길을 간 녀석...

날이 그래서였을까?

한바탕 자기표현을 마치고 조금 잠잠해졌단다...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겠지...


난 그렇게 아들이 장애라는 단순한 진리와

그 단순한 진리로 향하는 복잡한 인생의 여정을 살아가고 있다.

언제 어느 순간 무슨 일이 또 내게, 아들에게 펼쳐질지 모르겠다.

다만 그러한 순간들을 위해 평소에 최선을 다해 지원을 함으로써

간이 떨어지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인생은 복잡하고, 진리는 단순하다....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면서 오늘 주어진 내 인생을 담담히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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