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첫날,
감사하게도 날씨도 좋고 미세먼지도 걷혔는지 시야가 트였다.
내친김에 고대했던 만남을 강행하기로 했다.
그들이 더 이상 나를 기다려줄 것 같지 않아 마음이 조급해졌다.
벌써 지나갔으면 어쩔까.
단 하나라도 게으른 나를 기다려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그렇게 차를 달렸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친구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를 만나러 가는 길.
단 한 컷이라도 담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꽃 축제로 첫 인연을 맺었던 장소로 차를 달리며 맘이 설레었다.
그러면서도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순서도 없이 피어버린 그들을 생각하며
성질 급하게 지나갔을까 봐 두근두근한 마음.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난 속도를 최대한 낮추고(차량의 왕래가 별로 없어 가능했다)
두리번두리번 논둑을 둘러보았다.
이미 갈려있는 논을 보면서 숨이 한 번 멎었던 터다.
감사하게도 내 예리한 눈에 들어온 작은 무리의 그들...
반가운 마음에 차를 주차하고 그들에게 달려갔다.
나를 그토록 설레가 하고 애타게 했던 그들은 바로 자운영꽃이다.
어린 시절에 그냥 부모님이 알려주신 대로 '자가용 꽃'으로 알았는데
두 아이를 낳고 분주한 삶을 살아가던 어느 날,
불현듯 그리움으로 떠올랐던 꽃이 자운영이었다.
당시엔 시골에 살았기에 아이를 등에 업고 가까운 논에 가서
그들의 흔적을 찾았지만 볼 수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인터넷을 통해 '자가용 꽃'을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영영 이대로 내 시야와 정보에서 사라지는 것일까...
간절함은 또 다른 길을 만들어주나 보다.
시어머님 모시고 갔던 지리산 자락에서 논에 가득히 소담스럽게 핀
자운영을 보고 어찌나 좋았던지...
그러나 어머님도 이름을 모르고 계셨고, 난 그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지 못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더 이상 만날 수 없나 보다고 포기할 즈음에
달력을 넘기다가 우연히 내가 그토록 보고파하던 꽃의 사진과
그 사진 아래로 쓰여있는 '자운영'이란 이름에 얼마나 반갑던지...
바로 인터넷으로 자운영을 검색하니 내가 그토록 보고파했던 꽃의
사진이 뜨는 것이었다.
그때의 기쁨을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이름을 알고 그의 이름을 간절히 불러주고 싶었지만
그를 보기는 쉽지 않을 즈음에 우린 대전으로 이사를 왔고 반가운 현수막을 보게 되었다.
[산서 자운영 축제] 란 현수막~~!!
어찌나 반갑던지 무조건 남편을 졸라 그렇게 우린 그곳에 갔다.
여러 논 가득히 곱게 핀 자운영~~
눈물이 핑 돌았다.
그렇게 난 몇 해를 그 축제를 기다려 갔지만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귀한 인연 덕분에 난 해마다 그곳을 찾는다.
더 이상 축제는 열리지 않지만 몇몇의 뿌리가 남아 그나마도
자운영을 볼 수 있는 곳은 그곳 뿐이기에...
그 곱고 어여쁜 꽃이 그냥 논에서 자란 꽃으로 알고 있던 나에게
자운영이 다시 내 가슴에 사무치는 인연이 있었다.
바로 자운영을 검색하다 만난 자운영의 운명이었다.
녹비로서 자연산 비료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 고운 꽃이 통째로 갈려 땅을 비옥하게 해준다니...
더불어 만나게 된 정일근 시인의 [녹비]~~!!!
난 그만 울컥했다.
어린 시절에 소가 쟁이로 그들을 통째로 뒤엎을 때도 이렇지 않았는데
그들의 운명을 다시 확인하곤 눈시울이 붉어졌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오늘 나는 감사하게도 그들을 만났다.
정말 겨우 명맥을 유지할 정도였지만 그들을 만났다는 것 그 자체로
나의 소원풀이는 한 것이다.
그리고 돌아와 다시 그 시를 찾아서 음미해본다...
연탄처럼, 자운영처럼 열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과 함께.
녹비(錄肥)
정일근
자운영은 꽃이 만발했을 때 갈아엎는다
붉은 꽃이며 푸른 잎 싹쓸이하여 땅에 묻는다
저걸 어쩌나 저걸 어쩌나, 당신은 탄식하여도
그건 농부의 야만이 아니라 꽃의 자비다
꽃 피워 꿀벌에게 모두 공양하고
가장 아름다운 시간에 자운영은 땅에 묻혀
땅의 향기롭고 부드러운 연인이 된다
자운영을 녹비라고 부른다는 것
나는 은현리 농부에게서 배웠다, 녹비
나는 아름다운 말 하나를 꽃에게 배웠다
꽃을 묻은 그 땅 위에 지금 푸른 벼가 자라고 있다
*******자운영: 연화초(蓮花草)·홍화채(紅花菜)·쇄미제(碎米濟)·야화 생이라고도 한다. 밑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져 옆으로 누워서 자라다가 곧게 선다. 줄기는 네모지다. 한꺼번에 많은 꽃이 피기 때문에 연분홍색의 구름이 피어 오른 듯 옷감을 펼쳐 놓은 듯 아름답다 하여 유래된 이름이다. 관상용·녹비용·사료용·밀원·식용·약용으로 두루 이용된다. 풋거름 작물로 많이 심으며 어린잎과 줄기는 식용하거나 사료로 쓴다. 약으로 쓸 때는 탕으로 하거나 생즙을 내어 사용하며, 술을 담가서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