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수 떠올리는 날

-송화가루를 추억하며...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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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사월


박목월



송화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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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은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폭죽처럼 터지는 봄꽃들이 그랬고,

팝콘처럼 달콤함을 주었으되 순간에 사라지는 그들이 그랬다.

더구나 봄의 불청객 황사로도 부족해

다른 해에는 별로 각인시키지도 않았던 미세먼지까지 한몫을 하니

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까닭이다.


특히 미세먼지가 야속한 이유는 송화가루의 존재를

희석시켰기 때문이다.

그 고운 노란 가루만큼은 청소를 하면서도 수용을 했건만

이것이 미세먼지에 가려 순수한 송화가루를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아닌 송화가루가 날리고 있다는 직원의 말을 들었을 때도

인정하지 않았는데, 휴일에 내 하얀 차에 뿌옇지만 노랗게 내린 것은

분명 송화가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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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1_154825.jpg 게룡스파텔에서 만난 송화~!!




안타까움이 절로 밀려왔다.

내 기억으로는 송화가루가 올해는 다른 꽃들처럼 빠르다.

더구나 미세먼지가 한몫을 하는 바람에 정갈한 송화가루를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다.

아쉬운 마음에 가까운 곳에 송화를 만나러 갔지만

이미 풀풀 날린 바삭한 송화가 나를 기다릴 뿐이었다.

어린 시절 송화다식까지는 아니어도 박목월 시인의 [윤사월]로

내 감성을 적셨던 학창 시절의 추억이 오롯한데...


그리고,

아직 고사리를 꺾으러 한 번도 가지 못했는데

이렇게 송화가루가 다 날렸다니...

은근 드는 배신감은 게으른 자의 책임전가일까?

해마다 고사리를 꺾으러 가면

지는 진달래에 앙증맞은 진달래 새순이 돋고,

송화가루가 자유를 열망하며 날리기 시작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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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그들의 군무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을까?
노오란 송화가루의 군무는 하늘 한켠을 노오랗게 물들이곤 했는데.

문설주에 기댄 눈먼 처녀는 바람과 향기로 가는 봄을 느끼겠지.

어느 순간 윤사월을 만난 이후로 오버랩되는 영상이 있으니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 [서편제]의 풍경이다.

나도 모르게 눈먼 처녀를 떠올리면 창을 위해 눈멀어야 했던

영화 속 주인공 오정혜가 그려지니....

내 이미지의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송화가루는 자유의지를 표명했다.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의 긴 연휴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혹여라도 남아서 나를 기다려줄 그들을 만나러 가고 싶은 탓이다.

오늘은 비까지 내렸으니 조금 더 어려워지려나...

그래도 그 작은 소망 하나 가슴에 품고

윤사월 읊조리며 내 소박한 소녀 감수성을 느끼고픈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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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1_174002.jpg 무수천하마을의 유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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