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그늘이 있어 행복합니다.

-으름 터널에 담긴 부모님의 사랑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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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여지없이 나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아구야~~~ 으름꽃이 다 진다... 우수수 떨어진다."

안타까움이 배인 엄마의 전화기 너머 목소리에 내 마음도 다급해진다.

해마다 어버이날 즈음이면 내 마음도 시골집으로 향하는데...

올해는 유난히 이른 더위 덕분에 마음이 다급해졌던 차였다.

"꽃은 좀 남아있어요?"

하니 하루가 다르게 우수수 떨어져서 안타까움에 전화를 하셨다는

울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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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즈음이 아닌 그 전 주에 가야 화려한 꽃들의 잔치를 보는데

올해는 전 주의 주말과 휴일에 행사가 겹쳐 갈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렇잖아도 이즈음이면 으름꽃이 활짝 피었을 텐데...

엄마의 전화가 한 번쯤은 울려야 하는데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내 마음을 읽은 듯 엄마의 전화가 왔던 것이다.

부모님의 정성으로 으름 터널이 만들어진지 십여 년이 된 것 같다.

산골짜기에서 서식하는 그들이 울 친정집 으름 터널로 오기까지는

아버지의 극진한 사랑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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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때 성묘를 오가며 만난 활짝 벌은 으름을 만나면 어찌나 반가운지...

활짝 벌은 으름을 입에 넣으면 달콤한 사탕을 잊을 만큼 맛이 있었다.

봄에 피는 으름꽃을 볼 기회가 없어서인지, 아님 관심이 없었는지

으름꽃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 내 뇌리에 존재하지 않았던 단어였다.

그러다 아버지의 으름 터널을 만나면서 난 으름의 사계절을 만날 수 있었다.

팔손이처럼 둥글게 펴진 으름 잎도 어여쁘거니와 꽃이 그렇게

소담스럽고 초콜릿처럼 달콤한 향기를 내뿜는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유난히 으름 좋아하는 딸에게 부모님은 일 년에 두 차례 전화를 꼭 주신다.

꽃순이 딸이 으름꽃을 담을 시기를 지나칠까 봐 전화를 주시고

으름순이 딸이 시기적절하게 으름을 맛보지 못할까 봐 전화를 주신다.

그러면 난 기다렸다는 듯 친정집으로 쪼르르 달려가 그들을 담고

맛나게 먹곤 한다. 때론 일정에 밀려 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면

부모님은 바로 택배에 두둑이 으름을 담아 보내시곤 하신다.

그 으름의 맛은 바로 울 부모님의 사랑의 맛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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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더 이상 으름꽃을 보지 못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연휴 첫날인 어린이날에 시골집에 갔다.

혹여라도 나를 기다려주는 게으른 으름꽃이 더 많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려갔는데 다행히 나를 맞아주는 으름꽃의 끝무리~!!!

대문을 들어서지도 않고 으름 터널로 다가가 사진을 담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버지...

해걸이를 하는 으름을 보고 올해는 영양을 좀 더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그런 덕분인지 얼마 남지 않은 으름꽃은 크기도 하고 소담스러웠다.

한창일 때 보았다면 나는 이 으름 터널을 떠나지 못했으리라.


어쩜 엄마의 말씀처럼 가장 아버지의 감성을 닮은 사람이 나라고 하시는데

그런 연유에서인지 모르지만 난 늘 아버지와 함께 으름 터널과

집 주변의 논밭을 둘러보곤 한다.

풀 한 포기 허락하지 않는 아버지의 장미꽃밭(정원이라 하기엔 소박하다)과

엄마의 부지런함이 녹아있는 깨끗한 밭은 늘 나를 돌아보게 한다.

이제 사십여 년 가까이 되었을 장미는 엄청 굵은 가지를 보여준다.

그 굵은 가지 사이를 돌며 풀 한 포기 허락하지 않는 아버지의 장미 사랑.

이젠 시대의 흐름을 허락하는 몇 개의 이방인들이 함께 자라고 있다.


또 나를 반기는 것은 바로 오렌지색 철쭉~~!!

아직도 오렌지색 철쭉을 다른 곳에서 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희귀한 색이다.

내 기억으로는 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 아버지가 용인 자연농원에 가셔셔

사 오신 귀하신 분이다. 자식을 위한 과자 봉지 하나를 허락하지 않는 분이

용인 자연농원(지금은 에버랜드로 부르지만 어렸을 땐 자연농원이라 불렀다)

에 다녀오셨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라본 아버지의 손엔 귀한 색의

장미와 철쭉 묘목이 들려있을 뿐이었다. 그때의 서운함이란...

귀한 오렌지색 철쭉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옛 추억이 떠올라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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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화단에 주인공은 단연 장미, 철쭉이다.

그 사이로 다른 이들이 조금씩 고개를 내밀고 있다.

꽃 사랑하는 그 정서가 없었다면 아버지는 그 척박한 시절을 어찌 견디셨을까.

그럼에도 꽃사랑을 척박한 상황에도 담고 있었던 아버지의

감성에 놀라곤 한다.

꽃사랑과 서예 사랑, 그림사랑이 남달랐던 나의 아버지....

그 사랑이 으름 터널로 고스란히 녹아 흐르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그냥 시골의 농사꾼,

내 눈으로 보는 아버지는 감성쟁이 꽃 아저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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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소담스럽게 터널 전체를 감싸는 으름꽃의 군무를 보지는 못했다.

그나마 감사한 것은 나를 기다려준 늦은 꽃무리가 내 아쉬움을 삭여줬다는 것.

여전한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하였다는 것 정도일까.

초록이 햇살을 만나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는 오월의 초입...

햇수를 실감케 하는 터널의 갈라진 대나무와 녹슨 철근 골조들을 보면서

감사와 사랑을 다시 확인할 뿐이다.

이들의 향기와 그늘과 튼실한 열매처럼 내가 받은 부모님의 사랑도 이와 같음을.


오늘은 어버이날,

당신의 사랑은 으름꽃 향기보다 더 진하고 달콤함을 압니다.

당신의 사랑이 튼실하고 맛난 으름보다 더 맛나고 오래간다는 것을 압니다.

그 사랑이 있어 저도 주어진 현실을 열심히 살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으름 터널의 사랑처럼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나의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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