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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꽃과 벌의 공생
-그들의 삶을 가만 바라본다.
by
최명진
May 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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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벌 소리가 크게 들리는 곳.
향이 그다지 진한 것도 아닌데 벌들이 떼로 몰려 있는 곳.
호기심에 다가간다.
이미 벌 소리에 자지러진 아들은 저쪽으로 달아났고
호기심쟁이 아지매만 그곳에 남았다.
한창 어여쁘게 핀 작약꽃 위로 부지런히 날아다니는 벌의 무리.
가히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할 만하다.
그들의 비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길 바라며 담아본다.
어쩜 이리도 부지런히 움직일까?
부지런히 자기보다 큰 꽃술 사이를 유영하는 벌의 무리.
너무 집중을 했는지 이방인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
내겐 다행이다.
그들이 나를 향하지 않아서....
아~~ 그게 아니지....
난 꽃이 아니라 그들에겐 필요치 않은 것이지.
존재감이 없다고나 할까...ㅋㅋㅋ
아들은 저쪽에서 나보고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같은 날 같은 시에 사고를 당했는데...
울 아들에게는 그 충격이 나보다 훨씬 큰가 보다.
난 어른이기에 가능했던 것일까....
그토록 좋아하는 꽃에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는 아들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강아지에 이어 벌도 또한 아들의 두려움의 대상으로 등극하는 것일까.
3년 전 추석 즈음이었다.
남편을 따라 시부모님 산소에 벌초를 갔었다.
예초기로 산소 주변의 풀을 깎는 남편에게서 좀 떨어져
모기장 텐트를 치고 아들과 난 앉아 있었다.
벌초에 조금 욕심이 더 났던 것일까?
비탈진 곳의 잡풀을 예초기로 깎던 남편이
"악~~'소리와 함께 우리 쪽으로 뛰어온 것은 순식간이었다.
남편의 뒤로 무서울 정도로 큰 윙윙거리는 벌들이 떼를 지어 날아옴을
눈으로 확인하면서도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았음을....
넋을 놓고 있던 아들을 잡아끌고 발길을 떼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가차 없이 몸을 향한 그들의 공격을....
그럼에도 아들에게 달려드는 녀석들을 모자로 털어냈지만
이미 침을 꽂은 녀석들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 참혹함이란....
겨우 수습이 되었을 땐 남편도 나도 아들도 벌의 공격에
대책 없이 당한 후였다.
혹시라도 아들에게 남아있는 녀석들이 있을까 확인을 하면서도
따끔거림과 더불어 욱신거림이....
펼쳐놓은 짐을 그냥 두고 갈 수 없어 휴식을 취한 후 수습해
겨우 차로 왔지만 우리의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남편의 입장에선 운전이 어려운 상태였다.
뚱뚱 부어오른 자리에 시큰거림이 사라지지 않았고,
우린 뉴스에서나 보던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음을 감지하곤
그렇게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문제는 울 아들...
가장 적게 벌의 습격을 당했음에도 치료가 어려웠다.
이미 너무 놀란 상태라 아들은 치료를 거부했고
특히 주사를 거부했기에 약을 처방받는 것으로 그쳐야 했다.
남편과 나는 주사를 맞고 조금씩 사그라지는데....
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벌에 물린 자국은
영광의 상처처럼 그대로 남아있다.
아들은 머리 부분을 쏘였는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가끔 장애부모님들끼리 큰 일을 겪고 나면 무용담처럼
그 두려움을 농으로 털어내는 경우가 있는데...
엄청난 봉침을 맞은 아들에게 혹 다른 변고가 있을까 걱정했지만
더 이상의 변고는 없었다.
다만 그 이후로 벌이 날아다니는 소리만 들어도 소스라침이 늘었다는 것....ㅠㅠ
난 그들을 해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들을 사랑스럽게 담고 싶을 뿐.
그들은 내가 꽃이 아니어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겠지만
덕분에 호흡을 가다듬는 내게 공격성향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바지런함과 그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는 꽃의 공생을 보았을 뿐이다.
저리 어우러져 살면 되는 것을....
한참이나 그렇게 그들을 담은 후 아들이 있는 곳에 가니
"벌 소리가 윙윙 났어요."
한다.
그래, 네 두려움을 엄마가 다 알 수는 없지만 많이 아팠었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구경 가자고 하면 마다하지 않는 아들.
가까이 다가가기엔 조금 어려움이 있지만
어느 순간 꽃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그 아픔이 삮혀지길 바랄 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공격자와 피해자가 된 상황이긴 했지만
우린 내내 그런 적대관계일 필요가 없음이다.
서로 조심해야지....
내겐 그들의 아름다운 공생이 보일 뿐이다.
그들처럼 어우러져 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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