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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아들과 엄마의 세상만나기
봄의 산에서 보물찾기
-고사리를 꺾다
by
최명진
May 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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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오월은 분주함 그 자체인 것 같다.
가정의 달 답게, 계절의 여왕 답게...
그 역할들이 참으로 많아 분주함이 절로 이는 달이다.
내 한 몸의 역할이 이렇게 많음을 실감하는 달이기도 하다.
자식, 아내, 엄마, 학부모, 보호자, 직장에서의 역할 등등....
잘 하는 것 하나 없는데 태어나는 순간부터 정해진 역할에
적응기를 평생 거치며 사는 것 같다.
또한 5월은 참으로 아름다운 달이다.
만물이 소생해 무한의 성장을 거쳐 청춘에 이르는 시기이며
봄꽃들의 화사함으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신록이 광채를 내는 달이기도 하다.
그 무궁한 성장을 보고파 안달인 나는 그들을 좇기에도 바쁘다.
망중한으로 그들을 만나는 자체가 내겐 커다란 휴식임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올해도 주어진 날에 대한 무게를 느낌과 동시에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오월이 되면 꼭 들리는 곳이 있으니 바로 시부모님 산소이다.
산소에 인사하는 것은 기본이요,
그 이외의 목적이 있으니 이는 시부모님의 배려라 생각한다.
시부모님의 산소는 적당히 오르기 좋은 산에 있으며
산소를 가게 되면 부가적인 즐거움이 우릴 기다리기 때문이다.
봄이면 고사리가 그것이요, 사철 바다가 가까이 있다는 것이 또한 그것이다.
또한 산소 가는 길은 어느 산장을 지나치는데 풍경이 제법이다.
그 사계를 만나는 자체도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그런 이유로 올해도 여지없이 우린 어린이날 시골행을 결정했다.
시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주변을 돌아본다.
연초록 신록이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광채를 낸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초롱한 눈빛처럼 빛나는 것이 넘 사랑스럽다.
저 신록 아래로 우리가 찾는 보물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소풍에서 하는 보물 찾기엔 영 젬병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봄의 보물 찾기는 허탕을 쳐도 즐겁기만 하다.
올해도 수확한 만큼으로 시부모님 제사상에 올리면 될 뿐이다.
사실 수확보다 그 보물을 찾는 그 자체가 너무 좋기 때문에.
보물 찾기의 또 다른 즐거움은 그들을 찾으면서 만나는 자연이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심어놓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나고 자라는 고운 꽃들과
지난 계절을 알려주는 자연의 어우러짐이 최고의 보약이다.
올해는 이미 날린 송화가루와 미리 저버린 진달래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다른 어느 해 보다 신록은 최고인 것 같다.
그 사이로 낮게 몸을 웅크리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찾는 고사리...
그들은 마치 '나 잡아봐라'하는 술래잡기 놀이처럼 잘도 숨어 있다.
분명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지났쳤음에도 혹시나 하고 돌아보면
마술처럼 떡 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들을 보며 난 늘 겸손을 배운다.
완벽한 것이 어디 있으랴.
누군가 이미 충분히 훑고 지나간 자리에도 보란 듯이 올라 있는 고사리,
방금 전에 지나쳤음에도 마술처럼 올라있는 고사리,
보는 각도에 따라 숨었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는 고사리...
그 고사리를 찾는 재미에 흠뻑 빠진 우리 부부.
그 보물 찾기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함께하는 이가 있으니 울 작은 아들이다.
이 녀석도 장애가 없었다면 벌써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돋아 날아갔을 텐데...
안타깝게도 녀석에겐 아직 날개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있다 하여도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직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러한 이유로 샴쌍둥이처럼 늘 우리와 함께 하는 아들,
그 아들도 제법 고사리를 잘 찾는다.
지난주 학교에서 가는 산행에서 아들은 자연스럽게 고사리를 찾아 꺾었단다.
선생님이 고사리를 알고 있는 것에 놀라 나에게 확인을 하셨었다. ㅎㅎㅎ
아들에게 고사리 꺾기는 어찌 보면 인생 연습이었다.
산만하고 주의집중력이 약한 녀석에게 어떻게 하면 놀이 겸 집중을
높일 수 있을까 해서 선택한 일종의 놀이가 고사리 꺾기였다.
여전히 아들은 많은 시간을 집중하지는 않지만 어느 순간 흘리듯 지나가면서도
고사리를 찾는 영민함을 보이고 있다.
때론 쉽게 포기하는 녀석을 이끌기 위해 나는 아들과 함께 다니면서
내가 발견한 고사리를 찾아 꺾도록 이끌기도 하고, 인증샷을 찍어서
성취의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녀석은 감사하게도 그런 나의 취지를 잘 따라와주고 있다.
예전부터 고사리가 많은 곳에는 뱀이 있다고 했다.
해마다 고사리를 꺾으면서 뱀과 조우하곤 한다.
올해는 그 만남을 대비해 스틱을 준비해 갔다.
그와 나를 위한 장비이다. 내 소리를 듣고 그가 비켜가길 바라는 마음과
혹여 마주치더라도 어려움을 피하기 위한 장비....
몇 해 전에는 아들과도 마주치기 어려운 눈맞춤을 한동안 했던 경험도 있었다.
나는 그를 보며 얼른 지나가 달라고 했고, 마치 내 말을 알아들은 듯
그는 내 곁을 스윽 지나쳤던 짜릿한 기억이 있다.
올해도 여지없이 그를 만났다.
다만 햇살에 몸을 똬리 틀어 곱게 자는 그를 만났을 뿐.
살짝 그를 만난 기념으로 한 컷을 담고 조용히 그곳을 지나쳐왔다.
사실 그들이 자연의 주인이니 내가 잘 비켜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 이리라.
그럼에도 다시 그들을 만날까 조바심이 났는데 더 이상은 만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을 만난 이후엔 내 눈과 귀가 더욱 예민해져서 어려움이 있다는 것..!!!
올해의 수확은 다른 해보다 적은 것 같다.
처음에 올라온 물기 흠뻑 머금은 먹고사리를 원했지만 그러지 않았음을.
그럼에도 제사상에 올릴 정도는 꺾었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집에 가서 잘 삶아 말려 마음으로 올리면 될 일만 남았다.
내려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가져간 간식도 중간중간에 먹어서 가벼워졌고
주변의 풍경이 주는 위안도 또한 마음을 가볍게 해줬다.
고사리는 내게 삶을 겸손하게 살라는 가르침을 준 스승이다.
아들의 장애를 알고 몸부림을 치던 십여 년 전에도
난 고사리를 찾으면서 나를 달랬었다.
그리고 스스로 고사리에게 감사를 하곤 했다.
높은 곳에서 거만하게 찾으면 절대 보이지 않는 고사리....
아들과 눈높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직접 보여준 고사리.
늘 열심히 본다고 하지만 완벽하지 않기에 반복이 중요함을
그들은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고 작은 것 하나 꺾자고 다리가 긁히고 손에 상처가 나기도 한다.
원치 않는 뱀을 만나는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고사리 꺾기를 즐기는 이유는 생을 반추하는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얼마나 좋은가. 수확물도 얻으면서 인생도 배울 수 있으니...
더불어 산소에서 가까이 있는 바다에 가서 그 넓은 품에 안길 수도 있지 않은가.
해당화 향이 바닷바람에 솔솔 스며들고
애쓰지 않아도 시야가 트이는 바다를 볼 수 도 있으니
어찌 아니 발길이 닿지 않겠는가.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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