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인연에 더해진 풍경

-공주 황새바위 순교성지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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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가족과 함께 공산성을 따라 산책을 하면서 반대편으로 보였던

곳이 있었다. 무언가가 우뚝 서 있는데 호기심이 발동했었다.

돌아올 때 남편에게 저곳이 궁금하다고 말했고, 남편과 차를 달려 가보니

[황새바위]라고 쓰여 있었다.

절친이 종신서원을 한 수녀님 이어서인지 순교성지라고 하면 눈에 띈다.

어렴풋이 친구의 언니가 공주에 있는 순교성지를 얘기했던 것 같은데

바로 이곳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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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곧 공주교육청에서 강의할 일이 있어서 겸사겸사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감사하게도 황새바위가 공주교육청 바로 맞은편에 있었던 것이다.

길치인 나는 될 수 있으면 교육 갈 곳의 위치를 먼저 파악을 하곤 한다.

혹여 있을 곤란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나의 방법이다.

조금 일찍만 온다면 이곳에서 산책을 하면서 교육안을 준비하면 될 것 같아

회심의 미소를 짓고 왔던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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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주차를 하고 황새바위에 오를 때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일 것이라

생각을 했었는데...

초입부터 정갈한 길과 성당이 내 마음을 절로 가다듬게 하는 신성함이 느껴졌다.

정진하지 않은 자 이곳에 오면 안 될 것 같은 정숙함과 정갈함이 그대로

내게 전해지는 곳이었다.

내 종교가 아니니 어찌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방식대로 마음의 인사를 하고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무척 따가운 햇살을 자연스럽게 피할 수도 있고 숲 사이로 난 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도 싱그럽고 상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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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바위 무덤경당이 있는 곳.

걸음조차도 조심스러웠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한적한 오후의 황새바위.

순교자의 길이 어떨지는 잘 모르지만 선구자로서의

어려움을 몸과 마음으로 받으신 분들 이리라.

장애 관련 일을 하다 보니 다른 이들이 시작하지 않았을 때

먼저 실천한 분들의 삶을 돌아보면 숨이 멈칫할 때가 있는데...

그분들 또한 그러하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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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길 중 한 길을 따라 올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도 크고 어찌나 정갈한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이방인이 이렇게 걸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종신 서원식에도 갔고,

친구 동생의 결혼식도 성당에서 보았기에 그 정갈함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걸어보았다.

누군가의 마음이 바람에 실려와 내 볼을 스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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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들이 없었다면 지금이 있을까?

빙 둘려 놓인 십자가를 보니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게 된다.

하늘은 어찌 이리도 파랗고

구름은 어찌 이리도 하얗게 그 하늘을 덮고 있는가.

그들도 이 성스러움을 함께 하고자 마음을 가다듬었던가.

스치는 바람에도 짐짓 그들의 행보에 누가 될까 마음이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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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기를 모아 주위를 밝혀주는 절정의 산딸나무 꽃이

낮등처럼 향기롭고 아름다웠다.

샤스타데이지에 살포시 날아온 나비 한 마리~!!

내게 좀 더 정진할 시간을 준다.

우뚝 서 있는 소나무를 바라봄만도 마음이 정돈된다.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한 풍경.


친구가 아니었다면 이곳이 이토록 마음에 새겨졌을까?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가 풍경에 녹아들어 그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나중에 좋은 사람과 다시 이곳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시간이 되어 공주교육청에 가서 교육을 마치고 나오니

황새바위의 풍경이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참으로 좋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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