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해바라기 소년의 갤러리
힐링 타임
-너는 나의 휴식처
by
최명진
May 30. 2016
아래로
처음 아들의 그림에 대한 나름의 재능을 발견하곤 기뻤다.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자체가 좋았다.
컴퓨터에 빠져 있는 것보다 보기 좋았다.
취미가 있다는 것은 돌발행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줄여준다는 것.
그 취미를 통해 더 많은 것을 확장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
아들의 그림에 대한 관심과 능력은 어둠의 터널에 있는 나에게
또 다른 희망을 안겨준 탈출구였다.
때론 감당하기 힘들 만큼 아들은 그림을 그려댔고
난 그 종이를 감당하느라 고민을 하기도 했다.
남편은 이면지를 모아 왔고, 신문지를 모아 왔다.
난 가능한 저렴한 종이를 사다가 쌓아놓기도 했다.
내가 보기엔 늘 같은 그림이지만 아들은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도
더 반복에 반복을 하며 자신의 그림세계를 표현하곤 했다.
집착과 반복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그도 좋았다.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는 암담함보다는 목표가 있어서 좋았다.
초등 3학년 때부터 내가 보기에도 제법 비약적 발전을 보였다.
그전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에 빠져 늘 그들을 그렸다면
현실적인 생활화가 보이가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나 역시도 아들의 고착화된 패턴에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기에
우리의 가족여행을 모티브로 아들이 가장 즐거웠던 때를 이야기하며
그렇게 그리기를 유도했었다.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초등 6학년까지는 다양한 곳에 출품도 하고 나름 인정을 받아 상도 받았었다.
아들이 그림을 통해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꿈을 꾸기도 했다.
아들은 다동성향이 강해 다른 일반 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니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한 미술치료만은
지금까지 놓지 않고 있을 뿐이다.
미술치료 선생님들도 아들의 그림을 보면서 감탄을 하고 잘 그린다고 했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들의 나름의 재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을 알려주실 분은 없었다.
중학생이 된 아들에겐 그림 이상의 다른 어떤 것도 꿈을 꿀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초등학교 때보다 외부 활동에 참여도 적어졌고 자극도 지극히 작아졌다.
그래서 더 집에서 하는 활동을 놓을 수 없었던 절박한 때였다.
아들이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하는 것이 있다면 일기 쓰기와 그림 그리기이다.
캐릭터에서 생활화로, 생활화에서 다시 책의 삽화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적용 가능한 것들을 찾아 꾸준히 이어갔다.
생활화의 그림들이 고착화가 될 즈음 다양한 그리기의 방법과
사람에 따라 다른 표현의 방식을 알려주기에 제일 좋은 것이 책의 삽화였다.
다행히 녀석이 책을 워낙 좋아하니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그리는 것을 저녁시간에 했고 아들은 잘 따라주었다.
감사하게도 녀석은 그런 나의 제안을 받아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는 자신과 그것을 지켜보는 아빠와 어떤 할머니~!!! (생활화)
안타까운 것은 녀석의 인지가 쑥쑥 발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들의 관심과 인지는 여전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몇 해를 그림을 그리는데 좋아하는 책의 한계와 좋아하는 장면의 명확성이
아들의 그림을 다시 어느 일정 틀 안에 가둬놓는 상황을 만난 것이다.
그래도 표현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했다.
늘 같은 그림인 것 같아도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색상이나 필력이 달라지니
그것으로 족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아들은 이제 너무 당연한 듯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린다.
물론 술렁술렁 그때그때의 기분을 나타내면서...ㅎㅎㅎ
안타까운 것은 취미 이상으로 동기부여를 해주지 못하니 발전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혹 아들만의 독특한 그림 화법을 통해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연결고리도 찾지 못했고, 아들 그림을 특성화할 만큼 뛰어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래도 지금껏 많은 장애부모님들을 만나면서 취미가 가지는 강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지속적으로 이어가고자 할 뿐이다.
직업이 되지 않는다 하여도 자신이 하고픈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소통의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으니까.
어렸을 땐 아들의 그림에 대해 많은 분들이 자신이 생각한 제안을 해왔지만
지금은 그 어떤 조언도 들을 수 없다.
아들이 그림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사라졌다는 현실적 반응이겠지...
대학을 보낼 거냐는 말에 난 그냥 웃었다.
대학을 보낼 수 있을 정도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아직도 누군가가 옆에 없으면
아들의 부재에 대해서 사시나무 떨듯 떨어야 하는 상황에서 그것은 아닌 듯.
그리고 무엇보다 아들은 다른 친구들처럼 착석에 어려움이 있으니 더욱 그러하고...
아들이 두고 간 공간의 허황함을 바라보다 문득 아들의 그림들을 떠올렸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아들의 그림은 늘 날 힐링하게 한다는 것이다.
화가 나고 속상해도 아들의 그림을 보면 절로 미소를 짓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비록 책 속의 삽화라 아들 그림의 특성들이 덜 나타나지만
아들의 터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상상하는 그 자체로도 행복하다.
무언가를 표현하고 즐기는 아들이 감사할 뿐이다.
아들이 좋아하는 그림으로 아들의 행복을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오늘도 나는 그것을 고려중이다.
keyword
그림
취미
힐링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최명진
취미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포토그래퍼
해바라기를 사랑하는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엄마의 세상 만나기
팔로워
1,059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해바라기 소년의 이즈음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