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맞은 곳에 뿌리를 내린다는 것...

-개망초를 보며 드는 단상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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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어느 곳을 가든 눈에 들어오는 풍경 중의 하나가

신록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어우러짐을 자랑하는

개망초가 아닌가 싶다.

개망초~~!!!

앞에 붙은 '개~'에서 느껴지는 '흔하디 흔한'이라는 표현이 격하게

맞다 싶을 정도로 그들의 어우러짐은 '힘'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혼자여도 그냥 수수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만 함께하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는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닌데...

어느 순간 나는 '함께 어우러짐'에 자꾸 포인트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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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에 갔다.

그전에도 이곳에서 개망초를 보았지만 이토록 흐드러진 개망초를 본 기억이

있나 싶도록 개망초가 그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이 하나 둘 꽃을 피워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 순간부터

어설픈 찍사는 그들을 담으러 가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는데...

역시, 발품의 위대함을 느끼며 난 그들을 아낌없이 담았다.

어린 시절엔 개망초가 아닌 '계란꽃'으로 내겐 친근했던 꽃이었다.

활짝 핀 그들을 보면 마치 맛나게 잘 부쳐진 '계란 프라이'가 떠올라서였을까?

내가 좋아하는 친근한 무언가를 떠올리게 한다는 자체가 친근감을 더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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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세월을 더해간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더 많은 경험을 통해 세상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체득한 경험에 의해 때론 고래심줄 같은 나름의 주관을

갖는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내재된 두려움을 흔쾌히 털어버릴 것 같은 역할을 해야 된다는

무거운 짐을 당연한 것으로 여김을 강요받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런 모든 것들을 다 내 것으로 삼으며 함께 하는 것...


해를 거듭할수록 내 의지와 상관없이 더해지는 나잇값에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느낄 때쯤, 우연히 발견한 '민들레 모델'이라는 말에 흠칫 가슴이 떨렸던 날을 기억한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덴마크의 토킬이라는 사람이

말한 그 이론에 꽂혔던 날, 공연히 잠이 오질 않았다.

같은 장애자녀를 가진 부모로서 그의 이론이 가슴 깊이 스며서이기도 했으며,

그 이론을 현실적으로 펼치기에 느끼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머리를 감싸 쥐며 고민을 한 나날들이 스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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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을 하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 이전에도 발달장애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장애자녀의 미래에 대해서 구체화를 하면 할수록 느껴지는 현실적 괴리감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해서 절박함만큼 대안이 잘 나오지 않아서

가슴을 쳤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곤 했다.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은 없을까?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는 어땠을까?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그렇게 만난 사람이 '토킬'이라는 사람이었다.


참으로 반가웠다.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우리보다 먼저 발달장애인의 강점에 맞는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모래알처럼 전 인구에 비해 많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으로서 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숙제는 같은 것이기에 더욱 고마운 인연이라 생각했다.

고장 난 물건이라면 버리고, 잘못 푼 문제라면 다시 풀면 되지만

사람은 어떤가?

어떤 사람이건 그의 존재감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불편함을 느끼며

분리하고 배제하여 편하고자 하는 현실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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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를 장애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주목하는 사고의 전환!

토킬은 자폐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위치로 옮겨주는

이 여정을 '민들레 모델'이라고 부른다.'


"많은 이들이 민들레를 잡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잡초란,

원하지 않은 곳에 핀 식물일 뿐입니다.

만약 민들레를 원하지 않는 곳에서

원하는 곳으로 옮겨준다면,

그것은 잡초를 약초로 바꿔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대청호의 너른 들판에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를 보면서 왜 나는

하필 토킬의 '민들레 모델'을 떠올렸을까?

인식의 전환이라는 말도 좋고, 적절한 환경이라는 말도 좋다.

누구에게나 적절한 환경이 제공되면 그들의 존재는 달라진다는

그의 시각이 참으로 좋았기 때문이다.

밭 한가운데 개망초가 흐드러진다면 그들은 분명 불필요한 잡초로 치부되어

가차 없이 그 생명을 다하겠지만,

이렇게 비어진 공터에 흐드러지면 그들의 존재는 달라지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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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비가 잦은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큰비는 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작년보다는 대청호가 덜 마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내 눈에는

흐드러진 개망초가 차지한 공간만큼 비어진 공간은 넓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그 공간을 아름답게 채운 개망초가 반가운 것은 왜일까?

흐드러져 어우러진 그들의 아름다움이 자꾸 눈에 들어오는 것은 왜일까?

함께 어우러져서 아름답고, 그들이 존재하는 장소가 뽑혀나갈 위기의 장소가 아닌

누군가의 시야를 아름다움과 휴식으로 채워주는 알맞은 공간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알맞은 곳에 뿌리를 내린다는 것'

우리 모두에게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다는 것, 그 적성을 찾아 능력을 발휘하면서

스스로의 인생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고려해야 할 상황이 아니던가.

특히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장애적 특성이 배제가 아닌 함께 할 수 있는 포인트가 바로

강점화 전략이 아닐까 싶다.

대청호 너른 벌판에 흐드러지게 피어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그들에게서

토킬의 '민들레 모델'을 떠올리는 것은 어쩜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싶다.

이 땅에 '민들레 모델'을 뿌리내리고 싶은 마음, 실천으로, 열정으로 이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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