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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내 고향이 날 불렀다...
-사랑스러운 고향 풍경을 담다
by
최명진
Jul 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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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친정집에 간 후로 모처럼만에 다시
친정집에 갔다.
시간이 되면 가마 했는데 그것이 벌써 두 달이 흘렀다.
그 사이 엄마는 안부가 궁금하다며 두어 번 전화를 하셨다.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 전화했다는 엄마의 목소리 언저리엔
보고픔이 간절함을 알면서도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번엔 다른 일정 뒤로 하고 무조건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의 코맹맹이 소리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하나 둘 떨어지던 빗방울이 친정집에 다가갈수록
더욱 굵어지더니 제법 시야를 가리도록 내렸다.
드라이브 좋아하는 부모님과 어딜 갈까 고민했는데
잘 하면 그냥 집안에서 두런두런 얘길 나눠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가 굵게 내렸다.
비를 뚫고 도착한 친정집에서 봉지라는 이름의 강아지가 우리를
먼저 반겼다.
뒤로 들려오는 엄마의 들뜬 목소리...
전날 엄마께 전화를 드렸다.
무엇이 필요한지 묻기 위해서...
나이가 드시니 필요한 물건이 있어도 사기가 쉽지 않다.
차가 없으니 특히 무게가 나가는 생필품은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알기에 시골에 가기 전에 늘 전화를 드린다.
그럼 엄마는 미안해하시면서도 당신이 필요한 물건을 말씀하신다.
지난번 사다 드렸던 간식거리가 맘에 들었는지 그것을 말씀하신다.
그리고 밀가루도...
엄마가 밀가루를 말씀하실 때 난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친정집에 내려가면 엄마가 무엇을 해주실지를...
친정집에 들어서니 엄마는 강낭콩을 까고 계셨다.
역시 내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
아들에게 시골에 내려온 기념으로 강낭콩 까기 체험을 하라고 했더니
아들은 흔쾌히 앉아서 강낭콩을 까기 시작했다.
"엄마의 아들이니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하며, 내가 국민학교 2학년 때 하나의 노래를 반복해서 부르며
몇 말의 강낭콩을 땄던 전설 같은 이야기를 해주었다..ㅎㅎㅎ
지금 생각하면 그 어린 나이에 어찌 그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친정집에 가면 엄마와 아버지는 자랑이라도 하듯
부모님이 가꾼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신다.
친정집에 오면 인사를 하고 나서 너무도 당연한 듯 주변을 둘러보며
사진을 담는 것을 아시기에 이젠 내가 오면 내가 궁금해할 것들에 대해서
사전에 정보를 주시는 것이다.
어느 순간, 내가 사진을 담는 것 자체가 부모님껜 기쁨을 드리고 있다는 것을
부모님이 내게 전해주시는 목소리에서 알 수 있었다.
그러기에 나는 더더욱 기쁜 마음으로 부모님의 논과 밭, 집 주변을 돌아본다.
정갈함에 극치를 달리는 부모님의 논과 밭, 주변~~!!!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먹은 참외는 밭에서 조금 전에 따오신 것이라고 하셨다.
몇 개 되지 않는 참외넝쿨에서 제법 신나게 참외가 열려 행복해하시는 부모님.
참외를 먹고 그렇게 난 우산을 받쳐 들고 집안의 아버지 꽃밭과 대문 밖의
풍경들을 찍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사랑스러운 그들인 장미가 비를 맞고 피어있었다.
한 때 장미에 대한 무한 사랑으로 아버지의 꽃밭에서 퇴출 위기를 맞았던
채송화가 명맥을 유지하며 나를 반겼다.
화분으로 아버지에게 들어왔던 국화가 꽃밭에서 뿌리를 내려 벌써 피어있었다.
엄마의 일용할 양식인 호박도 꽃과 더불어 대롱대롱... 참 이쁘다.
이젠 자식들이 다 출가해버린 상황이라 부모님의 밭은 아기자기해졌다.
한 때 제법 큰 규모로 뽕나무 밭이 있던 곳은 논으로 변한 지 오래되었고,
남은 밭에선 부모님의 귀한 그들이 옹기종기 빗방울 머금으며 자라고 있었다.
식생활의 변화로 인해 대량의 생산보다는 맛보기 좋을 정도로 다양한 것들이
부모님의 밭을 차지하고 있었다.
옥수수, 고구마, 고추, 도라지, 녹두, 생강, 땅콩, 율무, 강낭콩, 참깨,
그리고 올해 새로 등장한 ***까지...(아버지가 당신의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고
심으셨고 이름을 알려주셨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ㅋㅋㅋ)
풀 한 뿌리 허용하지 않는 정갈한 밭에서 부모님의 부지런함을 본다.
그리고 나는 논을 바라보았다.
자리에 붙박이처럼 서서 나는 한 곳을 응시했다.
내 일주일간의 설운 울음을 말없이 받아주었던 그를 바라본다.
그가 연결한 전깃줄에 비둘기 한 마리가 '구구구' 구슬픈 소리를 내고 있었다.
시골에서 5남매를 열심히 가르치신 울 부모님.
그중 세 명이 대학을 다니는 상황에서 대학을 보내기 어려운 부모님 상황을 알고
휴학을 고민하면서 말없이 기대어 서럽게 울었던 논 가운데의 전봇대...!
여전히 그 모든 비밀을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고 꿋꿋하게 서 있었다.
그때의 눈물이 남은 대학생활을 열심히 하게 했던 원동력이 되었던 추억...!!!
시골에 가면 집 주변을 돌아보며 난 그 전봇대를 꼭 만나러 간다.
그때로선 가장 큰 절체절명의 상황이었으니까...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흘러 그보다 더 강한 낙뢰를 몇 번을 맞았지만
난 생존했고 살아가고 있다.
어려웠던 시기에 차마 부모님께 사정하지 못하고 눈물을 삼켰던 나를
소리 없이 지켜봐 줬던 전봇대였기에 내겐 소중한 인연이다.
전봇대와의 소리 없는 대화를 하고 돌아서 집안으로 돌아왔다.
마음이 내리는 비에 씻겼는지 개운하기 그지없다.
지금껏 소리 없이 나를 지켜봐 준 전봇대는 내 마음을 알고 있겠지...
고향이 좋은 이유는?
무엇보다 나를 든든하게 지지해주시는 부모님이 계시다는 것.
그리고,
내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고스란히 풀어내 준다는 것,
마지막으로 말없이 내 설움을 받아준 그가 있다는 것...
난 그렇게 시골에 다녀왔다.
고로 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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