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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강탈하는 풍경들
-풍경과 일치되고픈 날
by
최명진
Aug 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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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주중을 보내고 내게 주는 가장 큰 보상은
휴일을 충분히 즐기는 것이다.
누군가는 주중을 열심히 뛰었으니 휴일엔 방콕 하여
충분히 쉬어주는 것이 좋다고 하나 이 역시도 각자의 성향인 듯 싶다.
내게 주어진 휴일을 가장 충실하게 보내는 방법은
자연을 향해 떠나는 것이다.
그 시간이 길지 않아도 좋다.
단 한 시간도 마음에 자연밭을 들여놓는 순간 힐링이 되니까.
늘 보는 자연이 뭐 그리 대단할까 하는 사람도 있겠지.
같은 풍경을 보고 모두가 다 엄청난 감탄을 하지 않는다.
관심만큼 보이는 것이다.
관심이 없다면 수 십 년을 다닌 길에도 보이지 않는 것이 있으리니.
나 역시도 그런 경험을 수도 없이 했다.
무엇이 내 눈에 띄느냐는 순전한 관심과 사랑의 차이이다.
그 소중한 관심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려면 내가 주로 하는 것들을
살펴보면 되리라.
나태주님의 풀꽃이 떠오른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가져온 컷~!!
아들을 통해 난 많은 것을 배웠다.
그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아주 소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특히 발전이 더딘 울 아이들과의 소통엔 '기다림'과 '지켜보기'가 필수임을
난 십칠 년 양육을 통해 배웠다.
이 철칙은 아마도 평생을 이어갈 것 같다.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 란 것을...
다른 아이들이 한두 번에 할 일을 몇 배, 몇 십 배, 몇 백 배, 몇 천 배,
혹은 몇 만 배, 혹은 평생을 통해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할지 모른다.
온전히 그들이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는 것은
기다림을 통해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해 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
존재의 이유를 주는 것이리라.
그것에 하나의 필수 조건이 있다.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반복을 통해 가능한 일들을 확장해나가는 것~!!!
걸을 수 없는 조건을 가진 아이에게 걸으라는 것은 기회가 아니다.
그 조건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언어 표현이 안 되는 아이들에게 유창한 언어를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단어 하나라도, 아님 누구나 소통이 가능한 몸짓 언어 하나라도 더 익혀
살아가는데 덜 어려울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내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장애적 특성들을 보아도
지속적으로 하면 나아질 수 있는 것들이 있고
어쩜 평생을 가져가야 할지 모르는 것들도 있다.
승상골에서 만난 귀한 고구마꽃~!!
아들의 자폐성 장애 특성 중 상동행동이 있다.
기분이 너무 좋거나 반대로 너무 나쁠 때, 무언가가 수용되어지지 않을 때
아들은 그 육중한 몸을 진공상태를 만들어 높이높이 뛰곤 한다.
손뼉을 치면서...
덩치가 커지면서 아들의 행동도 더 커졌다.
나름 사전예고나 다른 표현방법들로 대체행동을 제안했지만
때론 그것을 표현하기 전에 익숙한 방법으로 표현을 하곤 한다.
지속적인 방법 제시로 아들의 행동은 예전보다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가장 업이 된 상태에선 존재하는 행동양식이다.
벽화에 붙어있는 달팽이~~~
아들의 그 행동이 언제 소거될지는 모른다.
다만 다양한 소통방법이 생기고, 더 많은 언어획득을 하면 조금 나아지리라 믿는다.
발화가 되었고, 모방이 되었고
이제 조금 더 자신의 의사표현을 다양화시키고 있는 아들을 보며
나는 그 희망을 놓지 않는다.
누군가 농담처럼 했던 말이 떠오른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 쓰는 말이다.
안된다는 단정이 아니라 그 시기가 늦을 수도 있고 더 많은
경험과 기회를 요구할 수도 있다~~!!!
요즈음 주변의 풍경 하나도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 이유도
아들 덕분인 듯하다.
아들에게 어떤 것들이 도움이 될지 모르니 그냥 유심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특히 꽃을 좋아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백만 스물둘의 에너자이저 아들과 소통하기 위해선
난 백만 스물둘까지는 아니어도 끊임없이 살피고 함께해야 한다.
그 덕분에 아들과 나의 취미는 비슷해졌고
덕분에 아들에겐 기회가,
나에겐 스트레스 해소의 기회가 함께할 수 있었다.
승상골 벽화마을에서 만난 다양한 풍경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더 깊이 들어가 만난 증촌꽃마을까지.
몸을 움직여 찾아보니 즐거움이 내게 걸어오는 것을 경험했다.
땀을 흘린 만큼 즐거웠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아들과 함께하는 여행.
그 여행에서 얻는 시선을 강탈하는 아름다운 풍경들.
그 풍경들을 통해 아들은 성장하고 나는 휴식을 얻는다.
내가 다음을 기약하는 이유이다.
증촌꽃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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