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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열대야 덕분에 만난 야경(夜景)
-[옛터]의 또 다른 풍경
by
최명진
Jul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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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어도 식지 않는 후끈한 열기, 열대야~~!!!
집에 들어서기가 두렵다.
아니나 다를까. 집안 온도를 보니 31도에 이른다.
가능한 창문을 모두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괴롭히는
열처럼 쉽게 물러서지 않을 기세의 온도에 호흡조차도 벅찼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
이런 날 집에 잡아둘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에어컨이겠지만...
우리에겐 없는 그를 순간에 들일 수도 없는 일.
열대야에 밀려 우린 그렇게 손을 들고 밖으로 나오기로 했다.
주차장으로 나오니 보이는 후끈한 아파트의 밤...!!!
차를 타고 달렸다.
시내를 빠져나가기 전까지 차 안의 최고 온도는 33도~!!!
조금 기온이 낮아졌다 싶었을 때는 시내를 벗어나 상소동으로 접어들 무렵이었다.
27도로 내려갔다고 남편이 말했다.
고3 아들과 모처럼만에 함께 했으니 두 녀석이 원하는 곳으로 가는 것은
당연한 우리의 몫~!!
그렇게 우린 다시 [옛터]에 갔다.
1년 365일, 갈 때마다 늘 모닥불이 피어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곳이다.
어김없이 모닥불을 피어있었고 우리와 같은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이 주차장과 만남의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우리처럼 더위를 식힐 겸 나온 사람들인가 보다.
밖의 공간도 여유가 없었다.
일단 더위를 식히러 왔으니 실내로 들어가자 싶어서 안으로 들어서니
안에도 역시나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우리가 안내되어 간 곳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 앉는 좌식의 테이블.
더위에 숨통이 막힐 것 같던 우리를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맞이했다.
처음엔 숨통이 트이는 것 같더니 자리를 차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기를 느낄 정도로 서늘했다.
그래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가 따뜻한 것으로 바꿔 주문하려니
이미 주문이 들어갔단다... 준비해 간 카디건으로 체온을 맞춘 뒤
모처럼만의 가족 나들이에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으다~~!!!
나는 준비해 간 카디건이 있었지만 세 남자에겐 찬 기온이
머무는 시간을 재촉하는지 밖으로 나가자는 제안을 했다.
나 역시도 더위를 식히고 나니 밖이 더 그리워졌다.
때 맞춰 귓전으로 스미는 라이브 공연~!!!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밖의 자리도 이미 만석이어서 공연을 볼 자리를 찾아야 했다.
모닥불 주변으로 앉기엔 열기가 있어서 주저하게 되었고
그렇게 우리가 찾은 자리는 공연을 하고 있는 뒷자리 쪽이었다.
채 마시지 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자리를 잡고 앉아
여름밤을 무르익게 하는 분위기 있는 노래를 들었다.
바로 이 맛이야~~ 라는 느낌이...
늘 바깥쪽 테이블에서 공연을 보거나 시간을 보냈었는데
공연장 뒤쪽으로 앉으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풍경을 담을 수 있었다.
호기심쟁이 랜즈는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공연을 즐겨 보는 사람들의 풍경을 담을 수 있었다.
한여름밤의 풍경이 어쩜 그리도 포근하고 아늑한지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내려다보이는 쪽은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우리가 있는 쪽은
여유롭게 공연도 듣고, 옛터의 야경을 제대로 담을 수 있어 행복했다.
산만한 아들은 실내에서는 답답해하더니 밖으로 나오자
여유롭게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하며 자신의 방식으로 여유를 즐겼다.
어둠 속에서도 여유롭게 자신의 패턴을 유지하며 돌아가는 물레방아까지
옛터의 풍경은 그 자체로 여유롭고 아름다웠다.
아들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고3이라는 멍에가 주는 무게를 감당하는 자체가 힘이 들 것이다.
열대야 덕분에 아들과 함께하는 데이트.
그냥 아들을 바라봄만도 행복하다.
남은 시간도 잘 견뎌내고 건강하자고 마음을 전했다.
밤이어서일까? 아들의 얼굴 윤곽은 더 또렷했고 어여뻤다.
고슴도치처럼 아들의 얼굴에 빠져 음악을 흥얼흥얼...
쑥스러워하면서도 아들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참 감사하다. 이렇게 잘 성장해줘서...
여유롭게 주변을 산책했다.
파스타를 하는 경양식 건물의 뒤쪽은 가보지 않았는데
라이브를 들으면서 뒤쪽까지 산책을 했다.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곳의 가로등이 늘씬하게 뻗은 나뭇가지들의
실루엣을 돋보이도록 밝히고 있었다.
이곳에 그렇게 여러 번 왔음에도 이런 여유로운 공간은 처음이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인 공간과는 달리 열심히 좋은 공기를 내뿜는
나무들이 있어서인지 더 서늘하고 더 상쾌했다.
우리 가족
은
여유로운 열대야 몰이식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기 위해
야외 카페로 내려왔다.
다른 날보다는 불길이 조금은 자작한 모닥불을 인증샷으로 담았다.
뭐니 뭐니 해도 '옛터'하면 '모닥불'이 아니던가.
열대야에 쫓겨 이곳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모닥불이 어여쁜 것은 무슨 연유일까.
그냥 당연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처럼 그의 존재를 느꼈을 뿐이다.
익숙한 팝송을 밤공기를 타고 온 바람으로 전해 들으며
우린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비록 주체할 수 없는 열대야에 밀려 찾아온 곳이지만
마음만큼은 여유로움과 감사함이 함께 한 시간이었다.
머리를 맞대고 애정표현을 하는 부자,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는 부자,
그들의 모습을 담는 것 자체를 행복으로 삼는 여자가 함께 한 시간.
집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떨어지지 않은 열대야의 기온,
그럼에도 열대야에 쫓겨 나갔던 때와는 달리 여유가 생긴 자정의 시간.
감사한 마음을 담아 백팔배로 하루를 마무리 한 우리들.
'열대야 때문에'가 '열대야 덕분'으로 바뀐 행복을 맛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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