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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열대야를 삭이는 만인산 휴게소 야경
-조명따라 열대야를 녹여본다...
by
최명진
Jul 2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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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덕지덕지 붙은 열대야의 입자들은 옹골차게 들러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이 녀석들을 떨쳐낼 수 있을까?
도심보다는 시외가 좋겠지...
그냥 그렇게 달렸다.
처음 대전에 왔을 때 자주 갔던 곳인데
이제는 발길이 뜸해진 곳, 만인산 휴게소~~!!!
이곳에 오면 약방의 감초처럼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 있으니
바로 '봉이 호떡'이었다.
특허를 받을 정도로 맛이 있어서 절대 놓치는 일이 없이 입에 하나 물고
주변을 산책하곤 했었다.
조금 늦게 간 덕분인지 봉이 호떡은 문을 닫았지만
열대야에 쫓겨 온 손님들을 위해서 커피숍은 문을 열고 있었다.
예전보다 사람들이 덜 북적이는 것 같았다.
하긴 나도 발길이 뜸해지지 않았던가.
얼핏 보이는 것은 밤하늘을 가르는 분수~!!
낮에 오면 그 시원함으로 좋고,
밤이면 어둠이 삼킨 정적을 깨는 낙하하는 물줄기 소리가 시원하다.
게다가 어둠이 삼킨 풍경을 은은하게 일깨워주는 조명의 마술에
넋을 빼게 된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형형색색 달라지는 조명의 색에 빠져버렸다.
새롭게 생긴 치킨집의 조명과 어우러져 하늘 위로 둥실 떠오른
달님에게 똥침이라도 가할 냥으로 치솟는 분수가 시원했다.
이태백이 이런 풍경을 보면 무어라 시를 읊었을까?
은은함보다는 화사함이,
자연적이기보다는 인위적인 야경이지만
도심의 더위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데에는 한몫을 하는 풍경이다.
마침 만난 하늘에 둥실 떠 있는 달,
그 달을 향해 도약을 하는 분수,
분수 뒤로 열대야에 쫓긴 사람들을 위로 하는 치킨집 야경,
다리에 걸린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주변의 풍경은
같은 듯 같지 아니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냥 담는다.
이렇게 담으면 어떨까?
저렇게 담으면 어떨까?
어떻게 담으면 좀 더 시원하게, 좀 더 아름답게 담을 수 있을까?
좋은 카메라도 아니고 늘 손에 들고 다니는 핸드폰으로
온갖 각도를 체크하며 담는 나를 기다려주는 아들...!!!
"아들~~ 봐 봐. 이렇게 담으면 느낌이 좀 다르지 않니?
담고자 하는 이의 심상을 담는 각도, 구도.... 신기하지 않니?"
나의 수다를 최고의 보약인 듯 잘 들어주는 나의 아들...!!!
그래서 그 시간이 더 행복했는지도 모른다.
밤이 깊었나 보다.
허공을 가르는 분수를 담는 내게 종료의 시간을 알리는 정적.
달을 향해 가르지르던 분수가 멈추는 순간 시원한 물줄기의 움직임도
사라져 수면 위에 남은 파장만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감사하다.
이렇게 분수의 아름다움도 담고, 남은 여운도 담을 수 있는 기회를 만나서.
맞은편으로 보이는 다리의 조명이 더욱 눈에 들어오는 야심한 밤.
아들과 눈에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는 않지만 심상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법 분위기를 잡으며 걷도 있는데 어둠 속에서 삐어져 나오는 소리.
"꾸어억~~~~~ 꾸억~~~"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추었다.
어둠이 삼킨 풍경 속에서 움직임이 포착되는 것은 없었는데...
혹 고라니라도 있었던 것일까?
두려움에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니 조형물인 듯 한 허연 것이 살짝 움직이는 느낌.
그제야 마음을 가다듬고 바라보니 거위 한 쌍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형물인 줄 알았는데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는 한 쌍의 거위~!!!
꾸덕꾸덕 붙어있던 열대야의 입자가 조금은 성글어진 느낌.
이제 우리의 보금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보금자리의 열대야 입자는 아직도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 싶었다... 그래도 가야 한다.
이런 내 맘을 알기라도 하는 듯 열대야 속으로 야행을 나온 일인.
두꺼비일까???
만난 기념으로 그가 거부하지 않는 선에서 그를 담았다.
그대도 이 열대야가 싫은가???
열대야 덕분에 쫓기듯 집에서 나왔는데 생각지 않은 한여름밤의
아름다운 풍경에 속도 없이 행복해하는 아지매.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가면 이 풍경과 기온이 그리워지겠지.
그리워지면 다시 오지 뭐....
그들은 늘 그곳에 있고, 나는 두 발이 있으니 오면 되잖아.
앞으로 펼쳐질 열대야가, 더위가 두렵기는 하지만
있는 환경에서 즐기는 진정한 낭만주의자가 되고자 다짐하는 밤.
우리를 배웅하듯 밝혀진 가로등의 마음이 바다처럼 느껴진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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