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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당진 왜목마을에서
-여름 더위를 물에 담그다.
by
최명진
Jul 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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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왜목마을에 가게 되었다.
찌든 더위에 엿가락 늘어지듯 늘어진 시간,
언니의 전화가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어차피 더우니 드라이브 겸 움직여보라는 제안.
당진으로 향하는 차 안이 가장 시원했다. ㅋ
어느 곳을 간들 더위를 피할 수 있을까?
언니네 전원주택이 있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왜목마을에 가고 싶다고 얘기를 했다.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당진 왜목마을.
몇 해 전이던가.
새해를 일출을 보며 맞겠다고 나선 길에
막힌 길을 보면서 탄식을 하며 이르렀던 왜목마을.
일출을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그렇게 인연을 맺었었다.
학교가 방학을 하니 여름휴가가 시작된 듯하다.
곳곳에 텐트를 친 가족을 보니 예전의 우리 가족이 떠오른다.
대천이나 해운대처럼 복닥거리지 않아서 좋고
아직은 순수함이 더 묻어나는 풍경이 좋다.
물놀이도 할 수 있고, 물 때가 맞으면 바지락도 캘 수 있나 보다.
어떤 분의 망에 가득한 바지락을 보니 나도 달려가 캐고 싶은 마음.
큰 아들은 고3이어서 못 오고,
장애가 있는 아들만 샴쌍둥이처럼 우리와 함께 한다.
그럼에도 아들 녀석도 이젠 커서 물을 보면 무조건 달려들지 않는다.
예전엔 어느 순간 물에 들어가 옷이 젖었음을 선포하곤
그렇게 물과 합체가 되어 놀곤 했었는데...
아들은 살포시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것으로
그렇게 좋아하는 물과의 만남을 이어갔다.
방죽을 따라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
아직 낚시의 맛을 모르는 나는 그분들이 철학자처럼 느껴진다.
세월을 낚는 것인지, 입질에 마음을 낚는 것인지...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찌를 향해 시선을 던진 모습들이
자못 철학자처럼, 사색가처럼 느껴져 그분들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더운 날씨인데 바지런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슬로우 비디오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들 틈에서
나도 나의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며 바닷물과 조우했다.
시원하다. 그리고 맑다...!!!
예전에 왔을 땐 이보다 물이 더 빠졌었던 것 같다.
더 옆으로 진출을 했던 것 같은데...
얕은 동굴처럼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니 시원했다.
철퍽이며 다가오는 파도도 반가웠다.
잠시 동안의 만남이었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이곳에 와서 세월을 낚아보고 싶다.
맘껏 발을 담그고, 내 발을 간질이는 파도와
넘치도록 즐거운 데이트를 하고 싶다.
keyword
여름휴가
더위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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