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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더위를 잊게 한 양평 용문사에서의 시간
-시원한 물줄기와 상쾌한 공기 속을 거닐다.
by
최명진
Aug 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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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주중에 휴가를 간 기억이 거의(?) 없다.
9년 여 동안을 장애학생을 위한 계절학교를 하면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가장 분주하게 보내다 보니 휴가란 것을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굳이 휴가란 말보다는 늘상 돌아다니는 뚜벅이 기질을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망중한으로 즐겨왔을 뿐이다.
누군가는 그럴 힘이 남아있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이
아니던가.
아쉬움은 우선이 아니면 차선으로 즐기면 되는 것~~!!!
길게, 폼나게 가지는 않아도 내가 그저 즐거우면 되는 소박한 여행과
휴가를 즐긴 지 제법 되다 보니 나름 이 역시도 또 다른 나만의 방식으로
자리를 잡은 듯하다.
감사하게도 남편의 직장 쪽에서 1박을 할 수 있는 리조트가 당첨이
되었다기에 '기회는 곧 찬스'라고 제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고3 아들이 함께 할 수 없는지라, 친정부모님을 모시고 가자는
남편의 제안에 곧바로 오케이...(이제 아이들이 크니 한 차에 타기가 어렵다...)
숙직을 하고 시골에 내려가서 친정부모님을 모시고 온 남편이 마냥 고마울 뿐.
내게 마음이 있어도 함께 하는 사람이 부담스러워하면 어려운데
늘 그런 내 마음을 먼저 읽는지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남편 덕분에
감사를 몸으로 배우며 살아간다.
숙소가 양평에 잡혔으니 우리의 목적지는 정해졌고
어딜 갈지에 대해서는 우리의 몫으로 남겨졌다.
해마다 [세계예술치료협회]에서 하는 '와타 캠프'에 가면서
양평은 이제 너무도 친근한 곳이 되었는데 이런 기회까지 만난 것이다.
아직 용문사를 가보지 못한 엄마와 예전(?)에 갔던 기억이 있다는 아버지.
그때가 언제인가 하니 아버지 군대 때이니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다...ㅎㅎ
덕분에 엄마 아버지의 오래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이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그냥 묻힐 이야기...
들으면서 내내 가슴이 짠한 것은 내가 나이를 먹은 탓일까?
이렇게 늦게나마 부모님을 모시고 갈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었다.
유일하게 에어컨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차 안인 우리의 환경 덕분인지
차 안에서는 그나마 찌는듯한 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었다.
남편의 말에 의하면 시골집에선 고추를 말리기 위해 보일러를 튼 까닭에
한증막을 떠올릴 정도로 무척 더웠단다...
부모님은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남편의 표정에서 현실을 읽을 수 있었다.
잠시나마 더위를 피해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이 얼마나 다행인가.
게다가 오래 걷는 게 좀 불편한 엄마가 걱정이긴 했지만
용문 관광단지에 들어서면서 엄마의 표정을 보니 그 걱정도 가라앉았다.
남편이 준비한 스틱에 의지해 발걸음을 옮기는 엄마의 표정이 밝았기 때문이다.
용문사의 인상적인 장면이라면 산사에 오르는 양쪽 길에 흐르는
물줄기이다. 물론 자연적인 것은 아니지만 자연적 환경을 이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것이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용문사에 이를 수
있다는 것과 상황에 따라서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발을 담글 수 있다는 것이다.
계곡의 흐르는 물줄기에 발을 담그면 더위에 부채질을 하던 손길이
자연 멈추게 된다. 게다가 잠시 후면 발목이 시려져 발을 빼게 될 정도로
시원한 물을 만나니 얼마나 좋은가.
흐르는 물소리에 귀가 시원하고, 시원하게 아래로 흐르는 물줄기에
눈이 개운해지고, 발을 담그면 잠시 후면 뼛속까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시원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렇게 물줄기 따라,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나무 그늘이 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한 컷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로 큰
유명한 천년 세월을 고이 간직한 용문사 은행나무를 만나게 된다.
천년이 훨씬 넘은 세월을 무색게 할 정도로 짙푸른 초록을 자랑하는 은행나무.
이번에도 제대로 그 위용을 담는 데는 성공하지 못 한 것 같다.
그럼에도 한 번 담아보겠다고 올 때마다 용을 쓰는 내 모습~~ ㅋ
영동 천태산 영국사 은행나무는 보았노라고 말씀하시는 엄마,
금산 보석사의 은행나무가 더 잘 생긴 것 같다는 남편...
그래도 천년 은행나무 중 으뜸은 용문사 은행나무라고 말하는 나까지...
의견은 분분하지만 이곳에 오기를 잘 했다는 데에는 의견 일치가 이뤄졌다.
부처님의 은공을 받아서인가?
걷는 것을 걱정했던 엄마는 은행나무를 담겠다는 의지를 불태운
나를 뒤로 하고 휘적휘적 지팡이를 의지해 앞서 나가시더니
어느새 대웅전에 들어가셔서 절을 하고 계셨다.
나름 백팔배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엄마가 아니시던가.
열심히 절을 하시는 엄마 모습을 보니 다시 뭉클한 감사가 일었다.
나도 내친김에 아들에게 백팔배를 제안하고(어차피 하루를 마감하면서
꼭 하는 나의 일과이기에) 우리도 그렇게 백팔배를 시작했다.
가만있어도 의미 없이 흐르는 땀줄기가 백팔배를 하자 기다렸다는 듯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고, 눈으로 흘러 눈을 뜨기도 어려웠다.
그럼에도 이렇게 좋은 곳에 온 인연에 감사하며 한 배 한 배 정성을 다해
절을 했다. 아들도 엄마의 스텝에 맞춰 함께 절을 했다.
"땀이 나요."를 연발하면서도 그렇게 백팔배를 마쳤다.
먼저 끝내신 엄마가 백팔배를 마친 외손주가 대견해서 감사의 인사를 하고,
더위에 약한 딸이 정성으로 백팔배를 하는 모습이 안쓰럽고 감사한지
그 감사의 마음을 혼잣말로 하시며 우리를 맞아주셨다.
백팔배를 할 때보다 더 많은 땀이 기다렸다는 듯 얼굴에서
흘러내렸고 난 준비한 손수건으로 그들을 계속 훔쳐야 했다.
그래도 기분만큼은 얼마나 상큼한지...
의미 없이 흐르는 땀이 아니라 마음으로 한 백팔배에 대한 땀이 아니던가.
땀을 훔치고 법당 밖으로 나와서 휴식을 취하는 아들이 어여뻐 한 컷을 담아보았다.
내친김에 엄마의 제안으로 칠성각과 산신각까지...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고 했던가.
걷기에 어려움이 있는 엄마의 몸은 나보다 가쁜 해 보였다.
나보다 땀을 더 많이 흘리시는 엄마는 연신 땀을 훔치면서도
바지런하게 걸음을 옮겨 두 개의 각에서까지 절을 마치셨다.
저 정성으로 지금껏 우리를 키우셨으리라 생각하니
엄마의 불편한 몸이, 바르르 떨리는 손이 더욱 애처로웠다.
이렇게 바쁜 두 모녀와 아들을 묵묵히 기다려준 아버지와 남편...
또한 감사한 사람이 아니던가.
어쩜 이미 이곳에 왔다는 이유로 충분한 자비를 선물 받은 느낌이었다.
아들이 첨벙 흐르는 물에 발을 담글 때도 나는 바라만 보았었다.
흐르는 물에 손수건을 적시는 엄마를 보면서도 나는 바라만 보았었다.
그런데 이번엔 내가 흐르는 물에 발을 담갔다.
백팔배를 마치고 난 그 시원함을 흐르는 물로 확인하고 싶었다.
물이 어찌나 시원한지 발을 담근 지 채 1분도 되지 않아서
난 얼른 발을 빼야 했다.
더위도 무섭지만 발목을 시큰하게 하는 얼음처럼 차가운 물줄기에
더 이상 버티고 서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바라보았다.
흐르는 물은 자신의 주행에 방해를 하는 내 발을 향해 가열차게
몸을 부딪쳤고 그렇게 발목을 사이로 두고 갈래를 만들어 지나갔다.
그들의 가열참은 뼛속까지 전해지면서 무더위로, 백팔배로 지친
나를 보듬어 주었다.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나는 한여름의 더위를 즐겁게 식힐 수 있으니
세상을 어찌 혼자 제 잘난 맛에 살 수 있단 말인가.
'자비 무적'을 절로 가슴에 새기는 순간이었다.
엄마의 말씀처럼 이렇게 좋은 곳을 올 수 있음에 감사,
함께 하는 자식이 있어 감사...
세상은 나름 감사할 일이 또한 많음을...
우리가 떠나던 토요일도 기온은 제법 높았다.
과연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것이 부모님께 휴식이 될지, 짐이 될지
걱정이 많았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제대로 된 선택이란 생각이 든 시간이었다.
천년의 은행나무를 함께 만나서 좋았고, 좋은 곳을 부모님과 함께 한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부모님은 용문사 얘기를 하실 때 군대 얘기보다는 자식과의 추억을
말씀하실 것이다. 누군가에게 좋은 곳이란 얘기보다는 당신이 발품을 팔아
보신 것을 말씀하실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부모님이 더 나이가 드시기 전에 좋은 곳을 함께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부모님과 함께 식힐 수 있어서 그저 감사한 시간...
그 감사의 마음으로 내 삶도 꾸려가자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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