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양수리)에서 맞은 싱그런 아침

-스미는 아침 풍경을 담다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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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 보면 유난히 가슴에 꽂히는 곳이 있다.

몇 번을 가도 가슴에 여운이 남아 김유신의 말처럼 절로

발길이 닿는 곳이 있다.

그곳이 왜 그리도 당기는지는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그냥 함께 가보면 더욱 느낌이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여행지 중 한 곳이 양평의 두물머리(양수리)였다.

아들의 '와타 캠프' 덕분에 인연을 맺었고,

여러 번 가게 된 마음에 새겨진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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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양평 영어마을에서 1박 2일간의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우리 부부에겐 또 다른 의미의 여행이 시작되곤 했다.

양평까지 아이를 데려다 놓고 다시 대전으로 내려올 수 없으니

핑계 김에 1박을 하면서 양평을 만나는 호사를 누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두물머리와 세미원을 여러 번 가봤음에도

박무의 새벽을 보지를 못한 아쉬움이 늘 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는 남편에게 누차 이른 아침의 두물머리를

꼭 만나고 싶다고 나름 각인을 했던 차였다.

여명의 두물머리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그 풍경을 꼭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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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부모님은 새벽형이시기에 전날 제안을 드렸고

두 분은 흔쾌히 새벽의 두물머리행을 수용하셨다.

눈을 뜬 시간은 5시 30분~!!

정신없이 눈곱을 떼고 우린 그렇게 두물머리에 가기 위해

서둘러 차에 올랐다.

'물 맑은 양평'이라는 이름답게 숙소의 아침도 안개로 시작했고

두물머리에 이르렀을 때도 옅은 안개가 신비의 두물머리를

살포시 싸 안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짙은 안개는 아니었지만 아침의 두물머리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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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예상되는 휴일 아침,

다행히 햇살이 맹위를 떨치기엔 이른 시간이어서

우리의 산책은 여유로웠고 그만큼 고요하고 사랑스러웠다.

이런 나의 마음 같은 분들이 여럿 있으셨나 보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두물머리의 아침을 만나러 온 사람들이

제법 되었다.

그들도 나처럼 양평의 매력에 빠져 가슴에 새기고 싶었나 보다.

해가 중천에 떠서 맹위를 떨치기 전에 고요한 두물머리를 담고 싶었다.

안개를 헤치고 수줍게 얼굴을 내미는 두물머리를 담고 싶었다.


나의 마음과 비슷한 분이 계셨나 보다.

카메라를 세워 둔 모습조차도 한 폭의 그림이 되어 가슴으로 들어왔다.

어느 순간 핏빛 태양이 아닌 갓 샤워를 마친듯한 태양이

구름 속에서 둥실 떠오른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저 카메라의 앵글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

그 카메라 주인의 마음을 읽을 냥으로 카메라가 향한 방향을

나도 담아보았다.

홀로 섬처럼 떠 있는 풍경이 눈 앞으로 스며들었다.

참으로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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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에서는 태양조차도 한 차례 샤워를 하고 나오나 보다.

구름 속에서 은은하게 떠올라 겨우 존재를 알리는 태양,

그럼에도 그의 위력은 대단해서 주변의 풍경들이 서서히

착색을 위한 준비를 했고 그 색은 더욱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처럼 내 마음도 하나 둘 착색을 위한 마음의 렌즈를 열어 담기 시작했다.

희뿌연 여명에 은은하게 스미는 빛의 마술.

잠시 숨 죽여 심호흡을 하면서 그들을 담는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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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에 서서 바라봐도 이미 앵글에 맞춰진 풍경처럼

아름답게 담기는 두물머리의 풍경~!!!

정갈한 풍경을 자애로운 엄마처럼 포근히 감싸는 안개.

그 안개를 휘리릭 접기보다는 바람에 은은히 흩어져 사라지는

모습을 낚시하는 태공처럼 바라봄만도 행복했다.

걸음 걷기가 조금 어려운 엄마 덕분에 어쩌면 나의 여유는

더 힘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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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참새들도 아침인사를 하러 왔다.

무리를 지어 짹짹거리는 소리, 함께 어우러져 나는 모습이

고요 속의 파동을 이끌고 있었다.

주변의 풍경들이 어둠을 털어내고 자신의 색으로

착색을 하는 동안 현실의 정적을 깨는 참새 무리 덕분에

아침의 생명력을 느끼기도 했다.

이곳에 오면 누구라도 바쁜 걸음이 아닌

여유를 한껏 몸에 두른 채 풍경을 낚을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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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오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다.

바로 정태춘의 [북한강에서]란 노래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서 나도 모르게

읊조리는 노래...

[북한강에서]란 노래와 더불어 [시인의 마을]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떠오르는 [촛불]이란 노래까지.

좋은 풍경은 추억까지도 꾸러미로 엮어 선물을 한다.

이쯤 되면 그냥 낮게 흥얼거리는 노래는 이미 한 세트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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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색 과정을 마친 풍경을 보며 우리의 산책도 마무리를 한다.

초록이가 어둠을 털어내며 자신의 색을 입는 동안

도도하게 주변을 밝히는 나리꽃 무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유연성 좋게 한껏 기지개를 켜듯 밖으로 활짝 피워낸 고운 꽃이

앙탈을 부리는 사랑스러운 딸의 얼굴인 양 어여쁘기만 하다.

몇 해를 별렀던 두물머리의 아침을 순간포착의 기쁨으로 담아내고

천천히 숙소로 향하는 발길.

나도 모르게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한 자락~~!!!





저 어둔 밤 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빈 거릴 생각하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짙은 안개속으로 새벽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릴 들으려 했오
강물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히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때
우리 이젠 새벽강을 보러 떠나요
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오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거요


-정태춘 [북한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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