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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아들과 엄마의 세상만나기
논픽션의 현장체험을 하다.
-장애인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
by
최명진
Aug 9. 2016
아래로
어느 하루인들 특별하지 않은 날이 있을까?
주어진 하루를 열고 함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경험들은 녹화된 상황이 아닌 생방송이 아니던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하루의 일상.
때론 지극히 평범한 날을 우린 의미 없는 하루에 비교하기도 하지만
뇌리를 강타하는 경험을 하고 난 후 그 시간이 얼마나
감사한 시간인지를 확인하곤 한다.
계절학교의 시간은 말 그대로 긴장의 연속이다.
학생들이 등교차량을 이용해 승차하는 순간 'ON AIR'이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하교 차량에 탑승한 학생들이 안전하게
귀가하기 전까지 우리는 늘 그렇게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벌써 18회째다. 만 9년을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들은 참여자로, 나는 운영진으로...
어느 순간 총괄운영자가 되어 친한 언니로부터 무척 예민해졌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그렇게 이어가고 있다.
학생들에겐 즐거운 학교, 우리들에겐 즐겁고 안전한 학교가 되길...
지난주의 일이었다.
아침 일찍 외부 교육이 있어 다른 날보다 서둘러 출발했다.
교육시간에 맞추기 위해 아들의 등교를 남편에게 부탁하고
찌는듯한 더위에 난 그렇게 외부 교육을 위해 공주에 갔었다.
부모님들의 질문에 생각보다 한 시간 여가 훌쩍 더 딜레이 된 시간.
계절학교 일일 평가회의를 위해 운전을 하면서 간단하게
빵으로 점심을 해결한 뒤 학교에 도착했다.
마침 내가 도착한 시간은 학생들의 하교지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간.
학생들이 탄 마지막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주차장에 들어왔다.
회의를 위해 운영위실로 향하려는데 선생님 한 분이 급하게 달려와서,
"할머니 한 분이 쓰러져 계세요. 아무래도 도와드려야 할 것 같아요."
한다.
선생님께 그러라고 하고 물과 휴지를 챙겨가는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다른 학생 교사들을 기다리며 할머니가 쓰러졌다는 곳을 내려다보았다.
아무래도 그냥 도와드리는 것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선생님을 불러 119를 부를 것을 주문하고 나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한낮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2시 30분~!!!
처음엔 할머니가 더위에 지쳐 쓰러지신 줄 알았는데...
구급차가 오고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시려고 하는데
할머님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소리는 장애가 있는 손주가 뛰쳐나와
손주를 잡으려다 넘어지셨단다.
일단 할머님을 병원으로 보내드리고 난 다시 학생 교사들에게 물었다.
할머님의 손주로 보이는 아이를 본 사람이 있는지...
한 학생 교사가 맨발로 뛰어가는 아이를 보았다고 했다.
방향을 물으니 마트 쪽이었다.
시간도 할머님이 정신을 수습하는 시간만큼 흘러있었지만
그 대상이 장애가 있는 학생이라고 하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른 상태라 난 얼른 경찰에 신고를 하라고 하고,
차가 있는 선생님이 마트 주변을 돌겠다고 하여 보내고
우리도 주변을 살폈다.
그 아이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엄마들도 그 소식에 함께 찾기에 나섰다.
잠시 후 나갔던 학생 교사로부터 경찰이 아이를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상황이 종료되었다 생각하여 학생 교사를 불러 회의를 하려고 하는데
다급하게 학생 교사가 하는 말,
"아이의 아버님이 탈진할 것 같아요. 아이를 찾아 너무 열심히 뛰셨나 봐요..."
한다.
할머님을 병원으로 보내고 아이를 경찰에 신고한 사이 아버님도 연락을 받고
나오셨던 모양이다. 아이가 없어졌다는 말에 얼마나 놀라셨을까.
정신없이 아이 이름을 부르며 뛰어다니셨으니 얼마나 지치셨을까.
아이를 찾았다는 말에 아버님의 긴장이 풀리면서 탈진이 된 것 같았다.
학생 교사와 함께 물컵에 물을 담고, 휴지를 가지고 달려 나갔다.
생각보다 아버님의 상태가 심각했다...
일단 아이는 경찰이 찾아서 오는 중이라 하니
아이 아버님을 수습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가져간 물로는 부족해 다시 물과 물에 적신 수건을 가지고 오라고 하고
아버님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그늘로 모셔서 눕게 했다.
그 와중에도 아버님은 아이 이름을 부르며 절규하셨다.
아이가 왜 이리도 오지 않느냐며 아이의 걱정을 하셨다.
당신의 몸이 축축 늘어져 초점이 흐릿해 보이는데도 아이만 찾았다.
아이는 경찰과 함께 오고 있으니 아버님이 정신을 차리고 수습해야 한다며
물로 목을 축이게 하고 젖은 수건으로 몸을 식히도록 지원했다.
아버님도 병원에 가는 것이 좋겠다 해도 아이를 보기 전까지는 못 간다고 하셨다.
아이가 다른 사람에 대한 낯가림이 심해서 당신이 꼭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옆에 활동보조인도 함께 있어 아이의 상황에 대해서 듣고 아버님이 마음을
안정하도록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했다.
제법 시간이 흘렀음에도 경찰차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신고한 학생 교사에게 경찰에 전화를 해서 오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아버님이 진정하고 기다리도록 함께 있었다.
무척 많은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할 무렵 경찰차가 보였고 우린 손을 흔들어
우리의 위치를 확인시켰다.
애타게 기다리던 경찰차가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고
지금까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늘어져있던 아이 아빠는
놀라운 힘으로 경찰차를 향해 달려가 문을 열었다.
그런데...
경찰차를 몰고 온 경찰이 내리면서 우리의 신원을 확인하더니
"그런데 왜 아이가 이렇게 사람을 때리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나요?"
하는 것이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동이고 그 아이도 놀라서 그렇다고 하면서
뒷문을 열었는데 발버둥 치는 아이가 보였다.
경찰은 당황하며 아이가 하도 발버둥을 치고 때려서 수갑을 채웠다는
충격적인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아이한테 수갑을...!!!
그러나 우리가 흥분하면 할수록 아이의 불안이 가중될 것 같아
일단 수갑을 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아빠의 소리를 들은 아이는 더욱 발버둥을 쳤고 수갑을 풀기가 어려웠다.
나는 다시 아버님께 아이의 안전을 위해 아버님이 진정해야 한다며
아버님을 다독여 뒤쪽으로 물러서시도록 부탁을 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흥분하면 할수록 아이의 불안이 더 커지기에
경찰에게도 부정적인 말, 내 지르는 말을 하지 않도록 부탁을 했다.
특히 소리에 민감하다 하니 톤을 낮출 것을 부탁했다.
겨우 아이의 손에서 수갑이 풀렸고 아이는 아빠에게 안겼다.
운전을 한 경찰이나, 발버둥 치는 아이를 내내 힘으로 끌어안고 온 경찰이나,
그 옆에서 안전을 위해 함께 동행한 경찰이나 이미 멘붕이 온 것이 확실했다.
더운 날씨 덕분에 더욱 상기된 얼굴이 그간의 상황을 그린 듯 보여주고 있었다.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경찰에게 발달장애아에게 강압적이거나
명령적인 강한 어투가 얼마나 더 불안을 가중시키는지에 대해서 말을 했다.
최대한 그 아이들이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낮은 톤으로 말해야 함을...
강압적이 아니라 아이가 불안함을 덜 느끼도록 행동해야 함을...
멘붕이 되어 있는 그분들에게 쏟아내었다.
이것이 발달장애인에 대한 현주소임을 강하게 확인하면서.
축 늘어져있던 아버님은 아이를 꼭 끌어안고 기다리는 동안 녹아 붙은 마음을
추스르고 계셨다.
휘청이는 몸으로 아이를 끌어안고 집으로 향하는 아버님이 위태로워 보여
학생 교사에게 모셔다 드리고 오라고 부탁하고 상황을 종료시켰다.
다행히 집이 바로 근처였고 아버님과 아이가 잘 들어간 것을 확인한 학생 교사가
운영위실에 오면서 긴박했던 시간은 종료되었다.
잃어버린 학생이 계절학교의 학생이 아니었지만 마음을 모아 발로 뛰어준
선생님들께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회의를 하기 전에 오늘의 사건에 대해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했다.
장애인 가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학생 교사들이 본 그 생생하고 긴박한 현실에 대해....
다음날 난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계절학교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아이의 엄마.
다행히 할머님, 아버님, 아이가 모두 괜찮다는 이야기.
월요일에 한 번 찾아오시겠다는 이야기...
난 바로 소식을 전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과 굳이 오시지 않으셔도
된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카톡을 통해 학생 교사들에게 어머님의 문자를 보내드렸다.
긴박한 상황에서 '우리의 일이다'라는 마음으로 함께 뛰어준 고마운
학생 교사들에게 부모로서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오늘 오후 어머님이 운영위실을 방문하셨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나도 울 아들을 키우면서 경찰에 신고하기를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했었던 경험이 있는지라 그 부모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감사와 더불어 안도의 마음을 전했다.
긴박한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앞장서서 함께 뛰어준 학생 교사들과
내 자식의 일처럼 함께 해줬던 엄마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난 이 일을 통해 얼마 전 아들을 잃고 경찰에 신고하고 애태웠던 나의 경험과
더불어 한 아이를 잃어버리고 절박하게 찾았던 할머니와 아버님의 생생한
상황을 통해 장애인 가족의 현실을 선생님들께 알렸다.
당신들이 만나고자 하는 장애아들의 부모들은 이렇게 살고 있다고...
과연 당신들은 그들의 교육자로서 무엇을 어찌할 것인지 생각해 보라고...
하루를 열심히 장애학생들과 보낸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의 키 포인트는
당신들 눈으로 본 한 가족의 현실이라고...
그리고 발달장애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경찰에 대한 교육이 얼마나 절박하였는지를...
발달장애인들이 더불어 함께 하기 위해선 그들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숨이 턱 하고 막힌다.
뙤약볕에 쓰러지셔서도 손주를 찾는 할머니와 아버님...
멀리 있어 달려오지 못하고 애를 태웠던 어머님...
누군가는 아이에게 수갑을 채우면서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지만, 그 아이가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항시 긴장상태로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는 부모가 있었음을.
발달장애인에게 왜 그러냐고 하기 이전에 다름의 하나로 우리가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함께 한다면 훨씬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음을.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었지만 현실적 체감은 너무도 낮음을.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무궁무진하게 많음을.
그것을 알리고 함께 하기 위한 나의 노력도 또한 더 필요함을.
나를 잠 못 이루게 하는 열대야보다 더 혹독한 현실을 겪고 있는
발달장애인 가족이 있음을.
그들은 나와 무관한 사람이 아닌 바로 우리 이웃이고 우리의 친척이며
우리 사회의 일원임을 알고 함께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어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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