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 사랑스러운 나의 분신에게

-아들의 생일에 보내는 엄마 마음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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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아들~!!!

저무는 석양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니?

문득 아들에게 말을 걸까 하다가 석양에 비친 아들의

실루엣이 사랑스러워 엄마는 부르려던 마음을 접고

아들의 모습을 그렇게 담았단다.

아들의 외모도 좋지만, 실루엣으로 스치는 모습은

그와 다른 운치가 있더구나.

ㅎㅎ... 이런 엄마의 말을 들으면 넌 소리도 내지 않고

미소를 흘리겠지.

엄마 마음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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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이라는 시간이 쉽지는 않지?

늘 열심히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지만 주어진 하루를

제대로 보냈다는 마음이 들기는 왜 그리도 어려운지...

지나간 시간은 아까운데 당장 손에 주어진 시간은 왜

그리도 견디기 어려운지...

이미 경험을 한 사람으로서 쉽지 않음을 인정하마.

넉넉지 못한 살림에 장애가 있는 동생까지...

그나마 있던 전세금도 아파트 부도로 날려버리고 힘겹게

살아오는 동안 부쩍 커버린 너를 보았구나.

벌써 십여 년이 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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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년생의 형과 동생으로 만난 인연.

별 탈 없이 잘 이어졌으면 좋았으련만

동생의 장애는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지.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너를 애지중지하며 살았지만

네 말처럼 어디까지나 기억할 수 없는 시간 이야기...

네가 기억할 수 있는 순간부터는 늘 엄마는 동생과 함께였고

그런 엄마를 보면서 늘 사랑을 갈구하던 울 아들.

동생 때문에 생겼던 많은 일들로 인해 상처도 많았고

늘 물음표를 달면서도 부모의 요청에 수긍을 했던 너...

참으로 마음이 아프고 애달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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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네 생일에 맞춰 편지를 쓰고 싶었는데

계절학교에, 다른 일정에 쫓겨 흐지부지 되었구나.

그런데 오늘 문득 생일이 조금 지났지만 네게 편지를 쓰고 싶어 졌어.

하루 일정을 마치고 평소와 다름없이 엄마, 동생과 백팔배를 했잖아.

그런데 뒤에서 아빠가,

"대단해, 대단해..."

하시더구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백팔배를 한 우리들에게 한 말이었지.

아빠의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들에게 편지가 쓰고 싶어 졌어.

오늘이 지나기 전에 마음을 꼭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엄마 가슴속 깊이 스민 고마운 마음을 꼭 전하고 싶었어.

정말 고맙고 사랑스러운 나의 아들~!!!


가만 생각해보면 아들과 난 2016년 들어서 단 한 번도 백팔배를

빼먹은 적이 없었지.

엄마가 일로 늦으면 언제 올지를 물어 동생과 먼저 하던지,

아님 엄마를 기다려 같이 하던지 하면서 우린 우리의 약속을 지켰지.

몸이 녹아내릴 정도로 감기와 몸살이 와서 쓰러진 내게

야간자습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이 그랬지.

"엄마, 여기서 멈추지 않을 거지요?

제가 손을 내 드릴 테니 일어나실래요?"

아빠는 옆에서 그냥 두라고 말씀을 하시고

아들은 엄마는 절대 지나치지 않으실 분이라며 손을 내밀고...

잠결에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

아빠의 마음도 고맙고, 엄마를 챙기는 아들의 마음도 고마웠어.

난 참 복을 받은 사람이구나 싶었지.

그때 아들이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면 어쩜 나는 그날을

그냥 지나쳤을지도 몰라.

고마워, 지금껏 지속할 수 있도록 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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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아들이 그랬지.

동생을 보면 갈수록 더 힘이 든 것 같다구.

장애가 있는 것이 조금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구.

아무리 노력을 해도 갈수록 간극이 커지는 현실을 보면서

아들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그럼에도 여전히 형이라면 최고로 치고, 따르는 장애가 있는 동생이

많이도 부담스럽고 때론 미웠을 텐데

무심한 듯 챙기는 아들의 모습에 늘 감사하고 미안해.

엄마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그럼에도 너흰 피를 나눈 형제이니

돌아선다고 남이 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니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고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구,

엄마도 네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하도록 노력하겠다구...

더불어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두 아들이 편히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하겠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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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작년에 교육안을 준비하면서 문득 네게 부탁했던 것 기억나니?

장애 형제가 있어서 좋았던 점, 안 좋았던 점을 물었었잖아.

그냥 말하기 어려울까 봐 써달라고 부탁했었지.

네가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데 고맙게도 아들은 응해줬지.

그 쪽지를 엄마는 지금껏 간직하고 있단다.

아마 계속 간직하고 있을 것 같아.

가끔 네 마음을 잊고 엄마가 널 닦달할 때마다 마음에 새기려구.

너무도 사랑스러운 내 아들이 엄마로 인해 아파하지 않게 하려구.

장애가 있는 동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해주는 아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주려고...


장애가 있는 동생이 있어 좋았던 점

-내 나이 대의 형제자매 중에서 드물 정도로 사이가 좋다.

-동생이 장애였기에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동생이 해준 음식을 먹는 맛이 있다.


장애가 있는 동생이 있어 안 좋았던 점

-소통이 힘들다.

-돌발행동이 일어날 때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받는다.

-사회성이 떨어져서 장래에 대한 생활이 걱정됨.


부모님께 부담감을 느낀 것은 자신의 경제적 자립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했던 너의 글을 자꾸 곱씹게 되는 밤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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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너의 말처럼 너의 십 대 마지막 생일은 그렇게 흘러갔구나.

감사하게도 너와의 약속을 지켜 태안백합꽃축제를 함께 다녀올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단다.

고3이라고 어찌 맨날 눈만 뜨면 공부를 할 수 있겠니.

앉아있는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우린 그렇게 훌쩍 떠났지.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 학습지 한 번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나의 아들.

너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하고 안타깝구나.

감사하게도 넌 별다른 건강의 이상 없이 잘 자라줬으니 얼마나 좋은지.


앞으로 일 년 후의 네 모습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리라 믿고 있어.

비록 더위에 쫓겨 나간 밤 데이트였지만 함께 저녁을 먹고

가벼운 산책을 하면서 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또한 행복했어.

여전히 엄마를 좋은 대화 상대로 생각하고 함께 해주니 얼마나 좋은지...

앞으로도 우리 그렇게 지냈으면 좋겠구나.

아들만 얼른 수능이 끝나길 바라는 것은 아니야.

엄마 역시도 그래.

수능 끝나면 영화, 연극, 책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구나.

난 아들의 생각을 듣는 것이 너무 좋거든.


불확실한 미래와 눈앞으로 보인 성적 때문에 많이 의기소침해진 모습이

조금은 안타깝지만 그 역시도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니

조급해하지 말고 지금처럼만 나아가도록 하자.

네게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한 엄마여서 늘 미안하고 안타깝지만

널 이해하고 수용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단다.

부모교육과 상담했던 내용을 가끔 네게 들려주면 아들이 그러잖아.

"엄마도 많이 힘들지요?"

그래, 엄마도 힘이 들지만 용기를 내고 다시 일어서곤 해.

늘 든든하게 엄마를 응원해주는 아들이 있으니까.

난 네 엄마니까...

부족하지만 우리 그렇게 서로를 사랑으로 끌어안고 이해하며

앞으로 나아가자꾸나.

오늘도 엄마를 게으름뱅이로 추락하지 않도록 이끌어줘서 고마워.

이 마음으로 내일도 파이팅~~!!!


사랑한다, 아들아.

기억하지?

예전에 엄마가 자주 들려줬던 이야기 책의 내용.....

"I love you right up to the moon- and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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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지에서 담았던 아들의 모습과 내 마음을 전하는 장미 한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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