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 준비한 제사

-아버님의 기일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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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여름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폭염'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의연한 척하려 해도 몸이 먼저 느끼고 움츠러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과 시간은 흐른다는 것.

할 일이 없으면 어쩌면 더 늘어질지도 모른다.

계절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시골의 상갓집까지 다녀오고선

긴장이 잠시 풀렸었나 보다.

게다가 바로 다음날 교육청 부모교육이 있어 서둘러 가서

교육을 마치니 온몸이 무언가에 맞은 듯 아파왔다.

더위도 한몫을 하니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누웠다.

잠시 쉰다는 것이 눈을 떠보니 저녁 9시~~!!

저녁 시간에 약속이 있었는데...

깜짝 놀라 시간을 확인한 후 상대방에게 전화를 하니

사고가 난 줄 알았단다.

세상에나.....

어쩜 죽은 듯 5시간을 잘 수가 있단 말인가.

더구나 밤잠이 아닌 낮잠을....

밤잠 조차도 5시간 이상을 자는 적이 거의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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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행이다 싶었다.

비록 약속을 지키지 못한 오점을 남기긴 했지만

모처럼만에 의도치 않게 푹 잠을 잔 것이다.

잠을 잤으니 남은 숙제를 해야 했다.

곧 있을 아버님 제사...

아무리 바빠도 제사 준비는 나의 몫이니 하나 둘 챙겨야 한다.

일단 마트에서 간단하게 장을 봤다.

마침 세일을 하고 있으니 사두면 유용할 것들을 준비했다.

이번 제사는 조금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해마다 장마나 태풍이 지나고 난 다음이라

시금치 값이 금값이었었다.

올해는 일기가 좋아 조금 나으려나 싶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금값을 유지하고 있었다.

폭염으로 작황이 좋지 않단다.

푸성한 한 단이 4,000원이라고 쓰여있었다.

잡채와 나물을 위해선 최대 두 단은 사야 하는데..

풍성하게는 아니지만 기본은 해야 하니 차곡차곡 장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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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에는 간단하게 물김치와 겉절이 등 기본 반찬을 만들었다.

이때쯤의 무가 가장 맵고 맛이 없는데...

그래도 어쩌랴.

갓 나온 햇배를 살짝 첨가해 물김치도 담았다.

얼갈이를 박스로 세일을 해서 얼떨결에 얼갈이김치도 담았다.

모처럼만에 늦은 밤까지 김치류를 마치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해야 할 일을 해 놓았을 때의 개운함이라고나 할까.

낮보다는 밤에 음식을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낮의 기온은 최고점을 찍고 있었다.

대전의 기온이 35도에 이르렀다니...

이전의 기억으론 광복절을 기점으로 아무리 더워도

어느 순간 밤에 시원한 바람이 불면서 더위가 약해졌는데

올해는 예외가 되는 것 같다.

어쨌거나 김치류를 담아놓으니 짜릿한 더위도 살짝 내려놓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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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버님 제사는 토요일이어서 감사하다.

사무실 일정이 있을 땐 늦은 밤과 이른 아침에 준비를 하고

교육과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정신없이 준비를 하곤 했는데...

시간의 여유는 생겼는데 예상치 못한 더위에 코가 쑥 빠졌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할 일이 있다면 더위를 잊고 한다는 것이다.

남편은 옆에서 선풍기와 부채질을 연속하면서도 힘들어했지만

난 내게 주어진 일을 해야만 했다.

더위는 남편보다 내가 훨씬 타는데 부침 종류와 나물을 하면서

계속 가스와 함께해도 나는 버티고 있었다.

역시 동기부여가 중요한 것 같다.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난 더위에 지쳐 쓰러졌을 것이다.


아랫녘에서 올라오는 아주버님과 서방님네가 오시기 전에

마치는 것이 내 습관이다.

그분들이 왔을 땐 마주 앉아서 차 한 잔 마시며 쉬어야 한다.

모처럼만에 만나서 분주하게 준비하는 것이 나는 싫다.

그냥 때 맞춰 오는 사람들이 편하게 지내다 가도록 하는 것이 내 몫이다.

마음을 비우고 그렇게 하니 기일에 만남이 훨씬 편하고 좋아졌다.

왜 늦게 오나, 왜 도와주지 않나, 왜? 왜를 붙이는 순간

내 마음의 병이 먼저 오는 것을 확인하지 않았던가.

기일도 내 몫이려고 그랬는지 지금껏 내가 준비를 했다.

그것이 마음이 편했다.

장남, 차남을 따지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의미가 없다.

가능한 사람이 하는 것...!!!


열심히 준비한 덕에 이렇게 컴 앞에 앉을 기회를 만났다.

발바닥은 한나절을 넘게 화장실도 금하면서 부지런을 떤 덕분에

마른땅 갈라지 듯한 통증이 짜릿짜릿하게 오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휴식을 취하면 나아지니 다행이다.

청소기로 간단하게 다시 한번 집안을 밀고 커피 한 잔 앞에 놓으니

너무 좋다.

라디오에선 강산에의 '~라구요'가 흐르고...

열심히 준비하고 난 뒤의 휴식이 참 좋다.

이른 제사를 지내고 시간이 나면 더위를 피해

조카들과 드라이브나 갈까 싶다.

해마다 그렇게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만날 기회도 적은데 이렇게 만날 수 있을 때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 또한

어른들의 몫이란 생각이 든다.


막상 만나면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영혼 없이(?) '안녕~'

인사밖에 하지 않으면서도 둘째 아들은 벌써부터 동생들을 기다린다.

그 기다림이 참으로 사랑스럽고 감사하다.

아들에게도 동생들이 각인되어 기다림의 대상이 되었으니 감사하다.

조카들 역시도 '안녕' 밖에 하지 않는 오빠와 형이지만

불편한 반응 보이지 않으면서 함께하니 그것으로 족하다.

조금 더 대화가 진행되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곧 있으면 초인종이 울릴 것이다.

이맘때면 도착하니까.

어린 왕자와 여우처럼 어느 정도 도착하는 시간을 맞춰주니

난 그 시간에 맞춰 준비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좋다.

아버님의 기일...

남편의 대학교 때 돌아가셔서 뵌 적은 없지만

늘 마음으로 정성을 다한다.

감사한 인연을 만들어준 분이니까.

오늘도 아버님 덕분에 만나는 가족들과 더위를 핑계로

잠깐이지만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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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주에 갔던 장령산자연휴양림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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