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둔역의 여유로운 풍경

-폐쇄된 양평의 구둔역에서..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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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에서의 2박째~~~

눈을 뜨니 상큼한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역시 공기가 최고다.

귀하게 얻어진 시간이니 그냥 있기엔 아쉽다.

남편에게 드라이브를 제안하니 폰을 톡톡 두드리더니

"구둔역 가자~~"

하는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 오케이를 외치며 일어나는 나.

역시 찰떡궁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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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역사~~!!

더 이상 기차가 달리지 않으니 여유로움이 그곳을 장악하고 있었다.

멈춘 것은 기차,

시간은 여전히 철로를 타는 바람을 스치며 흐르고 있고

찌든 일상에 살았던 내게 주어지는 정적과 같은 휴식.

타박타박 철로를 따라 걷다가 하늘을 보니

살짝 내려앉은 잿빛 하늘이 비어있는 철로에 악수를 청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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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진 철로를 넘어 걸었다.

옷깃을 날릴 정도의 가벼운 바람만이 나의 진입에 관심을 둘 뿐

주변은 정적 그 자체가 풍경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급할 것 없는 발걸음 잠시 멈추었을 때 내 눈을 밝혔던 것은

노오란 달맞이꽃~!! 노란색이 어찌 이리도 곱고 밝은 지...

나도 모르게 아기를 바라보는 엄마처럼 미소를 지었다.


어쩌다 '며느리밑씻개'라는 독한 이름을 얻게 되었을까?

옆에서 자신도 봐달라고 빼꼼 얼굴을 내민 며느리밑씻개~!!!

고운 색만큼 그 이름이 가지고 의미에 마음이 아리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니 보이는 우편함...

누군가에게 올 소식을 기다리는 것일까?

그 앞으로 쑥부쟁이? 개미취? 아마도 쑥부쟁이처럼 보이는 꽃....

그저 어렸을 때 들국화로 통칭되었던 꽃이 우편함 앞에서

다소곳 바람에 흔들리며 나를 맞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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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진 기차.

끊어진 철로...

더 이상 기차는 달리지 않겠지만

누군가의 마음은 어스름 보이는 철길을 따라 마음이 달리리라.

정확하게 끊긴 것처럼 보이지 않는 풍경에 마음을 다독이며

철길 따라 어디론가 떠나가는 나를 그려본다.

아님 영화 박하사탕처럼 답답한 마음 담아서,

"나 돌아갈래~~~~"

를 외치고 싶은 마음.

멈춰진 철로는 자꾸 묵혀두었던 답답함을 한 움큼 꺼내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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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도에 폐쇄가 되었다는 구둔역.

이젠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부산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멈춰진 기차 안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었지만

주변은 새로운 변화를 위한 작업으로 철길과는 달리 어수선하기 짝이 다.

그분들에겐 오히려 여유를 만끽하는 내가 낯설겠지....

그래도 찾아오기 어려운 곳에 인연을 맺었으니

나는 내 본분에 충실해본다.

몇십 년을 뛰어넘어 사춘기 시절의 내가 철길을 마냥 행복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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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에 영화체험을 할 수 있다는 조금은 퇴색된 안내판을 따라

우린 차를 달렸다.

어떤 것을 볼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우릴 기다린 것은 꽉 닫힌 문이었다.

아마도 동네 어르신들의 모임 장소인 듯....

대신 그 앞으로 폐교된 초등학교 분교에

[양평 인성 키움 체험학교]라는 현수막이 있어 가보았다.

어린 시절 간식을 떠올리게 하는 까아만 까마중이

고구마 줄기 사이에서 빼꼼 얼굴을 내밀고 나를 반겼다.

게으른 자에겐 얼굴을 보일 수 없다는 절개를 가진 나팔꽃...

그리고 너른 논에 뿌려지는 저 하이얀 분사.... 농약일까???


사람 모두에겐 나름의 달란트가 있다고 하는데...

남편에겐 내게 없는 검색 능력이 있나 보다.

별로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순간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곳을 잘 찾아낸다.

나의 강점은 그렇게 찾아진 곳을 마음이 식기 전에 떠나는 추진력~!!ㅎㅎ

이른 아침 아이들 없이 단둘이 이렇게 산책을 해본지가 언제인지...

더구나 분위기 제대로 업시켜주는 철로와 폐쇄된 역사라니....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구둔역~!!!

가끔 조급한 호흡을 고르고 싶을 때 그냥 그렇게

발길이 닿으면 좋을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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