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의 속삭임에 이끌려...

-선운사 꽃무릇을 만나다

by 최명진




추석 명절을 보내고 돌아와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가 촉촉이 내린다.

나름 제법 긴 연휴라고 좋아했는데...

비가 내린다.

토요일은 그냥 넘겼다.

명절 준비로 지친 심신에 휴식이라는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돌아누워 바로 어딜 갈지를 궁리하는 나를 발견했다.

"아~~ 꽃무릇이 피었겠다... 보. 고. 싶. 다...!!!"

나의 넋두리가 남편에게 전해졌나?(들리게 했었나?ㅋㅋㅋ)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뜨니 남편이 그런다.

"꽃무릇 보러 간다며? 갈려면 서둘러... 날씨도 좋지 않으니까."

남편의 그 말 한마디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어제까지의 무끈했던 몸은 어디로 갔나?

꽃노래 흥얼거리며 차 안에서 먹을 간식거리를 챙긴다.

장애가 있어 늘 샴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는 아들에게 어딜 가느냐고 물으니,

"꽃무릇 보러 가요. 고창 선운사 가요."

한다.

이런 기억력이면 어딜 가서라도 살 텐데...

그 엄청난 기억력이 참으로 한정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흐린 초가을 하늘을 보며 출발을 했는데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여지없이 차창을 때리는 빗방울.

가져간 우산의 개수를 챙기면서 검색을 해본다.

다행이다. 꽃무릇축제는 일주일 후니 오늘 밀릴 일은 없겠다 싶었다.

문제는 개화한 꽃무릇(석산)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것~!!!

어쨌거나 몇 송이는 피었겠지...

나는 어떤 이유로든 떠나고 싶었고, 만나고 싶었을 뿐이다.

요행히 그 능력 나에게 있어 흐드러진 그들을 만난다면 감사의

마음을 전할 뿐....



참으로 감사한 하루~!!!

남편 배려의 마음을 안 것일까?

아님 감성쟁이 아지매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이제 피기 시작했지만 물방울 머금은 붉은 꽃무릇이 우리를 맞아줬다.

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다음 주 축제 때 많은 사람들이 흐드러진 꽃을 볼 수 있겠다.

준비한 사람들이 한시름 놓을 것 같다.

나는 이 정도의 풍경만을 보아도 충분히 감사하니 다행이다. 다행이다..!!!

빗방울을 머금으니 더욱 상사화류다운 모습이다.

안타까움과 애처로움이 우산으로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흘러내렸다.

아~~~



꽃무릇은 왜 이렇게 사찰 있는 곳에 많이 피는 것일까?

눈으로 실컷 그들을 담은 후에 궁금해 뒷북을 치며 검색을 했다.


'석산(石蒜)은 서해안과 남부 지방의 사찰 근처에 주로 분포하고, 가정에서도 흔히 가꾸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사찰 근처에 많이 심은 이유는 이 식물에서 추출한 녹말로 불경을 제본하고, 탱화를 만들 때도 사용하며, 고승들의 진영을 붙일 때도 썼기 때문이다.

'석산은 꽃대의 높이가 30~50㎝ 정도로 자라며, 반그늘이나 양지 어디에서나 잘 자라고, 물기가 많은 곳에서도 잘 자라는 품종이다. 피처럼 붉은 빛깔의 꽃과 달걀 모양의 비늘줄기가 가진 독성 탓에 ‘죽음의 꽃’으로 여겨져 왔는데, 그래서인지 꽃말도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슬픈 추억’이다.'


그렇구나.

처음 검색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내 기억력의 한계가 늘 새롭게 다가오도록 유도를 하고 있을 뿐이다.

꽃과 잎이 만날 수 없는 비운의 꽃, 죽음의 꽃~!!!

그 붉은빛이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를 머금고 감성쟁이를 흔들고 있었다.




모처럼만에 선운사에 왔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2008년에 후배네와 가족이 함께 왔던 기억이 있다.

그땐 날씨가 좋았던 것 같다.

올해는 고3 아들을 학교에 보내고 단출하게 왔는데...

때아닌 연등이 경내에 꽃을 피우고 있었다.

기복신앙만으로 신앙을 가지고 싶지는 않지만

정갈한 마음 한편으로 내가 정진해야 할 부분을 생각하며

아들과 백팔배를 하고 등도 켰다.

백팔배를 마치고 대웅보전 앞의 만세루에서 연잎차를 마시니 온몸의 피로가 풀렸다.

참으로 감사한 인연이다.



문득 송창식의 [선운사]란 노래가 귓전에 흐르는 느낌이다.

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을 뿐인데...

내 귓전에 흐르는 노래~~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붉은 꽃무릇을 만나러 왔다가 늘 잊지 않고 흥얼거리는 노래, 선운사~!!!

붉은 꽃이라는 것, 가사가 주는 동백의 이야기가 꽃무릇과도 공감이 가는...

그래서 더욱 노래가 정겹다.

꽃 대신 튼실한 열매를 만날 수 있는 시기, 가을~!!!



비는 우리가 떠날 때까지 그치지 않았다.

그 자체로 충분히 감성쟁이를 녹였기에 그냥 좋았다.

우산을 받치면 받치는 대로, 컷을 위해 우산을 접으면 접은대로

그 자체로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비가 제법 내렸나 보다.

개울을 사이에 두고 붉게 물든 산사 정경이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얼마나 좋은가.

떠나지 않았으면 보지 못했을 풍경.


돌아오면서 문자 하나를 날렸다.

꽃을 사랑하되 꽃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내게

친언니처럼, 친엄마처럼 부족한 호기심을 채워주셨던

글방에서 인연을 맺은 소중한 님께...

많이 아프셨다가 몸을 추슬러 예전처럼 다니시기엔 어려움이 있으시다는 분.

꽃무릇에 방울방울 맺힌 물방울처럼 그분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쳤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은 뵈러 가야겠다.

그분과 나는 꽃무릇이 아닌 소중한 인연이니

그 인연의 다리를 이어 내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겠다.

인연의 꽃 덕분에 인연을 붉게 물들이고 싶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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